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

슬기로운 유배생활 in Michigan

by 마이너리거


작년 마흔을 목전에 두었던 시점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불구덩이 위를 흔들다리로 지나가는 것 마냥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복잡했더랬다.

이렇게 마흔이 되어버리면 이대로 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지금 하는 것은 잘 할 수 있는 것인가

변화를 주려면 지금 시점이어야 하진 않을까

몸의 노쇠함은 느껴지는 반면 머리와 마음은 도통 자람이 없는 이 나이가 답답하고 미련하게 느껴졌었다.


올해 그렇게 마흔이 되었고 15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용암 위의 흔들다리는 내가 흔들지 않으면 요동치지 않았다.

배움과 성장이 있길 바라며 아침 일찍 일어나보기도 했고 영어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여행을 많이 다녔고,

아이들은 학교에 적응을 잘 했고 없는 시간을 쪼개어 집에서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다.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신체의 노화 속도에 비하면 작은 변화와 노력들은 성에 차지 않았다.

변태적인 성향이다.

고통을 수반해야 성취감이 있는...


그래서 결심했다.

흔들다리가 세차게 흔들릴지라도 건너가보기로 했다.

미국으로 가기로 했다.


곳에 따라 아이에 따라 또는 부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여기보다 훨씬 어려울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저렴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지방 문화와 레져를 즐길 곳이 넘쳐난다.

미국은.....모르겠다...


영어를 잘 할 수 있게 되어서 돌아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아이들의 엄마로 성장해보려한다.

잃어지더라도 얻어지는 것이 있겠지






어떤 인간은

스스로에게 고통을 부과한 뒤,

그 고통이 자신을 파괴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 때 경험하는 안도감이 너무나도 달콤하기 때문인데,

그 달콤함을 얻으려면

고통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2022년 4월 코로나에 걸려 누워있다가 번뜩 해버린 결심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