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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오 Aug 16. 2018

모래해변이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 WITH YOU]전 세계 24% 모래해변, 침식되고 있어

2016년 네덜란드 스히르모니코흐 섬. 모래해변이 커지고 있다.[사진제공=NASA]
1986년 스히르모니코흐 섬.[사진제공=NASA] 


여름이 끝나는 건가요. 무덥고 찌는 2018년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습니다. 말복인 오늘도 여전히 35도에 이르는 수은주를 보이고 있는데 아침, 저녁으론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지구는 태양을 365일 동안 공전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습니다. 태양에 가까울 때는 뜨겁고 멀어지면 추워지는 것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지구 공전궤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말이죠. 

조금 있으면 가을이 오고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적실 것입니다. 일찍 핀 코스모스도 있는데 아직 우리 집에 있는 코스모스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코스모스가 피고 가을이 왔음을 알려줄 것입니다. 

올여름에 바닷가를 찾으셨는지요. 올해는 폭염으로 많은 이들이 바다에 가는 대신 호텔을 선호했다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이른바 ‘호캉스’를 즐겼다는 것이죠. 호텔 수영장에서 더위를 피하고 편안한 휴식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나 봅니다. 밀려드는 손님들로 호텔은 북새통을 이뤘고 이용한 분들은 또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고 하더군요. 방은 청소가 돼 있지 않고 수영장은 몰려드는 인파로 발 담그기도 힘들었다는 이용자 후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이처럼 여가 활동과 휴가 모습조차 바꾸고 있습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중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모래해변이 가장 인상적이지 않을까요. 저녁에 지는 해를 보며 모래해변을 걷거나 아이들과 모래성을 쌓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합니다. 바닷물이 물러간 뒤에는 갯벌에서 게, 조개를 주우며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행복입니다.  

언젠가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꽃지해수욕장은 5km에 이르는 백사장이 더 넓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할배, 할매바위가 어우러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죠. 무심코 해변을 걷다가 발에 물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뭐지?’하며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어떤 사람이 얼굴까지 파묻고 모래 속에 들어있었습니다. 모래찜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눈동자만 똥그랗게 내놓는 바람에 사람이 그곳에 들어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밟은 나도 놀라고 밝힌 그도 놀라 서로 어색한 눈길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바다는 이처럼 많은 추억이 묻어 있는 곳입니다. 


전 세계 모래해변 24% 침식 중

보호 해양 구역 많아


최근 네덜란드 연구팀이 인공지능의 일종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해 연구한 결과 전 세계 모래해변이 조금 성장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모래해변 변화를 살펴봤더니 전체적으로 모래해변이 다소 늘어났다는 분석 자료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늘었는데 문제는 보호 해양 구역에서의 모래해변은 심각한 침식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름다운 모래해변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네덜란드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랜드샛(Landsat) 위성이 찍은 이미지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본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래, 바위, 얼음 해변 등 세 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이미지 분류 소프트웨어’에 입력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1984년부터 2016년까지 모래해변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해변 중 약 31%는 모래해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프리카가 가장 많은 모래해변을 갖고 있었는데 그 비율이 66%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유럽은 전체 해변 중 22%만이 모래해변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모래해변의 24%가 침식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매년 약 0.5m 이상씩 모래해변이 깎여 나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28%의 모래해변은 반면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고 나머지 48%는 성장도, 침식도 하지 않으며 안정적 모습을 보였습니다. NASA는 이번 연구를 인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모래해변이 침식되는 가장 심각한 일곱 군데 중 네 곳이 미국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래해변이 성장하고 있는 곳과 침식당하고 있는 곳의 사진을 보면 그 변화를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모래해변이 넓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네덜란드의 스히르모니코흐(Schiermonnikoog) 섬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래해변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1년에 무려 10m 이상씩 모래해변이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사를 검색해 보면 스히르모니코흐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미국 텍사스 주의 프리포트(Freeport) 남부 해변은 가장 많이 침식되고 있는 모래해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7km에 이르는 모래해변이 매년 약 15m씩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교 사진을 보면 바닷물이 지표면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는 네덜란드 독립연구소인 델타레스(Deltares)의 아르옌(Arjen Luijendijk) 박사입니다. 아르옌 박사 연구팀은 “호주와 아프리카 모래해변은 성장보다는 침식을 더 많이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아마도 인간 활동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되는데 앞으로 우리 연구 방향성도 인간 영향과 자연적 영향을 구분해 파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변 침식 증가

기후변화 탓도 있어


우리나라 모래해변 변화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의 2016년 연안침식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제주 서귀포시 수마포구·신양·표선·하모 해수욕장은 모두 연안 침식 단계(양호-보통-우려-심각)에서 2번째로 심각한 단계인 ‘우려’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주시 월정해변, 서귀포시 황우치 해변도 ‘우려’ 단계로 진단됐습니다. 동해안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갈수록 침식 현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안침식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그중 하나로 해수면 상승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해수면이 차츰 높아지면서 기존 모래해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모래해변 변화도 기후변화와 전혀 관계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극과 북극 얼음이 녹고 그린란드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줄어들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지표면을 잠식할 것이고 이에 따라 모래해변 변화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입니다.           

미국 텍사스 주의 프리포트(Freeport). 2015년에 찍었다. 모래해변이 많이 줄었다.[사진제공=NASA]


1987년 미국 텍사스 주의 프리포트(Freeport). [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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