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탐사대01_ 서귀포 범섬 본섬 앞 빛단풍돌산호 군락지와 꽃동산
범섬은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동에 속한 무인도인데, 법환포구로부터 남쪽으로 약 1.9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다. 육지에서 보면 본섬과 새끼섬이 동서로 길고 나란하며, 아랫면과 윗면이 평행한 사다리꼴처럼 보인다. 그러나 범섬은 동서 길이 450m, 남북 길이 580m로 남북이 긴 타원형이며 해발고도는 87m에 달한다. 2000년 서귀포 범섬과 문섬은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범섬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그 앞바다는 2004년에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연산호군락’으로 지정되었다. 범섬은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가 번식하는 남방한계선이고, 국내에서는 거문도와 제주도에서 확인된 박달목서 10여 그루가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깍아지른 주상절리, 파도와 바람이 만든 너른 파식대와 해식동굴이 제주바다 제1경이라 할만한다.
범섬 본섬의 북서쪽 파식대는 스쿠버다이버가 종종 섬다이빙을 하려고 상륙하는 곳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사리물때에는 파식대가 물속에 잠기기 때문에 섬 상륙에 조심해야 한다. 공기통을 매고 바닷속에 뛰어들면 수심 5미터 정도의 수중 직벽에서 편평하게 서서히 깊어진다. 직벽 아래에는 큰 바윗돌이 겹겹이 박혀 있고, 수심 10미터 이하에는 주먹 만한 조약돌과 모래가 섞여 있는 지형이다. 몇 해 전부터 겨울이 되면 이곳과 새끼섬 직벽은 홍조류의 일종인 ‘집게가지’가 넓게 분포하고 봄이 지나면 오른 수온에 녹아 떨어진다.
최근, 기후위기가 초래한 수온 상승은 제주 바다의 해수면과 수온을 크게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범섬 본섬 앞은 수온 상승과 함께 대표적인 열대 산호인 빛단풍돌산호가 번성하는 곳으로 ‘기후위기 민감지역’이라 할 만한다. 빛단풍돌산호는 아열대/열대지역에서 산호초(coral reef)를 만드는 조초산호인데, 제주 바다의 연산호 군락지와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빨강별총산호, 꽃총산호 등 연산호류를 기부에서부터 서서히 잠식해나가는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겹겹이 쌓인 ‘산호초’의 초기 형태도 볼 수 있다. 제주 바다의 특징적인 연산호 군락은 빛단풍돌산호, 그물코돌산호, 별빗돌산호와 같은 판상형 돌산호 군락지로 바뀌는 중이다. 호리병말미잘, 큰산호말미잘 등이 곧잘 관찰되고 방패연잎성게도 곳곳에 보인다.
문섬과 범섬에는 ‘꽃동산’이라는 다이빙 포인트가 한 곳씩 있다. 문섬 꽃동산은 본섬 불턱에서 50미터 정도 북쪽으로 수심 15~25미터에 이르는 연산호 꽃밭으로 자색수지맨드라미 대규모 군락지를 비롯해 다양한 연산호가 각양각색 모양새를 뽐낸다. 범섬 꽃동산은 범섬의 그곳과 달리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범섬 꽃동산에 가려면 ‘산호 가늠자’를 활용하면 된다. 범섬 본섬에서 입수해 왼쪽 어깨를 수중 직벽에 끼고 새끼섬을 돌면 길이와 폭 1.5m가 훌쩍 넘는 초록색의 큰 해송이 나타난다. 해송과 긴가지해송과 같은 각산호류는 보통 흰색, 회색 등을 띄는데 ‘초록 해송’은 문섬과 범섬에도 보기 드물게 희귀하다. ‘초록 해송’을 따라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으로 50여 미터 정도 진행하면, 둘레 20미터 높이 5미터 가량되는 수중여가 볼록하게 나타나는데 그 입구는 설문대할망이 사용했음직한 부채 모양의 노란색 둔한진총산호가 지키고 있다.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와 어우러진 둔한진총산호는 범섬 꽃동산에 숨겨진 절경이다.
범섬 꽃동산 수중여 아랫바위는 수심 13미터 정도되는데 틈새마다 분홍바다맨드라미와 큰수지맨드라미가 가득하고 틈 입구와 깊은 곳에는 주걱치, 세줄얼게비늘, 쏠배감펭, 가시복이 몰려있다. 빨강별총산호, 둥근컵산호, 콜리커수지맨드라미, 빛단풍돌산호, 별빗돌산호, 모래말미잘류 등 산호충류가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등으로 화려한 곳이다. 범섬 꽃동산은 둔한진총산호 수중여 아래 수심 15미터의 산호 군락지까지 포괄하는 범섬의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이다. 범섬 꽃동산 수중여의 동쪽으로 수심 25미터 구간에 NAUI 강사 윤석0을 기리는 묘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