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없는 북극' 그 비극은?

[기후변화 WITH YOU]북극 얼음 점점 줄어들고 있어

by 정종오
북극해 석양.jpg 북극해에 석양이 지고 있다. NSIDC 소속 알리아 칸 박사가 찍은 사진이다.[사진제공=NSIDC/Alia Khan]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라짐'과 직면합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질 때, 정들었던 고향을 떠날 때, 소중한 물건을 읽어버렸을 때, 이젠 추억 속에서만 기억을 떠올릴 때...'사라짐'은 그리움과 함께 안타까움, 때에 따라 '슬픔'까지 느낍니다. '사라짐'에 직면했을 때 비극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북극 얼음'입니다. 북극 얼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21세기가 끝날 때쯤에는 '얼음없는 북극'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북극 얼음이 좀 사라졌다고 뭔 호들갑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북극 얼음이 사라지면 우리는 어떤 비극 앞에 놓이게 될까요.



'얼음 없는 북극' 비극

첫 번째,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올해 북극해 해빙 규모가 위성 관측 이래 여섯 번째로 적은 규모를 보였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국립 빙설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NSIDC)는 최근 지난달 19일과 23일 북극 해빙이 올해 최소 규모를 보였는데 약 459만㎢에 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8년과 2010년 최소 규모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매년 3월에 북극 해빙은 최대 규모에 이르고 9월에 최소 규모를 보입니다. 겨울철에 얼고 여름철에 녹기 때문입니다. 북극 해빙은 갈수록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다 21세기가 끝나는 무렵에는 이른바 ‘얼음없는 북극’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날씨와 해양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북극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NASA 측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서 해빙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특히 여름철에 그 감소 규모가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클레어 파킨슨(Claire Parkinson)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 기후변화 전문 박사는 "(올해 여름철 북극 해빙은) 2012년보다는 그 규모가 늘었는데 1970~1990년대와 비교해 보면 매우 적은 규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극 얼음이 줄어들면 지구촌 날씨에 심각한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북반구 중위도 지역이 영향권에 놓입니다. 올해 여름 유럽, 미국, 일본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폭염'에 시달렸습니다. 북극의 찬 공기가 여름철에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겨울철에는 혹한이 찾아오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는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와 가뜩이나 찬데 북극 찬 공기까지 더해지면서 수은주를 떨어트리는 원인입니다. 여름 폭염과 겨울 혹한은 북극 제트기류와 연관이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제트기류가 강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차단되고 겨울철에는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에까지 내려오기 때문입니다. 북극 얼음 변화는 이처럼 제트기류의 강약에 큰 영향을 끼쳐 지구촌 전체 날씨를 좌지우지합니다. 단지 얼음이 사라지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올해 북극의 9월23일 해빙규모가 위성 관측이래 여섯 번째로 낮은 규모를 보였다. 1981∼2010년 중앙값(노란색 선)보다 163만㎢ 감소했다. [사진제공=NSIDC]

'얼음 없는 북극' 비극

두 번째, 물개와 북극곰 등 생태계에 치명적


1970년대 이후부터 북극 여름철 해빙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 이유는 북극해 ‘온도 상승’입니다. 1970년대 이후 열두 번의 최소 규모는 전부 12년 동안에 발생했습니다. 파킨슨 박사 연구팀이 계산해 본 결과 1970년대 이후 북극 해빙은 매년 5만4000㎢씩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40년 동안 미국의 메릴랜드와 뉴저지를 합한 크기만큼 해빙이 줄어든 것입니다. 올해 9월 북극 해빙최소 규모는 1981~2010년 평균보다 약 163만㎢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북극의 다년빙도 많이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극에는 1년 동안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단년빙’이 있고 수년 동안 녹지 않는 ‘다년빙’이 있습니다.


다년빙이 줄어들고 있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척박한 북극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그중 물개와 북극곰은 북극의 대표적 동물입니다. 북극곰과 물개는 얼음 위에서 활동합니다. 얼음이 두껍고 오랫동안 얼어있던 다년빙이 사라지는 것은 이들 동물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원인이 됩니다. 얼음이 얇고 일 년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단년빙 위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이미 북극곰은 줄어들고 있고 알래스타 등 먹이 활동을 위해 주거지까지 내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극의 얼은 변화는 북극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멜린다 웹스터(Melinda Webster) NASA 해빙 연구자는 "올해 여름 북극은 얇은 단년빙과 따뜻한 바람으로 부서지고 얼음이 많이 녹았다"며 "얼음이 녹은 바닷물이 햇빛을 흡수하면서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른바 ‘피드백(Feedback)‘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극 해빙은 물개와 북극곰 등 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얼음의 양은 물론 두께도 북극에서 큰 변화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얼음의 두께는 해빙 규모의 양과 질량 변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북극 해빙과 관련된 연구 전문가들은 최근 쏘아 올린 인공위성 데이터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NASA는 지난달 15일 빙설과 얼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아이스샛(ICESat)-2’ 위성을 발사했습니다. 아이스샛-2 데이터를 이용하면 북극은 물론 남극 얼음 두께 등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라온호.jpg 우리나라 쇄빙선인 아라온호가 올해 8월 북극해를 탐험하고 있다. 드론에서 찍은 아라온 호.[사진제공=Alia Khan/NSIDC]

'얼음 없는 북극' 비극

세 번째, '얼음 왕국'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얼어붙어 있어야 할 곳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의 또 하나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극과 남극은 지구촌에서 아직 천연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이 지구 온난화로 없어지는 것은 지구 전체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도 관련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그 심각성을 언급했습니다. WMO 측은 "북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베링해를 통해 북극해에 흘러들면서 이 따뜻한 물이 북극 얼음을 녹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년빙이 줄어들고 계절에 따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얇은 단년빙이 북극해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년빙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 회오리에 휩싸여 있는 북극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 시나리오와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1970년대 이후 열 두번의 북극 얼음 최소 규모는 모두 최근 12년 동안에 벌어진 일이다.[자료제공=NASA/NSIDC]


*표지 사진은 바다에 떠 있는 다년빙입니다.[사진제공=NSIDC/ Julienne Stro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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