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타임머신’으로 과거로 가다

[기후변화 WITH YOU] 트럼프,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by 정종오

애써 객관적 사실을 무시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객관적 사실이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일어납니다. 이들은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과학적 데이터까지 ‘믿을 수 없다’는 말 한마디로 잘라 버립니다. 이런 지도자가 있는 나라는 제대로 굴러갈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지도자 덕목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도자라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지 않을까요.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체적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관련 데이터를 모으고 전문가 의견을 듣고, 이해관계에 있는 이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 판단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게 중요합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객관적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종족’에 속합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2015년 12월 전 세계 각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되지 않게 하자는 국제적 합의입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터무니없이 내뱉더니 급기야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협약에 참여할 필요가 없어 탈퇴한다”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데이터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고집스러운 모습만 드러냈습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데이터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에서 수십 년 동안 인공위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입니다. 자기 나라 과학자들이 만든 기후변화 데이터조차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기후변화는 사기! 사기!’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습니다. 왜 사기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트럼프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취임 이후 예산안을 만들 때 NASA, NOAA,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등 과학과 환경 관련 기관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해 버렸습니다. 과학에 투자할 돈 있으면 다른데 쓰겠다는 것을 표명한 겁니다. 트럼프를 두고 ‘무지몽매(無知蒙昧)’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평가일까요.


기후변화 데이터

미래를 경고하다


NASA 글로벌 기후변화 사이트는 최근 ‘기후 타임머신(Climate Time Machine)’을 내놓았습니다. 지구의 핵심 기후 지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이 데이터를 접하면 기후변화가 그동안 얼마나 진행됐고 앞으로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기후 타임머신’으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까요.


해빙(Sea Ice)

점점 줄고 있다

1979년 이후 북극 해빙은 점점 줄고 있다. 1979년, 2012년, 2018년 북극 9월의 해빙 규모(위쪽부터).[자료제공=NASA]


북극 해빙(바다 얼음)은 지구 기후변화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지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얼음이 적당량 있어야 지구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줍니다. 최근 북극 해빙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쳐 여름철에 더 덥고 겨울철에 더 추운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NASA는 ‘기후 타임머신’으로 먼저 해빙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북극은 3월에 해빙이 최대 규모로 확장됐다가 여름이 되는 매년 9월쯤 최소 규모를 보입니다. 이번에 NASA가 제시한 ‘타임머신’은 1979년 이후 매년 북극의 최소 규모를 비교한 이미지입니다. 1979년에 북극에 넓게 펼쳐져 있었던 9월 해빙 최소 규모가 2012년에 가장 적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에는 2012년보다는 조금 증가했는데 1979년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규모를 보였습니다.


해수면(Sea Level)

땅이 물에 잠긴다

해수면이 0m, 3m, 6m 높아졌을 때(위쪽부터) 미국 남동부의 변화 시뮬레이션. 붉은 부분은 잠기는 곳을 말한다.[자료제공=NASA]


NASA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1~6m까지 높아졌을 때 어떤 곳이 물에 잠기는 지를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그린란드 빙하가 녹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공위성 관측을 통해 수집된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는다고 가정하면 그 녹은 물의 양은 해수면을 5~7m 정도 상승시킬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국 남동부 지역을 예로 들었습니다. 해수면이 0m일 때를 보면 마이애미 지역은 몇몇 해변과 섬들이 조금 잠기는 것에 머뭅니다. 3m 정도 높아졌을 때를 가정해 보죠. 이때 마이애미는 거의 물에 잠기고 위쪽으로 뉴올리언스도 내륙 깊숙한 곳까지 바닷물이 침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6m가 됐을 때는 마이애미를 지나 플로리다 지역 해변이 모두 침수되고 해변의 도시들이 잠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륙 곳곳도 바닷물 속으로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알려줍니다.‘워터월드(Water World)’가 현실화되는 것이죠.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한계치 넘었다

2002년(위쪽)보다 2016년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제공=NASA]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2년 360PP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구는 옅은 파란색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붉게 치솟았고 400PPM을 넘어서더니 현재 409PPM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지구가 자정 능력을 가질 수 있는 한계치로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을 꼽았습니다. 현재 이 한계치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이미 지구가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지구 온도(Global Temperature)

점점 뜨거워진다

1884년(위쪽)과 2016년을 비교한 지구 온도. 갈수록 온도가 높아져 붉은 색이 늘어났다.[자료제공=NASA]


근대 기상 관련 데이터는 1884년부터 기록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매년 평균 기온을 측정해 보면 ‘1884년 기록 이래 최고’라는 말이 거듭 인용되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상승되지 않게 하는 ‘1.5도 특별 보고서’까지 내놓았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이대로 간다면 2도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경고에 해당됩니다.


자기 나라 과학자도 안 믿는

무지한 대통령, 트럼프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외침을 외면하는 트럼프는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무지몽매한 대통령’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 과학계에서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체 탄핵’을 내린 상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협력해 공동 전선을 만들어도 부족한 판에 가장 중요한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도자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기후변화 ‘사기극’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미국은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표지 사진은 2015년 9월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 호를 타고 북극을 취재할 때 찍은 해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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