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려다 질문만 잔뜩 생겼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은 맘 한 구석에 언제나 존재하는 숙제였다.
좌우가 대립해서 싸우는 정치판을 볼 때도,
한쪽에 마음이 간다 싶으면, 다른 쪽은 어떤 논리의 주장일까 궁금했고,
어제까지 맞다고 생각하던 사건이,
본질이 밝혀지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결국 내가 자라온 환경과 경험 속에서 학습되어 온 것이라,
아무리 객관적이고 싶어도 어느 지점 이상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스켑틱'
스켑틱은 한마디로 '회의주의'인데,
나는 '냉소주의'와 비슷하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이클 셔머, 제러드 다이아몬드, 리처드 도킨스 등의 회의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스켑틱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http://blog.naver.com/skepticmgz/220270056556
이런저런 글을 종합해보면, 스켑틱은 '과학적 합리주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다만, '일단 의심하고 본다'는 성향을 강조해서 '과학적 회의주의' 정도의 표현이 좀 더 알맞을 것 같고.
그리하여 읽게 된 스켑틱 3호.
리처드 도킨스의 대화를 읽으니, 여러 의문이 떠오른다.
도킨스는 창조론을 반대하고 진화론을 지지하는 이유로,
누군가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 누군가는 어떻게 왔느냐. 결국은 진화를 통해 나왔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결국 어딘가의 원시적 단세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호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아니다.
그렇게 치면, 도킨스가 말한 그 원시적 단세포는 어디서 왔을까?
이렇게 들어가다 보면 '최초’는 결국 물음표로 남게 되는데,
그 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Something(신?)’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할 때가 올 때까지 덮어둘 수밖에 없는 게 아닌지.
또, 도킨스는 '어떤 부족이 생명을 제물로 바친다' 면 지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과학원리를 관습 존중보다 우선시해야 한다고 확언한다.
저 풍습은 그 부족의 관습과 신뢰에 바탕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그런 걸까?
예를 들어,
한 때 아내는 남편의 소유물이었고, 노예는 주인의 소유물이었다.
상해를 입으면 피해자는 남편/노예주였고, 이것이 정의였다.
(미국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라고 나오는데 이를 작성한 대부분은 노예주였다.)
자, 이게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평등'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 지구에 함께 살고 있는 인간과 동물은 평등하면 왜 안 되는 걸까?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니까!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스켑틱에서 지속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과학적 방법'이다.
그럼, 과학은 정말 정의인 걸까.
과학도 평등과 마찬가지로, 보기에 따라 다른 하나의 신화일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뒤에 나오는 인공지능의 '특이점'을 넘어서면, 과학도 저차원적이고 구멍이 많은 하나의 논리인 것은 아닐까.
지금으로서는 가장 나아!라고 한다면 뭐.. 할 수 엄찌! :)
스켑틱 3권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나노기술, 계산의 특이점, 인공지능 연구 3 분야(연결주의, 계산주의, 로봇공학)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나노기술
- 결국 안개 같은 공기(분자상 재료들) 안에서도 뚝딱뚝딱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계산의 특이점 <computational singularity>
- 컴퓨터의 능력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지점
- 모든 인식의 한계를 넘어, 인간/삶/개인의 정체성/생존 등의 기본 개념까지 변화시키기 때문에, 그 이후에 우리는 지금의 삶의 형태대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임
연결주의
- 인공신경망과 두뇌 모델링(인공지능이 추구)에 기초가 되는 이론
- 소프트웨어는 무어의 법칙 <Moore’s law:컴퓨터 관련, 18개월마다 2배씩 빨라진다> 이 적용되지 않으며, 결과를 테스트할 길이 없어서 수정할 수도 없는 모호한 영역이라고 반박됨
계산주의
- 사람 뇌를 모사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론
- 한 문장 자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상황과 맥락에 있어 한 사람의 일생이 필요할 수도 있는 일, 논리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반박됨
- 상징 토대 문제 <symbol-grounding problem>, 프레임 문제 <frame problem>
어쩔 수 없이 곧 들이닥치는 방향성이라는 얘기와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인간은 궁금해해, 기계는 왜 궁금해해야 하지?)가 첨예하다.
그리고,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강한 인공지능이 우리의 실제 목표는 아녔구나'라고,
특히 인간의 뇌가 기계장치의 사고 모델로 적합하지 않다고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그렇지, 우리가 필요한 만큼만 개발하면 되는 거겠지.
하지만 인간의 탐구력과 그 사이드 이펙트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기에..
어찌 되었건, 일단 그 상황이 오면, 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침팬지에게 감옥을 탈출하려는 인간을 막도록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한편 도킨스는 "기계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된다 해도, 이것이 바로 발전이므로 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한다.
ㅎㅎ 쿨한데?
데카르트 명언의 인과관계를 뒤집은 회의주의 선언, 좀 그럴듯하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교수가 정리한 종교와 과학의 도표로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사람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