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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ug 22. 2018

인류 최후의 보루, 남극으로 초대

[기후변화 WITH YOU]자연이 숨 쉬는 곳, 남극

이탈리아 ‘마리오 쥬켈리’ 남극기지 근처에 있는 바다 위 착륙장.

무척 더웠지요?

2018년 여름은 ‘폭염(Heatwave)’으로 기억됐습니다. 이처럼 더운 날은 없었습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을 막지 못하면 지구 미래는 암담합니다.  

며칠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더니 또다시 22일 수은주가 37도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태풍이 오고 있으니 더위는 물러가겠는데 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앞섭니다.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하는 ‘남극으로 초대’합니다. 2016년 11월초 남극을 다녀왔습니다. 남위 74도에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 장보고 과학기지를 찾아 남극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남극은 ‘누구누구의 땅’이란 경계가 없습니다. 국경도 없습니다. 주인도 없습니다. 인류 공동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극은 개발 행위가 철저히 금지됩니다. 대신 보호구역으로 삼았습니다. 그동안 미친 듯 개발과 산업화에 나섰던 각국들이 그나마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정한 것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늘에서 본 남극. 흰색과 파란색 만이 존재한다.


헬기를 타고 내려다본 남극은 온통 ‘하얀색과 푸른색’이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리트만 화산 근처를 비행할 때는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남극에는 활화산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 있는 멜버른 화산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키두를 타고 남극을 탐험했다


스키두를 타고 남극대륙을 달리 때는 영하 15도에 이르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사정없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푸른 하늘, 하얀 설원이 펼쳐져 있으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혼불’의 최명희 선생은 소설에서 ‘강물을 씻은 바람이 이마에 얹혔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힘겹게 산을 오르는 누군가 잠시 쉬기 위해 바위에 앉았는데 그 바람이 ‘그렇게 시원했다’는 느낌을 이렇게 묘사한 겁니다. 강물을 씻은 바람이니 얼마나 시원했을까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남극행 수송기로 약 7시간 비행하면 남극에 도착합니다. 이탈리아 ‘마리오 쥬켈리’ 기지 근처에 있는 바다 위에 내립니다. 당시 2m 정도의 얼음이 얼어있어 비행기가 내리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남극행 수송기에서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최명희 선생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빙하를 씻은 바람이 이마에 얹혔’습니다.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웨델물범


착륙장에서 장보고 과학기지까지는 설상차로 이동했습니다. 이동하는 중간에 ‘웨델 물범’ 무리를 만났습니다. 갈라진 얼음 틈 사이로 기어 나와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접근이 두렵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만히 햇볕을 받으면서 나른한 오후 낮잠을 즐겼습니다. 그 모습 또한 남극이니 가능했을 겁니다. 인간은 동물원을 만들어 동물을 가둬 놓고 그것을 보며 즐깁니다.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조금은 못할 짓이지 싶습니다. 

빙설(氷舌)은 또 얼마나 ‘차가운 아름다움’을 선사했는지 모릅니다. 빙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다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서 ‘인간의 혀’처럼 툭 튀어나온 곳, 빙설입니다. 빙설 앞에 서니 그 웅장함에 어깨는 자연스럽게 움츠러들었습니다. 높이는 20~30m, 길이는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색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람이 빚어낸 자연적 작품은 온갖 형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늘의 푸른 색감을 깨끗한 빙하가 받아들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을 만들어 냈습니다. 


빙설이다. 이런 색감은 자연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다. 


황제펭귄은 남극의 주인입니다. 실제 10여 명의 연구원들이 황제펭귄이 살고 있는 케이프 워싱턴을 찾았습니다. 당시 황제펭귄 약 7만 마리가 이곳에서 집단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원이 다가서도 황제펭귄은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황제펭귄이 연구원들이 있는 곳으로 뒤뚱뒤뚱 다가왔습니다. 자신감이 묻어났습니다.  

“우리는 너네들이 두렵지 않아. 내 뒤를 보라구! 우린 7만 부대를 거느리고 있어. 너넨...음...고작 10명? 왜 왔어?”


아빠와 엄마 펭귄이 아기 펭긴을 보호하고 있다.

황제펭귄의 근엄한 모습에서 이 같이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황제펭귄 뒤로 새하얀 파란 얼음이 그들의 모습을 더욱 빛내 줬습니다. 햇볕을 받으면 황제펭귄의 털에 윤기가 흘렀습니다.  


황제펭귄 뒤로 보이는 새파란 얼음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잠시나마 남극 사진을 통해 시원해지셨나요. 올해 여름 폭염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들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태풍 ‘솔릭(SOULIK)’이 우리나라를 향해 북상하고 있습니다. 더위는 날려주겠는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자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무시했다가는 어떤 희생을 치를지 모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코스모스 피어나고 새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본 바다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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