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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pr 17. 2020

가뭄은 ‘지구의 죽음’이다, 남태평양엔 사이클론 상륙

[기후변화 WITH YOU] ‘메가 가뭄’과 ‘사이클론’

2007년 호주 여름 가뭄 당시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의 한 들판이 메말라 있다. [사진=사이언스/JASON EDWARDS/NG IMAGE SALES]

“가뭄은 ‘지구의 죽음(Death Of the Earth)’이다.”

T.S. 엘리엇(Eliot)은 이렇게 썼다. 가뭄은 생명에 줄 수 있는 물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물 부족으로 작물이 시든다. 나무가 죽는다. 강과 호수가 메마른다. 기근에 시달린다. 인류는 점점 설 땅을 잃는다.

전 세계 주요 문명은 물과 관련 있는 곳에서 발생했다. 이집트(나일강), 메소포타미아(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인더스강), 황하(황하강) 문명 등이 그렇다. 물이 있는 곳에서 인류는 번성했다. 그것도 아니면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관개시설 마련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가뭄은 ‘지구의 죽음(Death Of the Earth)’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기후변화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인류는 고통에 빠져들고 있다. 지하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지는 가뭄으로 사람과 환경이 바뀌고 있다. 지구 가열화(Heating)가 가속화되면서 이젠 가뭄도 그냥 가뭄에 머물지 않는다. 이른바 ‘메가 가뭄(Mega Drought)’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 같은 거대 가뭄은 단지 목마르고 식물이 말라비틀어지는 비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천만 명 인류가 기근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몰살되는 위기감까지 느껴지고 있다.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 지는 16일(현지 시각) 이 같은 가뭄을 특집 기사로 다뤘다. 가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짚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기후위험센터(Climate Hazards Center)는 ‘인도주의 지구 시스템 과학(humanitarian earth system science)’을 실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국제개발처(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후위험센터는 기본 기상 모니터링에서 가뭄과 기근이 발생하기 몇 개월 전에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밑바탕으로 ‘기근 조기 경보시스템 네트워크(Famine Early Warning Systems Network)’를 구축하고 매년 USAID와 40억 달러(약 4조8680억)를 원조하고 있다. 

USAID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은 약 8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로 본다면 약 8500만 명에 이른다. 지구 가열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지구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가뭄과 폭풍은 전 대륙에 걸쳐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폭풍과 가뭄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돼 대책 마련에 국제지구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이언스 지는 이 같은 가뭄을 해결하고 지구 가열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 사실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지구 가열화 데이터를 도입해 보면 미래 가뭄은 ‘메가 가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언스 지는 “미래에 다가올 가뭄은 최근 수십 년 동안보다 더 자주,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가뭄 위험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실가스가 줄어들면 지구 가열화가 멈출 것이고, 지구 가열화가 약화하면 가뭄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가뭄으로 나무가 말라죽는 것은 생물 다양성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됐다. 나무는 지상 생물 다양성을 만드는 이른바 ‘기초시설’에 해당된다.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를 만들어 낸다. 높은 캐노피를 만들어 그 밑에서 다른 생물들이 자랄 수 있는 보호막도 형성해 준다. 이 같은 나무는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게 바로 ‘물’이다. 나무는 물 스트레스가 심하면 곧바로 고사해 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이언스 지는 “지구의 지상 생물 다양성에 절대적 역할을 하는 나무가 가뭄으로 고사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며 “나무의 ‘물 스트레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뭄에 대처하는 전 세계 시스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가뭄 연구는 특정 지역에 집중돼 이뤄졌다. 유럽과 미국, 전 세계 열대우림의 중심인 아마존 지역 등이었다. 사이언스 지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위험지역은 지금 매우 넓게 퍼지고 있다”며 “가뭄에 대해 예측하고 사전에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전 세계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에 사이클론까지, 설상가상 남태평양

인공위성이 촬영한 해럴드. 바누아투 지역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WMO]

열대성 저기압 사이클론으로 남태평양 도서국이 큰 어려움이 직면하고 있다. 최근 피지, 통가, 솔로몬제도, 바누아투에 사이클론 ‘해럴드’가 강타했다. 최고 카테고리5 등급까지 발전한 ‘해럴드(Harold)’는 통과하는 지역을 초토화시켰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열대성 사이클론까지 덮치면서 남태평양 도서 국가의 경우 생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공중보건 위기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대부분 저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사이클론이 닥치면 폭풍에 따른 피해뿐 아니라 홍수, 높은 파도 등으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은 “바누아투, 피지, 솔로몬제도, 통가왕국에서 이번 사이클론으로 생명을 잃고 재산 피해가 일어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사이클론이 다가오기 전에 경고 시스템과 각국의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UN도 남태평양 각국이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큰 위기 앞에 서 있다”며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와 관련된 피해가 발생한 나라에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열대성 사이클론에 대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하고 있고 강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홍수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위기경보도 포함된다. 피지, 통가, 솔로몬제도 등에 대한 열대성 사이클론 데이터는 WMO 열대 사이클론위원회를 통해 정보가 제공된다. 특히 WMO가 지원하는 ‘기후 위기와 조기 경보 시스템 (CREWS)’은 태평양 제도에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고 복원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해럴드’는 지난 4월 1~4일 사이에 폭우, 폭풍, 높은 파도, 해일을 포함한 해안 홍수로 솔로몬제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해럴드’는 힘을 키워 카테고리5까지 등급이 높아졌다. 솔로몬제도에 사는 약 5만9000명이 직간접적으로 이번 사이클론으로 피해를 보았다. 최근 솔로몬제도는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한 비상상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클론까지 겹치면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WMO는 진단했다. 높은 파도 속에서 페리에 타고 있던 승객 27명이 실종되기도 했다.

솔로몬제도에 이어 ‘해럴드’는 바누아투에 상륙했다. 이때 해럴드는 카테고리5 등급이었다. 최고 풍속은 시속 200km에까지 달했다. 바누아투 북쪽 지역은 특히 최악이었다. 폭우와 범람이 이어지면서 전력과 통신 시설이 파괴됐고 주택과 도로는 물론 농경지까지 침수하는 등 대형 피해가 이어졌다.

바누아투 산마(Sanma) 지역에서는 인구의 90%가 집을 잃었고 학교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보았다. 바누아투에서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약 15만9474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WMO 측은 “바누아투는 ‘해럴드’가 오기 전에도 코로나19, 화산재, 홍수 등 3대 국가재난관리를 하던 중이었다”고 진단했다.

바누아투 국가재난 당국은 특히 이번 재난으로 사람들이 대피 센터로 갈 수 있도록 5명 이상의 공개 모임을 금지했던 조항을 풀어야 했다. 여기에 바누아투 정부는 인도주의 인력과 구호 품목의 이동을 위해 여행 제한도 완화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사이클론이 겹치면서 코로나19 방역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피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14일 현재 피지 국민 1541명 정도가 52개 대피 센터에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지 정부는 대피 센터에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지침은 그대로 실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WMO가 지원하는 CREWS이 강화되더라도 이들 남태평양 도서 국가의 경우 사이클론 파괴력에 완벽히 대비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이클론 ‘해럴드’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제한을 하는 상황에서 발생해 이들 국가의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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