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도 없이, 비 맞은 게 몇 번?"

[기후변화 WITH YOU]레인큐브로 폭풍 속 날씨 파악

by 정종오
typhoonkongrey-1024x685.jpg 2018년 9월30일 인공위성이 찍은 태풍 ‘콩레이’.[사진제공=NASA]


말 돌릴 필요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봅시다.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우산도 없이 여러분들은 얼마나 많이 폭풍우를 맞으며 길거리에 서 있어 보셨습니까.”

“둘째, 얼마나 자주 여러분들은 날씨 예보가 정말 정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70억 지구인이 한 번쯤은 떠올려 보는 질문입니다. 비 온다고 예보해서 우산 들고나갔는데 해가 쨍쨍! 비 올 가능성이 없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우산 놓고 갔더니 비가 솰솰! 그때마다 우리는 ‘일기예보는 왜 하는 거야!’라며 화를 내고 급기야는 체념까지 해버리고 맙니다.


최근 날씨 특징입니다. 갈수록 날씨는 변덕스러워지고 있습니다. 예보가 불가능할 정도로 들쑥날쑥, 제멋대로입니다. 기후변화 영향 탓이 큽니다. 날씨 예보는 데이터, 분석, 판단력 등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위성과 레이더를 통한 데이터, 슈퍼컴퓨터의 분석, 예보관의 판단력이 예보의 정확성을 높입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데이터 변동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예보의 1차적 요소인 데이터가 요동치다 보니 이후 슈퍼컴퓨터 분석, 예보관 판단을 거치더라도 맞히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갈수록 이 같은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값싼 소형 위성을 폭풍 속으로 보내 비, 눈 등에 대한 데이터 수집에 투입할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레인큐브(Radar in a CubeSat, RainCube)’라고 이름 붙은 이 작은 위성은 구두박스보다 크지 않습니다. 백팩에 쏘옥 들어갈 정도로 작습니다. NASA 측은 지난 7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레인큐브를 저궤도로 내려 보냈습니다. 레인큐브는 지난 8월에 멕시코 상공의 폭풍 이미지를 찍어 보내왔습니다. 9월에는 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폭우를 찍기도 했습니다. 레인큐브는 이처럼 폭풍 속에 뛰어들어 비와 눈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영리한 기구입니다.


NASA 측은 “레인큐브는 심각한 폭풍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며 “날씨 예보의 정확성은 물론 앞으로 펼쳐질 기후변화에 대한 흐름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데이터 변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그래엄 스티븐스(Graeme Stephens) NASA 기후과학센터 국장은 “전 지구촌에서 폭풍 속에서 물과 공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관계되는 정보가 전혀 없는데 앞으로 심각한 날씨와 미래 기후에서 강우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레인큐브는 아직 기술적으로 ‘시연 모델’에 불과합니다. 강력한 폭풍 속에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NASA 측은 레인큐브 시연 제품을 통해 폭풍 속의 실시간 영상을 제공 받았습니다. 레인큐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물체를 파악하기 위해 레이더를 이용합니다. 이를 통해 폭풍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레인큐브를 설치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한 신호였습니다. 폭풍 속을 뚫을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신호를 통해 자세한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바 페럴(Eva Peral) 책임 연구원은 “레인큐브의 레이더는 폭풍을 뚫고 들어갔고 다시 반향이 돼 되돌아 왔다”며 “레이더 신호가 폭풍 층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각 층마다 비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럴 연구원은 “폭풍 속 다양한 움직임에 대해서도 순간 촬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몬 타넬리(Simone Tanelli) 레인큐브 공동 연구원은 “그동안 지상에서 수많은 장비가 기상과 관련된 거대한 정보를 수집했다”며 “이를 통해 현재 날씨 예보가 그렇게 나쁜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제했습니다. 타넬리 연구원은 “그럼에도 지구촌 규모의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했다”며 “지구촌을 커버하는 인공위성이 있음에도 폭풍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레인큐브를 통하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폭풍이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가까운 거리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현재 레인큐브는 앞서 말했듯 시연용 장비에 불과합니다. 작은 레인큐브 하나로는 폭풍 전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집단 비행’이 꼽히고 있습니다. 레인큐브는 소형 위성으로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 이런 레인큐브 여러 대를 동시에 폭풍 속에 진입시켜 마치 거위가 ‘집단 비행’하는 것처럼 협업하는 모델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면 실시간으로 폭풍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비, 눈, 진눈깨비 등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수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티븐스 국장은 “시연 단계 있는 레인큐브가 여러 단점을 극복하고 지구 저궤도 등에서 폭풍 속을 알게 되면 지구를 관측하는 새롭고 다른 길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구에서 물 순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나 오늘 우산 들고 간다’ ‘지금 비 오는 데 내가 출근할 때는 비가 오지 않는데’. 날씨 예보가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정확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레인큐브.jpg 레인큐브가 앞으로 폭풍 속에 뛰어들어 자세한 정보를 파악할 예정이다.[사진제공=NASA]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얼음없는 북극' 그 비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