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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pr 12. 2020

멕시코 칸쿤의 변화는 무죄일까?

[기후변화 WITH YOU] 경제개발과 성장 뒤엔 고통이 뒤따른다


1985년 인공위성이 찍은 멕시코 칸쿤. 건물보다 녹지가 더 많다.[사진=-NASA]

한 노인이 어린 손자 손을 잡고 마을 뒷동산에 올랐다. 뒷동산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낮은 언덕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곳이 지금으로서는 자연이 만든 가장 높은 곳이다. 예전에는 가장 높은 산이었는데. 그 언덕에는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 기구가 마련돼 있다. 허리를 돌리거나 팔, 다리 운동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몇몇 사람이 다리를 앞뒤로 흔들거나 허리를 비틀며 운동을 하고 있다. 노인은 아이와 함께 긴 벤치에 앉았다. 노인은 아이에게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며 천천히 그렸다. 그 손가락에 걸리는 것은 온통 높은 빌딩뿐이었다.

“예전에는 말이야, 여기가 온통 논밭이었다. 봄에는 개구리 소리로 가득했고, 여름에는 초록 벼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가을에는 노란빛 벼들이 앞다퉈 익어가는 곳이었지. 황금 물결이 그립구나. 할애비가 어릴 때는 논에서 미꾸라지도 잡곤 했지. 지금은 이렇게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뿐이지만.”

예전에 이곳은 논과 밭이었다니. 아이에겐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추억 속 그곳과 아이의 지금 이곳을 비교하기에는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노인과 아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KF94 마스크이다. 아까 노인이 손가락으로 그렸던 빌딩 숲은 맑지 않았다. 오늘 초미세먼지 ‘나쁨’이란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희뿌연 먼지로 도시는 물들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면 마스크든, KF80이든 봄철 미세먼지가 안 좋을 때 쓰면 된다고 하더니 이젠 KF94를 써야 한다고 의사들이 조언했다. 

“할아버지! 그때는 그럼 마스크를 쓰지 않았어요?”

“마스크? 그땐 마스크 없었지. 개구리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논밭으로 나가 개구리를 잡으면서 놀았고. 초록 벼들이 바람에 일렁이면 소쿠리나 뜰채를 들고서 미꾸라지를 잡았고. 노란 벼들이 익어가는 가을에는 메뚜기를 잡으러 논을 온통 헤집고 다녔단다. 그때는 미세먼지도, 황사도, 이런 마스크도 전혀 없었단다. 넉넉하지는 않았는데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지.”


지금부터 50년 전, 그곳엔.

“하얀 모래언덕과 맹그로브 숲이었다”

멕시코 칸쿤(Cancún)은 알려지지 않은 마을에 불과했다. 당시 인구는 약 100명 수준이었다. 시골 마을이었다. 칸쿤은 멕시코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 있었다. 조금은 이상하게 생긴 모래언덕과 하얀 해변, 맹그로브, 뱀이 우글거리는 정글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곳엔.

“연평균 관광객 200만 명, 오염이 넘친다”

랜드샛8 위성이 2019년 찍은 칸쿤. 숲이 없어지고 빌딩이 들어섰다.[사진=NASA]

칸쿤은 옛 모습을 찾기 힘들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뀔 동안 칸쿤의 변화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칸쿤은 현재 멕시코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다. 이 성장은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었다.

1960년대 말, 멕시코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관광 산업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관광 산업만큼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완벽한 장소를 찾기 위해 정부 관료들은 마이애미비치와 아카풀코 등에 있는 성공한 리조트를 대상으로 통계 분석을 했다. 정부 관료들은 다른 지역에 대한 통계 자료도 모으기 시작했다. 관광객 수, 호텔 규모, 평균 기온, 강수량 등을 컴퓨터로 수집했다. 물론 허리케인이 1년에 몇 번 정도 오는지도 파악했다. 허리케인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멕시코 정부는 새로운 리조트 타운 후보지를 선택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멕시코 해변을 따라 약 1만 km에 이르는 후보 지역을 방문했다. 해변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영이 가능하고 주변 경관이 매우 좋은 곳을 분석했다. 

이런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멕시코는 칸쿤을 선택했다. 칸쿤은 1년 내내 좋은 날씨와 푸른 바다, 하얀 모래 해변으로 손색이 없었다. 주변에 마야 유적지가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됐다. 당시 칸쿤은 매우 빈곤했고 산업 시설이 없다는 것도 하나의 선택 요소였다.

1970년 1월 기술자들이 칸쿤에 도착했고 빠르게 리조트 타운 건설이 시작됐다. 1974년 9월 칸쿤에 첫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은 계속 늘어났고 1974년 칸쿤을 찾은 관광객은 10만 명에 이르렀다. 그렇게 성장한 칸쿤은 현재 연 관광객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멕시코 관광객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측은 최근 칸쿤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1985년 3월 28일 모습과 2019년 4월 11일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다. 랜드샛 8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이다. 

1980년대 말 칸쿤 인구는 약 12만 명. 2015년에 공식 분석된 칸쿤 인구는 74만 명에 이르렀다. 칸쿤에 있는 대부분 호텔은 27km 해변을 따라 위치했다. 이른바 이곳은 ‘호텔 존( Hotel Zone)’이라 부른다. 수많은 호텔이 해변에 길게 늘어서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고속 성장 뒤에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데 있다. 성장에만 주목한 나머지 환경보호와 정화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칸쿤의 가장 큰 환경 문제는 물 오염이다. 호텔에서 나오는 하수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칸쿤의 물 오염의 95%는 호텔 오염수 때문이다.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는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때문에 해양 생태계 산성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쓰레기가 넘치고 수많은 쓰레기가 불법적으로 처리되고 있다.

1985년과 2019년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해변 침식 또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5년의 해변과 2019년 것을 비교해 보면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있다. 호텔 건립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해변이 침식되고 있다. 이는 지역 산호초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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