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WITH YOU] 박새와 해바라기
여름엔 햇살받아 노랗게
가을엔 이슬받아 누렇게
겨울엔 바람맞아 하얗게
해바라기 변신은 끝없다
어머니가 포도나무 가지에 해바라기 걸어놓았다
여름 햇살과
가을 이슬과
겨울바람에 잘 익은 해바라기였다
박새 찾아왔다
여기저기 걸린 해바라기 씨 먹는다
한 마리 오더니
두 마리 오더니
세 마리 오더니
떼로 몰려온다
따뜻한 오후 햇살 마당에 드리운다
긴 겨울 시작 알린다
우리 집 찾아오는 박새
겨울나기 어렵지 않다
해바라기 씨 넉넉하다
사람이 가까이 갈라치면 박새는 어느새 모습 감춘다
해바라기 씨는 아직 많다
사람이 사라지면 다시 날아온다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
겨울 끝날 때까지 해바라기는 포도나무 가지에 걸려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해바라기 걸린 포도나무 가지부터 살핀다
"어제 왔던 박새구나"
그 박새가 그 박새 같은데 어머니는 단박에 알아본다
긴 겨울 어머니와 박새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해바라기 씨앗이 다 떨어지면
어머니는 창고에 보관해 놓은 새 것을 내놓을 것이다
함박눈이 오는 시간에도
한파가 엄습하는 순간에도
박새는 이 자리, 이곳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