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니 넷플릭스를 더 보게 된다. 할 것 없는 미시건의 겨울 넷플릭스로 겨우 견디고 있다. (라고 하기엔 너무 빠져들어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얼마 전 수리남을 재미있게 보았다. 넷플릭스라는 자본과 능력있는 감독이 만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구나 하고 놀라웠다. 윤종빈 감독의 다른 인터뷰도 찾아보게 되었는데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 SF나 판타지 같은 장르를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아...그거 하지말지...'라고 해버렸다. 범죄물에 특화된 윤종빈감독의 작품은 이렇게 이어나갔으면 하는 팬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잘하는 것을 잘해버린 감독도 있었다. 팀버튼의 웬즈데이 이다. 범죄물에 특화된 서스펜스와 스토리는 조금 약했지만 호러 분위기와 연출이 그것을 모두 상쇄했다. 보았던 인테리어, 익숙한 캐릭터인데 왜 또 다시 빠져드는지, 팀 버튼 감독은 이제는 노익장인데 어찌 그리 스타일리시한 호러 판타지물을 만들 수 있는지. 그 결과 웬즈데이는 넷플릭스 미국에서 몇주간 1위를 차지했었고,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해야하는 것이 일치하는 삶은 얼마나 기쁠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아주 어렸을 때의 일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일치하는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했을 때 오는 매너리즘은 당연한 것인데 무작정 싫어하지도 그만 둘 수도 없는 아이러니, 바닥난 창의력을 긁어내야만하는 괴로움, 좋아하는 것이 미워졌을 때의 고통스러움. 나는 어릴 적 방송작가가 되고 싶었다. 라디오 듣는 것이 낙이 었던 어린 나는 라디오를 통해 내 글이 전해지길 바랬다. 좋아하는 것이었고, 나름은 잘 한다고 생각했다. 국문학과 대신에 현실적인 선택을 한 나는 경영학과를 졸업해 일반적인 회사원이 되었다. 해야하는 것이다. 그때 느꼈다. 일이 재미가 없어서 돈을 주는 구나. 재미있으면 돈을 내야하는 것이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었데도 돈벌이의 수단이 되면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뭐 이건 능력이 딸려서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합리화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그런 선택을 하고 버텨 온 지금의 내가 행복하다. 반면 고통스러운 길을 선택하여 멋진 결과물을 선사하는 이들에게는 존경을 표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이 돈벌이가 되었을 때는 무작정 싫어할 수 있는 일보다 더 큰 괴로움을 수반할 것이다. 상상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괴로움일 것이다.
어찌됐건 좋은 감독들이 잘하는 걸 계속해서 많이 잘 했음 좋겠다. 이 기나긴 유배생활에 활력이 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