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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Oct 31. 2016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The Improbability Principle - David Hand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원제 : The Improbability Principle)

자연 과학서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가 된 책.


저자인 데이비드 핸드는, '통계' 쪽에서 알아주는 분.
- 2002년, 통계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Guy Medal 수상
- 2008년부터, 왕립통계학회(Royal Statistical Society) 회장
- 2013년, 대영 제국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 수상
-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 헤지펀드 중 하나인 Winton Capital Management의 고문


이 책은 세상의 신기한 사건들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를 밝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연은 통계적으로 있을만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오해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는 '나' 그리고 '지금'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가 겪고 '내'가 생각하기 때문에, 

70억 중에 하나일 뿐인 나에게 발생한 일을 과대평가하고,

70억이 몇 백 년 동안 겪어온 시간 대비, 나의 '지금'을 확대 해석한다.


또 하나,

지금까지 우리는 이렇게 오해하면서 살면 편안한 환경이었기에 이렇게 적응한 것일 수 있다.

많은 것에 큰 변화가 다가오는 시점에, 이제 다른 방식의 '오해'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


돌아와서. 

우리가 통계에 대해 잘 모르던 시대에는 미신이나 종교, 예언으로 

설명하기 힘든 우연한 일들을 설명해왔다.

그 후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특별하지 않다(천동설->지동설)'고,

'우리는 특별하다' 벽을 깬 후에는,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생겼다.


그렇게 정리해낸 우연의 5법칙을 살펴보자.




우연은 5가지 법칙에 따라 설명이 가능하다.


1. 필연성의 법칙 : 결국 그중에 하나다

- 주사위를 던지면 '수'가 나온다. 

- 모든 번호를 다 사면 복권에 '당첨' 된다.

결국 그 일은 일어날 일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것.


합리적인 사기꾼은 이 법칙을 이용한다. 

아무 주식이나 골라서, 1024명에게 주식 등락을 예측한다. 

512명에게는 오른다, 512명에게는 떨어진다고 전한다.

다음날 틀린 쪽 512명은 버리고, 맞춘 512명을 대상으로 다시 256에게는 오른다, 265에게는 떨어진다고 예측한다.

이렇게 10번 반복하면.

최종 1명에게 나는, 10번을 모두 맞춘 사람이 된다. 

그럼 그 사람은 내가 '뭔가 신묘한 능력'을 가졌다고 믿기 쉽겠지.

그리고 내게 투자할 것을 요구하면! 참 쉽죠?


2. 아주 큰 수의 법칙 : 엄청 많은 기회가 있었고 내가 겪은 것은 그중 하나일 뿐.

네 잎 클로버를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십 수 번씩 네 잎 클로버를 찾았고 한번 찾을 때 백여 개씩 들여다보지 않겠나.

그중에 네 잎 클로버가 안 나오면 그게 더 신기하지.


23명만 모이면,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없을 확률보다 높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1/365을 직관적으로 떠올리지만,

내가 아닌 그 어떤 두 명씩 조합하는 확률을 포함하면 훌쩍 커진다.


3. 선택의 법칙 : 놀라운 그것만 기억한다

어떻게! 나 요즘 피부에 트러블 있는데 피부과 광고를 보냈지?

착각하고 있다. 그냥 무작위로 300만 통 쏜 거다. 게다가 내가 관심 있으니 그게 눈에 띈 거다.


조심해야 할 예가 여럿 있다.

CCTV 효과를 검증하려고 랜덤 하게 600곳에 사고를 조사해서 사고가 제일 많이 나는 100곳에 CCTV를 설치했다.

그러고 나서 조사를 해보니 사고가 반으로 줄은 것이 아닌가!

"오 CCTV 효과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사고가 평균 이상 많이 발생한 곳을 골랐기 때문에 사고 수치가 정상 평균으로 돌아온 거다.

최초에 사고가 제일 적게 난 곳 100곳에서는 그 후에 사고가 더 많이 났을 것이다.

대조군이 필요한 이유다.


또, 약 효능 실험을 할 경우,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병이 나아 버린 사람은 더 이상 실험하러 올 필요성을 못 느껴 도중하차한다.

끝까지 진행한 사람은 약효를 못 본 사람들이다. 

이렇게 실험을 통해, 약효는 실제보다 안 좋게 평가된다. (탈퇴편향)


설문조사를 하면서 "당신은 설문조사를 열심히 해주는 편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예" 가 많지 않겠나.

설문과 통계. 항상 긴장해야 한다.


그 역술인이 신통하게 잘 맞춘다만, 틀린 사람들은 신통하다고 말을 전하지 않는다. 

맞은 사람들만 바이럴을 해 줄 뿐.


4. 확률 지렛대의 법칙 : 나비 효과

상황이 미세하게 바뀌어도 결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과학이론이 데이터와 일치하지 않는다면, 이론이 틀렸거나 데이터가 틀린 것을 의심해야 한다.

주식시장에 10만 년에 한 번 일어나야 할 일이 반복되고 있다면, 그건 모형이 틀린 거다. 신기한 일이 계속 생기는 게 아니다.


5. 충분함의 법칙 : 그것도 대강 맞는 거라고 치자.

3일 연속 동물 꿈을 꾸다니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이 사람, 계란 꿈도 동물로 치고, 소시지도 동물로 치고, 사람도 동물로 치면, '안동물' 꿈이 어딨대.




이렇게 5가지 법칙을 가지고 우리는 우연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이 객관적 법칙 이외에도, 

우리는 인지적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 내용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대부분을 차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마침 얼마 전 써둔 리뷰가 있으니 참고.

https://brunch.co.kr/@greenful/22




책에서는, 다양한 법칙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이 재미가 쏠쏠하다.

보렐의 법칙, 소드의 법칙, 사후설명 편향, 수비학, 자기 충족 예언 등등 지적 허영을 채워주는 많은 법칙이 쉬운 설명과 함께 나온다.  


그중 '스타글러의 명명법칙' 도 재미있었는데,

이 세상의 법칙은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깐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처음 말한 사람의 얘기는 보통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테니까.



원서의 이름은 The Improbability Principle.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번역서 제목에 나는 한 표 던진다. (센스쟁이!)


그리고, 

원서의 커버이미지는 이렇게 생겼다. 커버에 대해서는 원서 쪽에 한 표.


어떻게 A가 들어간 일반명사가 트럼프 짝에 딱 맞게 4개지!! 

라고 감탄을 해보자.


우연은 이렇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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