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민에게
어제 엄마 아빠한테 혼나서 기분 많이 안 좋았니?
하지만 꼭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야.
어제 해민이가 농구도 잘 안되고,
너가 젤 좋아하는 수박바의 초록 부분도 떨어뜨려서 못 먹게 되고,
나는 노력하는데 왜 잘 안될까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아.
그래서 짜증섞인 말투로 화내고 큰소리를 내고 좋게 풀어내려는 아빠의 장난도 못 받았던거지?
그런데 말이야. 기분이 안 좋을 수록 농구가 안 됐던건 누군지, 수박바를 떨어뜨려 못 먹은 것은 누군지,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잘 보아야 할 것 같아. 네가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엄마 아빠한테 화를 내면서 옮길 필요는 없었어. 그것도 기분 좋게 해주려는 아빠의 노력에 더 화를 낼 필욘 전혀 없었지.
물론 감정이 앞설 때는 그런 생각이 잘 안 들지. 다른 어른들도 그래. 네가 앞으로 더 자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자신의 안 좋은 또는 좋은 기분으로 상대방을 태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들이 꽤 있단다. 좋은 기분 때문에 더 더 좋게 상대방을 대할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안 좋은 기분때문에 다른 사람에 대한태도가 변한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어. 예를 들면 너도 유튜브를 보니 댓글도 보이지? 거기에 가끔 이유없이 욕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그런 사람들을 경찰에 신고하고 보면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인데 '부러워서 그랬다.' '그날 기분이 나빠서 그랬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화풀이하고 싶었다.' 그런 변명들을 한다고 하더라. 그건 그 사람의 기분이지 상대방이 잘못 한 건 아닌데 말이야. 그건 절대로 타인에게 이해받을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해. 감정이 앞서지 않은 상태를 이성적이라고 하는데, 이성적인 상태에서 감정적인 상태를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단다. 엄마 아빠는 네가 피곤하거나 힘들거나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그것을 핑계로 태도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해서 말했던거야. 너의 상황을 모르는 누군가 그런 널 대한다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 할 테니까 말이야.
당장에 나아지지 않아. 어른들도 평생을 못 고치는 사람도 있는 걸. 하지만 마음속에 이걸 생각하고 있으면 다음에 그 상황이 올때 바로 생각나진 않아도 반성하게 될거고, 그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오면 조금 더 나아질거야. 가끔 엄마 아빠 또한 기분이 안 좋을 때, 몸이 안 좋을 때는 말이 곱게 안 나가서 나중에 되서야 후회하고 너희한테 사과하곤 하잖니.
엄마는 감정이 올라올 때 어떻게 하냐면 말이야. 상대방에게 내 기분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 "나 오늘 좀 피곤해서 예민해졌나봐." "내가 오늘 좀 안 좋은 일이 겹쳐서 힘들어서 그랬어. 미안해." 이렇게 말이야. 또, 감정이 격해지려고 할때 조금 거리를 두거나 시간을 가지면서 cool down을 하는 것도 필요해. 엄마가 가끔 너희가 너무 말을 안들어서 화가나려고 할 때 냉장고나 서랍장에 장난으로 엄마의 화를 집어넣지? 엄마가 감정이 앞서려고 할 때 쉬어가는 방법이야. 그러면 엄마가 화를 내려는 마음도 조금 가라앉고 너희도 재미있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엄마가 화난 이유를 기분나쁘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냉장고에 가두면 그 화가 식어서 차가워지지 않을까? 또 혹시나 감정이 너무 빨리 격해져서 cool down 할 틈도 없이 상대방의 기분까지 해쳤을 때는 사과하는 게 좋아.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돌아오면 후회가 되거든 그때 바로 사과하는거야. 후회는 누굴 힘들게 한다?! 나 자신!
'기분이 태도가 되지않게' 라는 책이 있어. 엄마는 그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무릎을 탁! 쳤어. 어쩜 책 제목을 저렇게 잘 지었을까 하고 말이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읽어보도록 하자. 그리고 엄마나 아빠가 기분이 태도가 되고 있다면 너도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주렴. 다시 이성을 찾을 수 있게 말이야.
화내고 짜증부리고 울어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