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by 김연수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뷰, 사건을 해석하는 다양한 논조에 대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겪는다.
크게는 트럼프나 촛불 VS 태극기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오늘 아침 서로 자리 돌아앉아 잠깐 나누었던 스크럼 미팅까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항상 인지하고 있었던 이 진실을,
사람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런 방식으로 대입해 보지는 않았다.
'첫인상이 중요하지', '일단 친해지면 달리 보인다니까. 문제점으로 보였던 부분도 다 이해가 되곤 해.'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사람대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마치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처럼 사람들을 해석해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느낀 이 책은, 사람은 더더욱 모호한 존재며 다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메세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현재 어떤 환경속에서 어떤 사람들이 얘기하는 어떤 얘기들을 듣는다면,
한 명의 사람을 A로도 Z로도 해석해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렇다면 결국 남는, 진정한 그 사람은 누구냐는 의문.
또 하나 재미있게 따라간 소재는 입체 누드사진.
화자의 아바타같기도 했던 그 놈의 입체 누드사진.
코르넬리스 렐리로 기억의 저편에서 떠오른 후, 먼 타국에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게 된 그 입체 누드 사진 이야기를 160페이지를 거쳐, 소설의 끝까지 안고 가는데,
과연 작가에게 입체 누드사진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스토리에 푹 빠져 읽어가지는 못했으나, 중간중간 나오는 묘사들에 곱씹어 보게 되었다.
아래는 내게 의미있었던, 인생을 해석하는 다양성에 대한 묘사들.
-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 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 순간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 몇 개의 문장으로 자신의 일생을 요약한 글을 모두 다 썼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는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꾸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는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꾸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세계가 탄생했다.
-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이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인 사실을 믿자!
- "가능하면 제일 높은 건물로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그게 내가 살아온 삶이 되는 걸까요?"
지금은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사니까. 처음에는 실제로, 그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 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 우리는 가끔씩 우리 자신의 바깥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