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욕심이 될 때까지

브런치를 통해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

by 초록테이블

이놈의 용기란 녀석은 매일 한 곳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바람에 저는 용기가 생겼다 놓쳤다 합니다. 겨우 잡아놓으려고 스스로에게 '파이팅' 메시지도 보내고 '난 할 수 있다' 세뇌도 해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어김없이 좌절하고 말아요.


비슷한 분야의 업무를 거의 이십 년을 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도 했지만 늘 자신이 없고 밑천이 드러날까 겁이 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지인에게 하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해요. 조금 떨어져서 저를 본다고 생각하면, 저도 이렇게까지 겁을 먹는 제가 이해가 잘 안 되긴 합니다. 좀 자신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완벽주의자 성향 때문이라고 하지만, 계속 두드리고 다듬어야 완벽한 결과물이 되는 법인데, 완벽해서 도망가고 싶어 진다는 것은 말만 번지르르한 핑계 같습니다.


딱 한 번만 부끄러우면 그다음부터는 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브런치에 몇 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에게 들려주려고 썼던 짧은 동화였어요. 쓸 당시에는 그럴싸하다고 생각했고 아이도 재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다시 보니 영 못 읽어줄 수준입니다. 새벽에 쓴 연애편지처럼 참기 힘들 정도로 오글거리더군요. 그래도 지우지는 않았습니다.


가끔은 누가 떠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발행하고 나서 생각해.

발행을 해야 누가 보던지 말 던 지 하지.

너보다 글 못 쓰는 사람도 많아.

쓴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거야.

쓰다 보면 더 잘 써지는 법이야. 과정이 필요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하고 싶은 거잖아.

어차피 안 쓸 것도 아니잖아.

누군가는 네 글에 공감할지도 몰라.

일단 발행하면 뭐든 1% 이상 가능해짐.

이건 제삼자의 입장에 선 제가, 저에게 해주는 말입니다. 떠밀어야 하는 사람이 저 자신인 건 알고 있거든요.


결국 용기를 내긴 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 글을 증거로 남기고 저는 그동안 써온 글을 발행할 것입니다.


2000자~3000자 내외의 글을 20여 편 이상 써서 책처럼 모아두었습니다. 그 글을 브런치에 올리려고 검토하고 고민하고 걱정하는 중입니다. 지금 쓰는 이 글이 100편 안에 선정된다면 저는 절대 무를 수가 없게 됩니다. 누가 떠밀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여기도 해당되네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쓸 수 있나 싶은 글들을 브런치에서 자주 만났습니다. 그들의 대담함이 존경스럽고 샘이 납니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거지? 나는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던 손에서 놓지 않는 노트가 한 권 있습니다. 그 노트를 펴고 무지하게 솔직한 글을 써본 적이 있어요. 시간이 지난 후 읽어본 글은 이건 뭐 감정쓰레기통인가, 상상과 허구의 하수구인가 싶었습니다. 정돈되지 않는 글과 그 안에서 꿈틀대는 내 감정들에 구역질이 났습니다. 분노와 슬픔은 거름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것들이 그대로 싹으로 돋아나 화단을 망치는 꼴이었습니다. 솔직한 글을 잘 읽히게 쓰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또 좌절. 좌절의 연속이라 무릎의 멍이 옅어질 새가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네. 계속 써야 하는 거잖아요. 네.

그래서 일단 매일 쓰고 있습니다. 글감이 생기면 바로 노션을 열고 메모를 해두기도 합니다. 나중에 대단한 책이 될 녀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단은 서랍을 만들어줍니다. 그러고 나서 몇 줄 써보고 몇 편 써보는 거죠. 아. 재미가 없네요. 내 글이면 적어도 나는 재밌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매일이 좌절의 과정입니다.


다행히 좌절의 경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정말 흥분되고 설레는 순간도 있었어요. 3000자 정도로 완성한 글 한편을 몇 명의 지인에게,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보여줬어요. 스스로를 진퇴양난의 상태에 둬 보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나 책 내려고. 사는 사람은 없더라도 뭐 기념이 될 수도 있고......" 쭈뼛대며 설명을 합니다.

"책 낸다고 마음먹은 것도 대단한 거야. 내가 열 권 살게." 지인의 응원을 들으니 괜히 쭈굴 하게 군 것 같아서 민망해지더군요. 그런데 저의 글을 읽은 지인들의 반응이 하나같이 예상밖이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거예요. 제가 놀라서 쳐다보니 "나 왜 눈물 나지?"하고 반문합니다. 눈물을 흘리는 지인들을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내가 글을 똑바로 쓴 건 맞나 싶기도 하고,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었나 되짚어보게도 되었고, 정성을 다해 한 자 한 자 읽어준 것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저는 분명 글을 담담하게 쓴 터라 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집에 돌아와서 소리를 내 읽어보았습니다. 아. 제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이상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내겠다고 마음을 먹고 보니, 글을 쓰는 것도 예전과 달리 끙끙대고 있습니다.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발표되고 나서 공부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주야장천 하는 꼴입니다. 줄줄 써지던 것도 괜히 주춤하고 저도 모르게 멋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계속 뭔가를 쓰고 있으니 아이가 뭐 하냐고 묻습니다. 글을 쓴다고 답하니 다시 묻네요.

"작가라도 되려고?"

아이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고백합니다.

"응. 작가 되어 보려고."

엄마가 그냥 심심해서 글 쓰면서 노는 거라고 말하기는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에게 미약하나마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욕심이겠죠.

"그러면 네이버에 엄마이름 검색하면 작가라고 나오는 거야? 그러면 한번 열심히 해서 책 내봐."

아이의 말이 조금 더 용기를 내게 하고 욕심을 부리게 합니다.


글이라는 것을 쓰지 않으면 저를 구성하고 있는 불꽃이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어요.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씁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의 글이 누구에겐가 가서 닿으면 좋겠고 몇 명이라도 조금 웃거나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욕심이 생깁니다.

욕심이고 나발이고 발행이나 꾸준히 하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지와 글로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