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차가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스마트폰없이 생활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무엇을 하려해도 차없이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건 아니겠지만 아주 매우 드럽게 어렵다. 여기와서 시내버스도 택시도 구경조차 못 해봤다. 어차피 팔고 올 거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신차도 알아봤지만 한국이나 미국이나 출고 대기까지 몇개월씩 걸리고 있어 바로 탈 수 있는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미국은 중고차 시장이 아주 활성화 되어있다. 한국도 그런가? 한국에서는 중고차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신차를 프로모션가에 사서 직영 정비소에 정기점검을 받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는 정비소가 엄청나게 비싸서 기본적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은 차고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그래서 차고가 크고 공구들이 싸고 다양하다.
중고차를 알아본 것은 이주를 결심한 후부터 지난 6개월 가량 카맥스와 카바나를 들여다보았다. 충분히 보았고, 그 안에서 서로 양보할건 양보하고 싸울건 싸워가며 의견을 좁혀져갔다. 그리고 여기와서 어느 날 내눈에 괜찮은 그랜드 체로키 딜이 떴다. '이 정도 괜찮지 않아?' 일본차만 고집하던 남편도 매우 좋다고 동의했고 차를 보러갔다. 차는 매우 괜찮았다. 다만 이렇게 차 한대만 보고 덜컥 사버리는 게 맞나 고민이 되었고, 남편은 금전적인 면을 고민했다. 환율이 1500원을 터치할랑말랑한다. 지난 겨울 미국에 왔을 때 돈을 환전해서 다 싸들고 왔어야했다. 이렇게 고환율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 환율이 1170원, 지금 1450원 만불을 바꾸면 삼백만원이 날아가는 셈이다. 론 이자보다도 더 높은 고환율때문에 론을 쓰기로 했는데, 그나마도 비자가 24개월 미만이므로 론이 안된다고 한다. 리스도 마찬가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그 차를 매일 검색해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사라졌다. 17000마일에 28500불 그레이트딜의 그랜드체로키는 사라져버렸다. 이게 최선일까 하는 의심은 확신이 되어갔다. '그게 최선이었는데!!!'하고 말이다. 마치 나와 다른 친구를 재다가 내가 계산기를 때리자 다른 친구에게 가버린 짝사랑처럼 계속 생각이 난다. 혼다 파일럿, 스바루 아웃백, 도요타 4러너, 포드 이스케이프, 익스플로러, 볼보 xc60등등 여러가지 선택지들이 있었는데 그가 떠나고 나서는 이제 그랜드 체로키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먼산 언저리마다 너를 남기고 돌아서는(미시건에서 산을 볼 수 없지만) 내게 시간은 그만 놓아주라는데......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만한 놈을 찾을 수가 없다. 새 연인을 찾을 때까지 중고차 헌팅은 계속 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