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기지 못할 페이지

by Chochyo

정말 올해는 죽어야지 다짐했다


다양한 폭풍을 온몸으로 맞아가며

맞서고 넘어지고 저항 없이 져버리고

또 맞서보고 마지막 남은 감정에도 무너져 버리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 하는 여러 선택도 했으며


이번 여름을 덥다고 투정할 새도 없이

모든 게 소진되어 버린

거울 속의 혐오스러운 나 자신만 남은 채


겨울이 왔습니다.


일기장을 정리하다가 참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해는 행복한 날을 기점으로

그 해의 일기를 끝내버렸고,

또 어느 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우고 그해를 마무리했더군요


늘 일 년을 다 채우지 못한 채로요


그리고 일기장이 아닌 일기 조각으로 마무리되어 있었습니다. 행복하다고 여긴 지난날이 어리석게 느껴졌나 봅니다.


“너 어차피 곧 불행해져 그것도 엄청나게”


이런 감정으로 일기를 찢어버린 기억이 납니다.

마치 스스로를 비웃듯 말이죠


왜 저는 지난 행복에 수치심을 가질까요

그런데 왜 버리지는 못하고 몇 년을 쥐고 있을까요


이것도 정말 이번이 마지막 이어야 하는데


운명이 장난이라도 치듯

저의 과거에 너무나 큰 존재였던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반응하는 세 분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오래도록 고민하다

오늘은 26년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25년 12월부터 시작하지 않는 정말

26년 1월부터 시작인 것으로요


그리고 이번엔 쉽게 찢어지지 않는 재질로요

어떻게든 완결 지어보고 싶어 집니다.

이 페이지는 찢지 않으려고 종이에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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