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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chyo May 24. 2020

바다


너무 어렸던 걸까 너무 자랐던 걸까

중간 없이 요동치는 마음이 너무나 버거워서

많이 버리고 다시 오려고,

정말로 다시 오려고 갔던

바다      


때 묻지 않은 냄새

천천히 뭔가를 데려갈 것만 같은 묵직한 바람

어깨를 감싸 안는 그윽한 안개

낮게 들려오는 새 소리     


아 여기선 정말 다 버려도 되겠구나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구나

버려지는 나를 감싸 안아줄 많은 것이 모두 다 나를 기다리고 있구나    

 

노을이 다 져버리기 전에,

안개가 어둠에 모습을 감추기 전에,

모든 새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 어두운 건 아직 무서워서

조금은 부족한 나의 용기      


바다를 보면 죽고 싶었던

끝나가는 연극에 죽고 싶었던

끝나가던 모든 것들에

나의 끝을 대입시켰던

피하기에 바빴던 그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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