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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pr 30. 2020

‘고약한 바이러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찾아서

[치유 WITH YOU] 변화무쌍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매일 하는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를 두고 ‘고약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지난 4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권 부본부장은 “"영국과 유럽 등 지침을 보면 코로나19 생존력과 관련해 실내에서 에어컨을 틀면 5일 동안 생존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력이 오래간다고 한다. 고약한 바이러스이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고약한 바이러스’”

현미경으로 본 코로나19 바이러스.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AP/Shutterstock]


지금 인류는 ‘고약한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4월 30일 현재 전 세계 확진자는 319만5316명, 사망자 22만7705명에 이른다. 치명률이 7.12%에 달하고 있다. 권 부본부장이 ‘고약한 바이러스’라고 표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임상이 매우 다양해 종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가장 특이한 것은 무증상이 많다는 점이다. 많게는 한 집단에서 30% 가까이 무증상인 경우도 확인됐다. 또 증상이 본격적으로 발현되기 이틀 전부터 바이러스 배출이 엄청나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즉 아프기 시작한 이전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배출된 이후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가 된 이후 격리 해제된 이후 재양성으로 판정받는 사례도 많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바이러스’인 셈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치료제, 렘데시비르

코로나19 환자 빠르게 회복, 치명률도 낮춰”

     

길리아드가 만든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 회복을 앞당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사이언스/길리아드]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와 백신은 없다. 기존에 나와 있는 관련 제품에 대한 ‘약물 재창출’로 대응하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즉 다른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라 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들이다. 

새로운 연구결과 미국 길리아드가 만든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코로나19(COVID-19)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다. 과학 전문매체 사이언스지는 29일(현지 시각) 렘데시비르를 처방받은 코로나19 환자는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회복이 빨랐다고 전했다. 렘데시비르를 처방받은 환자는 평균 11일 만에 회복됐다. 반면 위약을 처방받은 대조군은 15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장도 “(렘데시비르의)이 같은 31%의 개선이 100%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데 어쨌든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렘데시비르를 처방받은 이들에게서는 치명률도 낮았다. 렘데시비르 처방을 받은 이들에게서는 치명률이 8%에 머물렀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11.6%로 나타났다. 약 3% 포인트 정도 치명률이 낮은 결과를 보였다.      


“렘데시비르 부작용도 있어, 전체 임상시험 기다려야

FDA 긴급 승인 심사 앞두고 있어”     


다만 아직 이번 렘데시비르 연구결과와 관련해 논문으로 정식 출판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에 참여한 에모리대학의 카를로스 델 리오(Carlos del Rio) 전염병 임상의는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좋은 신호이긴 한데 흥분할 것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보다 더 나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에 대한 것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히드 바델리아(Nahid Bhadelia) 보스턴 의대 교수는 “렘데시비르는 감염 초기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렘데시비르 처방에 있어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고 있는데 빈혈과 같은 혈액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안전한 처방을 위해서는 부작용에 대한 것도 빠짐없이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 부분을 좀 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앨라배마대학 마이클 사그(Michael Saag) 전염병 전문가는 “진행 중인 질환에 렘데시비르가 드라마틱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효과가 있다면 희망을 줄 수 있다”며 “감염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고 더 나은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그다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렘데시비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승인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응급 사용으로 승인받아야 하며 약물을 투여받는 환자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나라도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중

이르면 5월 중 결과 나올 듯”     


우리나라도 렘데시비르 약물 재창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국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중증환자 75명, 중등도 환자 120명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환자에 관한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미국 NIH가 주도하고 서울대병원이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는 건이다. 이 연구 결과는 5월 중순쯤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권 부본부장은 전했다. 

권 부본부장은 “일부 긍정적 결과에 대해 언급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체 결과가 나오면 렘데시비르의 임상 결과가 정리될 것이고 국내에서도 이런 치료제가 긴급 사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권 부본부장도 현재 시점에서 렘데시비르에 대한 전체 임상시험이 집계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백신, 8가지 종류로 개발되고 있어

최소한 18개월은 걸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8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사진=네이처]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인류는 백신을 접종받는다. 태어나서 정기적으로 꼭 맞아야 하는 예방 접종 목록이 있다. 어떤 질병에 걸리면 치료제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같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전 세계를 공포로 밀어 넣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백신 종류에는 총 8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바이러스성 벡터, 핵산, 단백질 기반 백신 각각 2종류씩 8가지이다.

과학 전문매체 네이처지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전 세계 회사와 대학 연구팀 90개 이상이 백신을 개발 중”이라며 “6개 그룹의 경우 이미 자원 봉사자에게 백신을 주입하기 시작했고 다른 팀들도 동물 실험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의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항원(병원체)을 신체에 주입한다. 이때 항원은 여러 방법을 통해 만들 수 있다.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면역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첫 번째 후보군인 바이러스 백신(Virus vaccines)은 전 세계적으로 7개 팀이 약화하거나 비활성화된 형태로 바이러스 자체를 사용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처 지는 “홍역과 소아마비 백신과 같은 많은 기존 백신이 바이러스 백신으로 만들어졌다”며 “광범위한 안전성 테스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베이징의 시노박 바이오테크(Sinovac Biotech)는 비활성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버전을 인간에게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성 벡터 백신은 약 25개 그룹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역 또는 아데노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를 유전적으로 조작돼 신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게 한다. 이를 신체에 주입한다. 조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은 약화해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세 번째 후보군인 핵산 백신은 전 세계 20개 팀이 연구를 시작하고 있다.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에 대해 유전자 지시(DNA 또는 RNA 형태)를 사용하려는 시도이다. 핵산은 인간 세포에 삽입된 다음 바이러스 단백질 복제를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단백질 기반 백신’에 대한 연구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을 직접 신체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네이처지는 “많은 연구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을 신체에 직접 주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백신 연구를 주도하는 10개 그룹 중 7개 정도(약 70%)는 산업 또는 민간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8가지 종류의 백신을 두고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네이처지는 전했다.

네이처 지는 “임상시험은 동물과 사람에 대한 작은 안전성 연구로 시작해 이후 백신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큰 임상 시험(보통 수천 명을 대상으로 마지막 임상 3상을 시험)이 있어야 한다”며 “연구원들은 이 단계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고 18개월 안에 백신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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