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고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슬기로운 유배생활 in Michigan

by 마이너리거

지난 주 중에만 해도 낮기온이 22도까지 올라 현지분들이 이상한 날씨라고 했던 날씨가 갑자기 주말에 영하로 뚝 떨어지더니 눈발이 날린다. 이상한 날씨지만 즐기라고 했던 그 분들의 충고가 떠오르고, 그 것을 대수로지 않게 생각한 우리가족의 모습이 회한과 함께 밀려온다.


대구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별거아닌 눈발에도 강아지마냥 좋아한다. 얘들아 함부로 좋아하지 말거라. 앞으로 지겹도록 구경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눈을 겪어본 적이 있다. 대학시절, 리투아니아라는 낯선 나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는데 러시아와 폴란드를 국경으로 접해있는 북쪽지방의 나라였다. 그 곳에서 나는 끝이 없는 눈, 끝이 없는 겨울, 끝이 없는 추위에 시달렸더랬다. 날씨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그 곳에서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매일을 버티어야만 하는 무기력함과 알 수 없는 우울감에 겨울 내내 지배당했더랬다.


사실 그게 제일 무서웠다. 원래도 겨울과 추위를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또 다시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다시 시달리게 될까 두려웠다. 작년에 잠깐 일주일 정도 미시건에 머물렀을 때에도 그랬다. 뉴욕의 화려함으로 시작한 미국 여행은 미시건의 우울감과 함께 끝났다.


이번엔 좀 다르긴 하다. 밥하고 학교보내고 집안일하고 회사갔다가 학교에서 애들 오면 다시 또 밥하는 생활에 무기력할 겨를도 우울할 여유도 없다. 다만 아이들이 아프지만 않는다면 이 겨울 그럭저럭 잘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미시건의 겨울에는 몇가지 준비물이 있다.

눈이 오기 시작하면 염화칼슘 가격이 폭등한다. 싱글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의 눈은 자기가 쓸어야하기때문에 염화칼슘을 대용량으로 준비해야한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는 콘도에 살아서 오렌지가이들이(단지를 관리해주시는 분들-잔디깎이, 도로청소 등) 눈이 오면 거리를 쓸어주시고 계단은 우리가 쓸어야하긴 하지만 눈이 오면 차고에서 바로 차를 타고 나가기 때문에 현관 계단을 이용할 일이 없어서 아이들의 눈장난에 이용되므로 그들이 놀면서 치워줄때까지 기다리면된다.


학교가는 아이들이 있는 집은 장갑, 스노우부츠, 스노우팬츠가 필수다. 스키장에 가본 적도 없는 우리는 스노우팬츠를 구경도 못해봤는데 여기서는 리세스 시간에 눈이 와도 나가기때문에 스노우부츠, 스노우팬츠를 가지고 가거나 갈아입고 신을 옷과 신발을 가지고 가야한다. 실내에서도 활동을 하기 때문에 실외에서 입은 스노우 팬츠를 그대로 입고 수업하진 않는다고 한다. 겨울에 등하교하는 아이들도 짐이 많아 힘들다.


AWD 자동차! 전륜도 충분하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프로 미시건러이시다. 대구에 진눈깨비가 날리면 도로에 차들이 기어간다. 눈이 잘 안 오기 때문에 진눈깨비에도 조심하는데 여기서는 왠만해서는 뭐 FWD차량으로도 막 달리더라. 그러다 쳐박힐라. 눈이 오면 도로가에 쳐박힌 차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 분들은 난방텐트와 온수매트를 준비하신다. 난방텐트를 사서 올까도 생각했지만 1층이었던 한국 집도 상당히 추워서 난방텐트를 설치한 적이 있는데 내가 답답해서 그 안에서 못 자겠더라. 난방텐트는 패스. 온수매트는 아이들 놀이방에 히터와 함께 넣어줬고, 전기장판 하나는 우리침실 또 하나는 아빠 침대에 넣었다.


추가적으로 실내에서 뭘 할 수 있을지 각종 사이트를 뒤지는 중이다. 기나긴 겨울 잘 버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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