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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지 않은 사용자: 멘탈모델과 러닝커브를 잊지마라

[UX] 디자이너는 오늘도 세상을 바꿀 디자인을 꿈꾼다

by Greening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발전하는 기술,

혹시 여기서 나만 바보야?


AI, XR, 자율주행, UAM(*도심 항공 교통 Urban Air Mobility, 미래 교통수단으로 전망됨) 등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디자이너는 혁신적인 UI를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중요한 개념이 있어요. 바로 멘탈 모델(Mental Model)과 러닝 커브(Learning Curve)라는, 사용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마주했을 때 '얼마나 잘 이해하며', '쓸 수 있는가'와 관련된 개념입니다.


기술은 점점 낯설게만 변하고 있는데, 우리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빠른 시대 속에서 UX 디자이너는 어떤 경험을 설계해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똑똑하지 않은 사용자’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와 두 개념을 반영한 UX 전략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사용자는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아!

: 멘탈 모델과 러닝 커브

"사용자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행동한다." - 도널드 노먼



멘탈 모델: 사용자는 기존의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멘탈 모델이란 사용자가 기존에 경험했던 기능을 바탕으로 이해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유사한 물리적, 디지털 환경에서 겪었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롭게 마주한 서비스의 작동 원리나 상호작용 방법을 예측하죠.


아이콘 멘탈 모델

예를 들어 CS 고객센터를 떠올리면 '헤드셋' 아이콘이, 문서 저장은 '디스크', 통화하면 -네모난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받은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수화기' 아이콘이 연상됩니다. 디스크 아이콘을 쓰는 사람들 대다수가 [실제 디스켓을 본 적이 없음에도 여전히] 이 아이콘들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사용자의 멘탈 모델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은 이전에 동작했던 방식, 사용자에게 익숙한 스테레오타입을 ‘연장 및 확장’시켜주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좋은 예시가 [스큐어모피즘(Skeuos-morphism)]이라는 디자인 방법인데요, 기존 아날로그적 행위와 물리적 경험을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옮겨오는 기법입니다.


스큐어모피즘은 특히 아날로그적 경험이 익숙하거나 디지털 경험에 대한 멘탈 모델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사용자(어린이나 혹은 시니어) 서비스 분야에서 유익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위 사례를 살펴볼까요.


어린이: 동화, 아날로그 놀이가 익숙한 사용자

디지털 네비게이션 대신 스큐어모피즘을 활용한 일러스트로 버튼 역할 대체

(좌측 이미지) 문을 누르면 여행의 시작, 지도는 사용자가 작업을 완수하는 과정


모든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모바일 앱이 낯선 사용자

실제 제품과 유사한 버튼을 제공함으로써 아날로그에 가까운 경험 제공

(우측 이미지) 실물 그대로 옮긴 듯한 인터페이스




러닝 커브: 사용자가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익힐 수 있는가?

러닝 커브란 사용자가 새로운 인터페이스나 경험을 얼마나 빨리 익힐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미지 속 그래프처럼 ❷러닝 커브가 바닥에서 머물며 쉽게 학습하기 어려운 양상을 띈다면, 사용자는 아무리 좋은 기술을 학습하는 과정이더라도 이탈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❶과 같이 완만한 학습 곡선을 그리는 것이 이상적이며, 특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서비스를 디자인할 경우 최대한 초기 복잡성을 낮춰 쉽게 학습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즉,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고려한 디자인 = 완만한 러닝 커브를 설계하는 작업이라 이해할 수 있겠죠.





멘탈 모델을 고려하는 디자인, 6가지 원칙

1️⃣ 사용자에게 익숙한 경험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연결점]으로 만들자.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려 한다면, 기존 익숙한 개념에서 출발할 수 있는 '연결점'을 설계하세요. 위에서 언급한 스큐어모피즘도 좋은 사례이며, 대화 기반 생성형 AI ChatGPT의 메인 인터페이스도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낯설지만 익숙해요

구글 검색창을 연상시키는 ChatGPT의 첫 화면. 사용자가 특정 정보를 찾기 위해 빈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던 기존의 이용 방식—멘탈 모델을 확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GPT가 현재와 같은 단순한 입력창이 아니라 여러 기능을 복잡하게 배치한 대시보드 형태였다면 어땠을까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군"이라 느끼고, 적응 과정이 길어지면서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을 겁니다. 하지만 ChatGPT는 "검색창에 질문을 입력하면 답이 나온다"는 익숙한 경험을 유지함으로써, AI와의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자연스레 확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Fig1/2: Google - Soli gesture 특허 취득

지양해야 하는 케이스로는 터치를 완전히 없애는 '에어 제스쳐'의 도입을 꼽을 수 있는데요. XR과 같은 가상현실이 대두됨에도 NUI 제스쳐를 쉽게 도입(및 완전히 전환)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멘탈 모델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스쳐란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높고, 국가 간에도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터라 범용적으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분야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그나마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NUI는 어떤 것인가요? 확대를 의미하는 핀치, 공중을 눌렀다 떼는 듯한 터치, 좌우로 넘기는 스와이프 등 [기존 디지털 환경에서 익숙하게 쓰이던] 인터랙션들입니다.


✏️ 이처럼 디자이너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아닌, 기존 사용 방식을 자연스럽게 잇고 확장시켜야 우리의 사용자들이 조금씩 학습하며 나아갈 수 있습니다.




2️⃣ 점진적으로 변형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자.


새로운 기술을 한 번에 도입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변형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용자가 변화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주는 것도 방법이고요.


ipad update function

아이패드의 스테이지 매니저(Stage Manager) 기능은 이러한 점진적 도입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이패드는 본디 생산성 작업보다는 콘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인지라 '효율적인(생산적인) 멀티태스킹 경험이 부족했습니다. 허나 아이패드의 멘탈 모델은 PC보다 모바일 기기에 가깝기 때문에, 데스크탑처럼 완전히 다른 창을 띄우는 UI를 적용해 버리면 강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온다는 문제가 있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을 통해 기존 iPad UX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경우에만 데스크탑과 유사한 다중 창 관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사용자는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앱을 전체 화면으로 열어 작업할 수 있다.

원하는 경우에 한해(선택 사항), 스테이지 매니저를 활성화해 다중 창을 활용할 수 있다.

즉, 새로운 기능을 무조건 강제하지 않고, 사용자 스스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 위에서 언급했던 NUI를 적용해 보자면, 먼저 모바일과 태블릿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디지털 기반 제스쳐를 상용화한 뒤, 차차 다양한 제스쳐 가이드를 확장 및 정립해 나가는 것도 좋은 로드맵이 될 수 있겠네요.




3️⃣ 이해를 도울 [피드백]을 명확히 제공하자.


Chat GPT로 설명해 볼게요. GPT는 사용자의 질문을 받은 후 답변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서비스라, 기존 멘탈 모델인 검색 엔진(Google)과 다르게 결과를 즉각적으로 제공하지 못합니다.


ChatGPT의 마이크로 인터랙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린다.

그래서 GPT는 답변을 생성 중일 때 여러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이와 같은 인터랙션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더라면 사용자는 '이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거예요.


애플도 마찬가지. 새로운 모바일 잠금 해제 방식을 제안할 때마다,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했어요. 특히 홈 버튼이 스와이프 인터랙션으로 대체되던 때는 이전 버튼의 물리적 클릭감을 대체할 '햅틱 피드백'까지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조작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감각을 자연스레 전달했습니다.


✏️ 새로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히 전달하는 피드백이 있을 때, 사용자는 혼란 없이 새로운 방식을 학습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4️⃣ 내 사용자와 서비스의 [목적 및 우선순위]에 맞는 러닝 커브를 설계하자.


무조건적으로 완만한 러닝 커브를 그리며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최최최’ 우선시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존 패턴을 너무 답습하게 되면 차별화는 하늘에서 별따기와도 같으니까요. 따라서 이 두 사이에서의 밸런싱이 중요합니다.


디자인하려는 서비스가 범용성과 특수성 중 어떤 성질이 더 두드러지는지, 타겟팅한 사용자는 얼마나 높은 학습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며 더 적절한 그래프를 찾는 겁니다. 가령, 사용자가 초기 학습 단계에서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관련 지식이나 기술을 잘 알고 있는 경우라면 ❶보단 ❷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 서비스와 타겟 특징을 바탕으로 사용 용이성(=범용성)과 효율성(=특수성) 중 어떤 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을지 판단하고, 효과적인 접근 방식을 고안합니다.




5️⃣ 이 모든 작업을 위해, 심도 깊은 사용자 리서치를 진행하자.


멘탈 모델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경험과 학습에 의해 형성되므로, 같은 서비스나 기능을 접하더라도 사용자마다 서로 다른 멘탈 모델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문화권, 연령대, 성별, 소속 집단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가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방식, 그들이 형성한 멘탈 모델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해요.


✏️ 잘못된 가정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은 사용성을 저하시킵니다. 멘탈 모델은 개인, 국가, 문화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심층적인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그 차이를 파악하고 적절한 가정을 세웁시다.



6️⃣ 디자이너와 사용자 간의 [격차]를 인지하자.


마지막은 이전 리디자인 글에서도 강조했던 이야기인데요, 디자이너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사용자도 우리랑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입니다. 사용자의 멘탈 모델은 서비스를 설계하는 디자이너와 같을 수가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교하고 탄탄한 멘탈 모델이 형성되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이제 막 마주한 사용자는 그 정도의 지식이 없을 수밖에요.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학습 곡선

✏️ 하여, 디자이너가 늘 인지해야 하는 지점이 바로 [디자이너와 사용자 멘탈 모델 간의 격차]입니다. 본인에게 당연한 요소들도 다시금 낯설게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적극적인 사용자 테스트나 인터뷰 리서치를 통해 격차를 줄여나가길 권장합니다.





멘탈 모델을 오래된 답습이라 여기지 말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시다.


포트폴리오 목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학부생/디자이너라면,

혹은 현업에 종사 중인 실무 디자이너이며 회사 내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

❶ User research: 적용하려는 기술에 대해 현재 사용자 이해도는 어떠한지
❷ 벤치마킹: 타 회사에서는 해당 기술을 어떻게 적용 및 제공 중이며, 참고할 만한 가이드는 없는지
❸ Ideation: UX적으로 적용할만한 사용자의 멘탈 모델은 무엇인지 (확장하여 사고)
❹ Reasoning: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
❺ Design : 결과적으로, 어떤 인터페이스나 인터랙션, UX 디자인을 설계했는지
❻ 검증: 설계한 경험이 실제로도 쉽게 학습되던지 (프로토타이핑, UT 등의 리서치를 통해 파악)


를 진행해 보세요. 특히 포트폴리오 목적이라면 해당 고민 과정을 작업물에 같이 기재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단순히 신기능만 나열하는 작업물들 속에서 [멘탈 모델까지 고려한 디테일]은 눈에 띌 겁니다.



✔ 요약해 볼게요.

혁신적인 기술이 반드시 좋은 UX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일수록 기존의 익숙한 개념을 연결고리로 삼아, 사용자에게 친숙한 환경을 제공하자.

이 과정에서 적용되는 개념이 멘탈 모델과 러닝 커브로, 기존 멘탈 모델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완만한 학습 곡선을 그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

새롭게 학습하는 과정에서, 점진적인 변화와 즉각적인 피드백은 사용자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디자인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기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자의 학습을 도울 것인가? 어떤 피드백을 제공하는 게 효과적인가?

과연 사용자가 해당 기능을 빨리 익힐 수 있을 것인가?



@Greening Brunch book ㅣ Ep (3)
UX/UI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 본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UX 설계 원칙과 함께 탐구합니다.



참고 자료:

https://www.nngroup.com/articles/mental-mod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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