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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ug 26. 2020

태풍이 온다…‘극심한 활동’을 하면서

[기후변화 WITH YOU] 더 강하고, 더 위력적 열대성 저기압 시대


지금 우리는 폭풍전야

'극심한 바람'이 오고 있다. 

8호 태풍 '바비' 이동경로. [자료=기상청]


자연현상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게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무척 많다. 개인적, 구체적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화재로 다치거나 주변 사람이 희생된 일이 있다면 ‘불’이라고 답할 것이다. 홍수 등으로 집을 잃고 수해를 당한 이들은 ‘물’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번개와 천둥이 무섭다고 소리치는 이들도 있다. 불과 물은 적당하면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준다. 불은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발명이자 발견이었다. 생식에서 화식 시대를 열어젖혔다. 인류 문명이 지금까지 온 것은 불의 발명과 무관하지 않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전 우주를 통틀어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한 곳은 지구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구를 생명의 낙원으로 꼽는다. 문제는 인류에게 필요한 불과 물이 적당하지 않고 ‘극심해’ 졌을 때이다. 이때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꼭 있어야 할 그것이 인류를 위협하고 파괴한다.

여기에 또 하나 ‘바람’이다. 바람은 봄과 가을, 아주 좋은 날씨가 살짝만 불어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 여름철 그늘에 앉았을 때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면 매우 시원하다. 바람은 정체돼있는 대기를 순환시킨다. 바람이 없다면 지구는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바람 또한 불과 물처럼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자연적 현상이다. 

8호 태풍 바비(BAVI)가 26일 밤 우리나라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바비는 베트남에서 붙인 이름이다. 바비는 강력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상청이 예상한 것을 보면 태풍 바비는 26일 오후 3시 초속 45m, 27일 오전 3시 43m, 27일 오후 3시 29m, 28일 오전 3시 21m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강풍의 반경은 240~430km에 이른다. 서해상으로 북상할 것으로 보여 반경 범위가 이 정도 넓이라면 우리나라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한다. 



초속 40m

작은 돌이 날아간다

태풍 '바비' 예상 진로와 초속 강도. [자료=기상청]

바람이 부는 강도는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동안의 태풍 피해와 전문가 해석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1. 초속 10m: 작은 나무 전체가 흔들린다. 우산이 뒤집힐 수 있다.

2. 초속 15m: 바람을 맞으며 걷기가 힘들다. 

3. 초속 20m: 단단하게 고정돼 있지 않은 지붕이나 유리창이 부서질 수 있다. 길거리에 세워놓은 간판이 날아간다. 

4. 초속 30m: 시속 100~110km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바람을 맞는 것과 같다. 가로수가 뽑힌다. 

5. 초속 40m: 작은 돌이 날아간다.

6. 초속 50~60m: 허술한 집이 날아간다. 송전탑이 쓰러진다. 크레인이 휘어진다.      

기상청이 전망하고 있는 바비의 풍속은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 45m에 이른다. 작은 돌이 날아가고 사람조차 날아갈 수 있는 매우 강한 바람이다. 집 밖으로 외출하지 말고 집과 시설물 주변 곳곳에 바람에 날아갈 수 있는 위험 상태를 사전에 살펴야 한다. 


태풍

높은 바다 온도 에너지 삼아 강력해져

지난 5월 17일 발생했던 올해 1호 태풍 '봉퐁'. [사진=NASA]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다. 바다 온도가 매우 높고 전향력(지구 자전으로 지구 위에서 운동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큰 곳에서 생성된다. 위도를 따지자면 북위 5~6도 정도이다. 대기에 충분한 습기를 제공할 수 있는 바다 온도. 대기가 불안정하면서 지면은 저기압, 상층은 고기압인 곳이어야 한다. 이 조건이 딱 들어맞는 곳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태풍이 탄생한다.

최근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북위 5~6도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이 기후변화 등으로 이동하는 곳의 높은 바다 온도와 무관하지 않다. 높은 바다 온도는 많은 수증기와 에너지를 갖고 있다. 태풍이 고위도로 올라오면서 이 수증기와 에너지를 더 많이 끌어들이면서 그 힘은 더 강력해진다.

바닷물 온도는 적도 부근이 가장 높다.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온도가 떨어진다. 우리나라 8월 평균 바닷물 온도는 제주지역이 약 28.5도, 서해가 26~27도 정도 된다. 태풍 바비의 경우 제주도보다는 서해상으로 올라왔을 때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서해로 올라올수록 태풍이 위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해수면 온도와 연관돼 있다. 상대적으로 수증기와 에너지가 떨어져 그 위력이 감소한다. 다만 지금 지구촌은 지구 가열화(Heating)에 따른 기후변화 등으로 이상기후가 펼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태풍이 고위도로 올라오면서 위력이 떨어지기보다는 그 강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최근 날씨와 기후에 대해서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예측불허의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갈수록 바다 온도 상승

태평양 '태풍', 대서양 '허리케인', 인도양 '사이클론' 더 강력해져

최근 대서양에서는 '마르코(왼쪽 위쪽)'와 '로라(오른쪽 아래)' 쌍둥이 허리케인이 발생했다. [사진=NOAA]


이 같은 태풍은 우리나라에 상륙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00년에 우리나라 전체 해양의 평균 해수온이 섭씨 5.3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환경관리공단(KOEM)은 ‘해수온 상승 시뮬레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 2100년 평균 해수온은 20.9도로 2011년 15.6도와 비교했을 때 5.3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해의 2100년 평균 해수온은 22.16도(↑5.28도), 동해 21.96도(↑4.71℃), 서해 19.64도(↑5.50℃) 등으로 예상됐다.

태평양의 ‘태풍’과 함께 대서양도 열대성 저기압인 ‘허리케인’으로 위험이 잦아지고 있다.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서양에서는 최근 마르코(Marco)와 로라(Laura) 쌍둥이 허리케인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허리케인은 앞으로 대서양에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더 큰 문제는 가장 강력한 카테고리 5등급의 허리케인 발생이 더 많아진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이 현상을 두고 NOAA 측은 ‘'Extremely active(극심한 활동)’으로 표현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5일(현지 시각) 열대성 저기압의 '예측불허 시대'의 한 사례를 지적했다. WMO 측은 “8월 6일 발표된 NOAA의 업데이트된 허리케인 시즌 전망은 평균 폭풍보다 강독사 높고 극심한 폭풍이 발생할 확률이 지난 5월의 60%에서 85%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3개월 전에 예상했던 것이 지금은 들어맞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 이유로 WMO는 평균 이상의 해수면 온도, 더 약한 무역풍, 강한 서아프리카 몬순 등을 꼽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다행히 벗어난 사례가 적지 않다. 대부분 일본 대륙으로 태풍 이동 경로가 잡혔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 바비는 철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생명이 희생되는 것은 물론 시설물과 도로, 집 등 재산상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 태풍이 오기 전은 고요하다. 고요할 때 내 주변을 다시 살피고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폭풍전야이다. 여기에 또 하나 복병이 숨어 있다. 코로나19(COVID-19)이다. 우리나라 신규 확진자가 최근 이틀 동안 200명대로 떨어졌다가 26일 오전 0시 기준으로 312명이 확진됐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발령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풍 ‘바비’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면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피소에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풍이 오기 전에 자신의 집의 안전과 피해가 예상되는 곳을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가장 안전한 곳은 집이다.

지난 5월 NOAA는 올해 평균 이상의 허리케인은 약 60% 정도라고 분석했다. 3개월 뒤인 8월 6일 NOAA는 그 비율을 85%로 상향 발표했다. [자료=NO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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