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Revolution…가을이다

[기후변화 WITH YOU]파란색이 뿜어내는 이 아름다움

by 정종오
나비가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백일홍에 앉아 있다.


가을입니다. 가을은 파랑에서 시작돼 파랑으로 끝납니다. 집 주변에서, 달리는 버스에서, 막히는 도로 자동차 안에서, 햇빛 내리비치는 잔디밭에서, 산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안에서. 가을을 담은 ‘블루 레볼루션(Blue Revolution)’이 시작됩니다. 그 어느 시기보다 더 짙은 ‘파랑’을 만날 수 있는 시간, 가을입니다.


추석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 아침을 먹고 마당에 나섰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블루 레볼루션’이 하늘에 펼쳐져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색깔을 낼 수 있을까. 빛이 산란해 파란색으로 보인다는 과학적 지식은 가을 하늘을 보면 자연스럽게 잊게 됩니다. 파랑 그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마법이 숨어 있습니다.


방아깨비 모자(?)가 가을 산책에 나섰다.


눈에 담아 놓기 아까워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짙은 파랑이 카메라 안을 파고듭니다. 내 눈도 파랗게 물듭니다.


장모님이 쓸어놓은 호박. 호박은 가을 햇볕을 받아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며칠 지나면 바싹 마른 나물이 돼 겨울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 호박 위로 방아깨비 모자(혹은 부자, 부녀, 모녀)가 향기를 맡았나 봅니다. 어미(혹은 아빠)가 아들(혹은 딸)을 등에 태운 채 가을 산책을 나섰습니다. 호박 위를 뛰어다니면서 가을 향기를 맘껏 들이마십니다. 짝짓기 하는 한쌍인 지도 모릅니다.


부드럽게 말라가는 호박 위에 앉은 모습에서 가을을 느낍니다. 방아깨비는 어릴 적 참 많았습니다. 풀밭에 어김없이 나타나 우리 눈길을 끌었습니다. 잡으려면 폴짝 뛰어 도망가고 또 잡으려 하고. 그렇게 가을은 익어갔습니다. 한쪽에서는 메뚜기 ‘삼총사’도 만났습니다. 이 또한 그 관계를 알기 쉽지 않습니다. 이 또한 짝짓기 행위인지 모를 일입니다. 세 마리의 모습으로만 본다면 어미가 새끼들을 등에 업은 채 가을 산책에 나선 것인지. 형제 혹은 자매들이 서로 등을 부둥켜안은 채 가을 들녘에 나선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몸을 맡긴 채 따뜻한 태양빛을 가득 맡고 있었습니다. 세 마리가 한꺼번에 등에 달라붙어 있는 경우는 매우 보기 드문 광경이었습니다.


코스모스가 ‘블루 레볼루션’을 즐기고 있다.


‘파랑’은 모든 사물을 돋보이게 합니다. 파란색을 배경으로 하면 그 앞에 서 있는 물체들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마당 잔디밭에 드러누워 ‘블루’를 배경으로 꽃들을 찍어 봅니다. 먼저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가을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그 모습이 더욱 선명히 다가옵니다. 이 코스모스는 내게는 의미가 큰 코스모스입니다. 2011년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 가져온 코스모스입니다. 그때는 한 그루였는데 몇 년 지나는 사이 마당 곳곳에 씨를 퍼트려 ‘코스모스 꽃밭’으로 변했습니다. 당시 아들이 가져온 코스모스를 두고 이런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코스모스


마당에 코스모스 웃고 있다

아홉 마디

구절초 옆에서


아이가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아홉 송이

꽃망울 만지며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던 길

아이는 홀로 서 있는

코스모스를 만났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부는 바람에 말없이 나부껴

잠자리는 익은 벼에만 내려앉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아


아이는 코스모스를 만져본다

손끝에

일어나는 외로운 바람


내가 봤어

가져왔어

외로워 보여서


집에 갖다 놓으면 외롭지 않아

집에 온 코스모스가 웃고 있다

에 구절초 있어


아이의 따뜻한 손 있고

잠자리도 내려앉고


아이가

외로운 향기의 코스모스를

뽀송한 손끝으로

마당에 심어 주던 날

먼 하늘에서 가을이 달려오고 있었다


가을, 파란색의 혁명


거미도 파랑 배경 앞에 서면 돋보인다.


우리 가족에겐 특별한 코스모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 중3이 됐습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렀는데 가을의 파랑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일홍이 파랑 앞에 자태를 더욱 뽐내고 있다.

파랑은 코스모스뿐 아니라 다른 꽃들 모습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백일홍, 루드베키아를 가을 파랑 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했습니다. 파란색 속에 이들 꽃들이 스며들면서 ‘블루 레볼루션’을 연출합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거미줄을 치고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는 거미도 파랑 배경에 맑은 자태를 자신 있게 보여줍니다.


노란색 루드베키아와 파란 하늘.


가을입니다. 추석이 지나면 가을 하늘은 더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 것입니다. ‘블루 레볼루션’이 지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겨울이 조금씩 다가오는 시기입니다. 겨울은 ‘화이트 레볼루션(White Revolution)’으로 들어가는 시기입니다. 파란 하늘을 보고 즐기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잔디밭에 누워,

가만히 창가에 기대,

산책을 할 때,

간혹 스치는 바람을 느낄 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지금, 이 가을 하늘에 ‘블루 레볼루션’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메뚜기 ‘삼총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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