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렸던 걸까 너무 자랐던 걸까
중간 없이 요동치는 마음이 너무나 버거워서
많이 버리고 다시 오려고,
정말로 다시 오려고 갔던
바다
때 묻지 않은 냄새
천천히 뭔가를 데려갈 것만 같은 묵직한 바람
어깨를 감싸 안는 그윽한 안개
낮게 들려오는 새 소리
아 여기선 정말 다 버려도 되겠구나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구나
버려지는 나를 감싸 안아줄 많은 것이 모두 다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노을이 다 져버리기 전에,
안개가 어둠에 모습을 감추기 전에,
모든 새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 어두운 건 아직 무서워서
조금은 부족한 나의 용기
바다를 보면 죽고 싶었던
끝나가는 연극에 죽고 싶었던
끝나가던 모든 것들에
나의 끝을 대입시켰던
피하기에 바빴던 그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