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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May 07. 2020

"마실 물도 부족한데 손은 어떻게 씻나"

[치유 WITH YOU] 아프리카와 코로나19

Q: “아프리카에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많나요?”

A: “2020년 5월 6일 현재 WHO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에서는 3만397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사망자는 120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7439, 알제리 4838, 나이지리아 2950, 가나 2719, 카메룬 2265, 기니 1811, 코트디부아르 1464, 세네갈 1329, 니제르 763, 콩고공화국 705명 등이다.”  

    

Q: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가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아프리카는 아직 가난한 국가들이 많다. 마실 물도 부족하다.  씻을 물도 없다. 매일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가구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씻고 손세정제로 소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먹을 물조차 없는데. 한 끼 걱정을 매일 해야 하는 판에 손소독제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지면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다가스카르.[사진=구글지도]


최근 아프리카에서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COVID-19)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서양에서 만든 약물이 아닌 아프리카에서 만든 약물 요법이다. 아프리카에서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유독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서양 의학에 대한 불신에 다급한 심정이 결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1일 프랑스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매우 ‘파렴치한’ 의견이 제시됐다. 프랑스 의료전문가들이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테스트해보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외신 보도를 보면 장 폴 미라 파리 코친병원 집중치료실장은 4월 1일 뉴스방송채널인 LCI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시약 연구를 한 사례가 있다”며 “마스크, 의약품, 집중치료실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무척 인종차별적 이야기를 이어갔다. 카밀 로히트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소장도 이 제안에 맞장구를 치면서 전 세계를 분노케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물요법’이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효능과 부작용이 증명되지 않은 약물은 자칫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오히려 바이러스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과학 매체인 사이언스 지는 최근 이 같은 경고성 메시지가 과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개발된 코로나19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약물 요법’을 마시는 장면까지 보도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해당 약물 요법은)아프리카 말라리아 내성을 키울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아직 그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몇몇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관련 약물을 주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아프리카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에 나온 ‘약물 요법’은 말라가시 응용연구소(IMRA. Malagasy Institute of Applied Research)에서 개발한 것이다. 주요 성분은 항말라리아 약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기원은 아시아에서 많이 자라는 이른바 ‘개똥쑥(Artemisia annua)’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리 라조엘리나(Andry Rajoelina)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직접 ‘약물 요법’을 마시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약품이 과학적 조사를 통과했고 2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과학적 조사’를 통과했다고 말했는데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이 ‘약물 요법’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IMRA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마다가스카르 국립 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Medicine of Madagascar)는 “해당 약품은 과학적 증거가 아직 정확하지 않다”며 “특히 어린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이라는 성명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경고에도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이 앞다퉈 관련 ‘약물 요법’을 들여올 것이라고 밝혀 눈길이 쏠린다. 탄자니아와 콩고 공화국 등은 “우리는 해당 약품을 비행기를 통해 들여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시닌은 매년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로 사망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약물이다. 케빈 마쉬(Kevin Marsh) 옥스퍼드대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에 있어 아프리카에서는 아르테미시닌에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이번 ‘약물 요법’으로 내성이 생긴다면 매우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하는 인원 중 90%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고 마쉬 박사는 강조했다.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아르테미시닌은 단독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내성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말라리아 치료를 위해 아르테미시닌을 단독으로 처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쉬 박사는 “이번 코로나19 ‘약물 요법’은 대규모 단일 요법 사용에 해당된다”며 “(내성을 키울 수 있어) 큰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마다가스카르는 15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자료=존스홉킨스대]

한편 아프리카 연합은 마다가스카르 정부에 이번 약물에 대해 관련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에도 아프리카에서 해당 약물에 관해 계속 연구하고 보급할 생각이 있음을 밝힌 셈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서양 의학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 3월 프랑스 과학자들인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아프리카 사람을 시험 대상으로 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이 뉴스는 아프리카에 급속히 확산하면서 서양에 대한 큰 분노로 이어졌다. 이번 ‘약물 요법’ 논란은 서양 의학에 대한 이 같은 불신과 매우 급한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희망이 결합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한편 6일(현지 시각) 현재 WHO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에서는 3만3973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사망자는 120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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