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게이미피케이션 UX, 레벨업하랴 돈버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앱은 단순한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앱을 열면 XP(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오르며, 미션을 완료하면 뱃지를 받습니다. 마치 게임처럼요.
생산성과 게임이라니, 어쩐지 어색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게이미피케이션 UX는 이제 생산성 앱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에서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어요. 운동을 지속하도록 돕는 피트니스 앱, 금융 습관을 형성하는 뱅킹 서비스, 심지어 뉴스 앱까지. 모두 사용자 경험을 더 몰입감 있게 만들기 위해 게임의 보상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게이미피케이션 UX를 분석하고, 게임 시스템을 UX에 적용시킴으로써 사용자를 즐겁게 만드는 설계 원칙을 알아봅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경험이란, 게임의 기법과 요소를 적용하여 사용자의 몰입과 참여를 유도하는 UX 전략입니다. 즉, 사용자가 특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더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만들죠. 이러한 효과를 갖는 게임적 요소를 살펴보기 전, 왜 사용자는 게임처럼 작동하는 UX에 끌리는지 사용자의 행동 심리를 먼저 이해해봅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효과적인 이유는 인간의 심리적 보상, 성취, 동기 부여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요, 크게 3가지 축의 사용자 행동 패턴과 심리적 메커니즘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 보상과 강화 학습 (보상과 강화 이론)
사용자는 행동의 결과로 즉각적인 피드백이나 보상을 받을 때, 더 큰 동기 부여를 느낀다.
도파민과 보상 이론: 뇌가 보상을 기대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이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함
강화 이론: 특정 행동이 강화(*보상을 통해)되면, 해당 행동이 반복될 확률이 높아짐. 게임에서 점수, 뱃지, 레벨업 등의 보상은 사용자의 특정 행동을 강화함.
✅ 목표 지향적 행동과 성취 자극 (목표 설정 이론)
사용자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있을 때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목표 설정 이론: 목표의 명확성과 난이도는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구체적인 목표가 보상과 함께 제공될 때 목표 달성 가능성이 증가함.
✅ 사회적 동기 (사회적 비교 이론)
경쟁과 협력은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로, 순위 경쟁이나 친구 초대 등은 사용자의 참여를 높인다.
사회적 비교 이론: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타인과 비교하는데, 게임의 순위 시스템이나 리더보드는 이러한 비교를 촉진하여 동기부여를 강화함.
게이미피케이션 UX를 설계할 때는 사용자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는 핵심 요소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아래 듀오링고(언어 학습 앱)와 Forest(휴대폰 사용 관리 앱)를 분석하며 자세히 다룹니다.
✏️ 대표 구성 요소
목표 (도전 과제, 미션)
보상 (점수, 뱃지, 코인, 경험치 레벨업)
지위 (레벨, 랭킹, 잠금되어있던 아이템 오픈)
공동체 형성(협력 및 소셜 요소)
✏️ 과정에서 활용되는 장치
감성적 피드백(애니메이션, 문구, 사운드 등)
시각적 흥미를 유발하는 GUI, 일러스트 등
몰입도 있는 네러티브
✏️ 레벨업 시스템, 뱃지 모으기 등의 방식을 설계하여 사용자에게 뚜렷한 도전 과제를 부여하세요.
Forest는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일정 시장 집중하면 가상의 나무가 성장하는 보상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듀오링고는 배우고 싶은 언어에 대한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나가며 경험치와 재화를 얻는 방식입니다.
✏️ 목표를 이루면 작은 성취에도 보상을 제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세요. 앞서 설계한 시스템에 운영되는 점수, 코인, 경험치, 뱃지 주기 등의 요소가 활용됩니다.
Forest는 집중 시간이 길어질 수록 더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습니다. 나무 심기를 통해 얻은 코인으로 상점에서 원하는 나무를 구입할 수 있죠. 심지어 배경음도 구입할 수 있답니다.
듀오링고는 학습할 때마다 경험치를 제공합니다. 또한 Strike라는 연속 학습 기록을 통해 사용자에게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는 상당한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데요, 이틀까지는 [프리징 기능]이라는 '학습을 하지 않아도 연속 기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너무 엄격하게 체크하면 되려 사용자의 사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 꾸준히 달성하고 싶도록, 장기적인 목표를 단계적으로 제공하세요.
Forest는 소소한 미션 리스트를 제공하여 나무 키우기 외의 성과도 달성할 수 있게 합니다. 각 미션을 완수하면 추가 코인을 제공하고, 다시 보상 시스템으로 돌아가 원하는 나무 모종을 구입할 수 있어요.
듀오링고는 레벨 트리를 통해 최소 Lv 1을 달성해야지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했고, 학습량에 따라 속할 수 있는 리그를 달리하여 '리그 레벨업' 욕구도 자극해요. (리그는 아래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 목표를 달성하고 보상을 얻을 때, 애니메이션이나 사운드, 다채로운 그래픽을 통해 시각적인 흥미를 유발하세요. 즉각적이고 시각적인 피드백은 즐거움과 성취감을 강화하는 요소입니다.
Forest에서 나무 심기가 완성되면 귀여운 나무가 본인의 숲에 심어집니다. 차곡차곡 나무를 모아가다보면 정말 ‘나만의 숲’이 완성되는거예요.
듀오링고의 시각적 피드백은 참으로 다채롭고 사랑스러워요. XP 획득 애니메이션도 귀엽지만, 학습량에 따라 달라지는 위젯 디자인도 모아보기 쏠쏠합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Streak 기록을 놓칠 위기에 있다면, 위젯 속 캐릭터가 급격히 일그러지며 사용자의 경각심을 재밌게 유도합니다.
✏️ 다른 유저와의 경쟁, 공동 목표 설정 등을 통해 사용자 참여도를 높이세요.
Forest는 [함께 심기 모드]를 통해 어플을 이용하는 다른 유저와 합작하여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합니다. 함께 심기 모드 진행 시, 나와 친구 중 한 명이라도 어플을 떠나게 되면 나무가 시들해지는데요, 책임감을 자극하여 집중 시간을 늘리는 좋은 전략입니다. 친구의 집중 시간도 볼 수 있는 터라 서로 자극 받기도 좋고요.
듀오링고는 리더 보드를 통해 경쟁심을 자극합니다. 매주 전 세계 학습자들과 진도를 비교하여, 열심히 공부한 정도에 따라 순위가 올라거나 내려가죠. 다양한 그룹별 승급 시스템 속에서 각 랭킹의 상위 5위 유저는 다음 리그로 승급, 하위 5등은 전 리그로 강등시키기 때문에 '적어도 하위 5등은 가지 않도록' 꾸준한 일정량의 학습을 유도합니다. 특히 가장 높은 리그-다이아몬드 학습자들에게는 일종의 보상처럼 추가 경쟁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 게임이 떠오르는 GUI 디자인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듀오링고의 경우, 둥글둥글한 에셋과 밝고 활기찬 톤의 일러스트를 적극 활용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사용자의 긴장을 풀어주고, 특히 생산성 앱이 주는 전문적인 이미지(진지하고 딱딱한)를 풀어줍니다. 실제 듀오링고의 디자인 가이드를 살펴보면 에셋 모서리를 둥글게 사용해야한다는 항목이 있어요.
게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UI를 그대로 차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듀오링고의 언어 대단원 리스트는 스픽처럼 단순 카드나 리스트 타입 UI 대신 게임에서 흔하게 제공되는 맵 UI를 따라갔어요.
✏️ 스토리는 게임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듀오링고는 부엉이 캐릭터를 활용하여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네러티브를 설계합니다.
듀오링고는 앱 내에서 학습을 게을리하면 부엉이가 슬픈 표정을 짓거나 푸쉬 알림으로 독촉하는 등, UI 곳곳에 스토리텔링 요소를 녹여냈어요. 이러한 캐릭터 중심의 유머 코드와 일관된 내러티브는 SNS에서도 밈(Meme)으로까지 확장되며, 사용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앱 사용을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어쩌다보니 듀오링고 분석글이 된 것도 같은데요, 워낙 게이미피케이션 UX를 잘 설계한 서비스다보니 대표 사례로 애용한 것 같습니다. (정말 귀여워.) 하지만 누가봐도 "나 게임같이 디자인한 서비스야!"라 외치지 않아도, 게이미피케이션 경험은 다양한 도메인의 서비스에서 조금씩 활용되고 있답니다.
- 삼성 기본 앱 [삼성 헬스Samsung Health]는 사용자의 건강 목표에 따라 맞춤형 미션을 제공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시각적인 피드백을 줍니다.
- 금융 앱 [토스Toss] 또한 만보기, 고양이 키우기, 주식 모으기 등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앱에 꾸준히 접속하도록 유도합니다.
오늘 다룬 요소들은 게이미피케이션 경험에 '일조'할 뿐, 재밌는 서비스를 만드는 '공식'이 아닙니다. 제공하려는 기능과 경험이 게이미피케이션과 잘 맞물릴 때 효과적인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으로, 충분한 고민 없이 적용된 게임 요소는 사용자를 지치게만 만들어요. 보상을 주는 뚜렷한 목적이 있나요? 그 보상이 서비스의 핵심적인 기능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동기로 작용하고 있나요? [재밌어보이는] 서비스와 [재밌어서 실제 사용률이 높아지는] 서비스는 완전히 다릅니다.
게이미피케이션 UX는 단순 재미 요소를 넘어 사용자가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설계 원칙입니다. 이상하게 뉴스 앱이고 뱅킹 서비스고 게임처럼 느껴지시나요. 맞아요. 이제는 목표 달성도, 재미없는 할 일도, 심지어 브랜드의 광고성 홍보 전략까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 요약해 볼게요.
즐거운 경험을 강화하는 UX는 크게 7가지가 있으며, 다양한 도메인에서 활용될 수 있다.
명확하게 설정된 목표
코인, 경험치 등 서비스 스토리에 맞는 보상 시스템
장기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지위/미션
즉각적이고 흥미로운 시각 피드백
여러 유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요소
게임을 모방하는 일러스트와 GUI
몰입력을 높이는 브랜드 차원의 스토리텔링
허나 무작정 적용하면 '겉보기에만 재밌는' 서비스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UX/UI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 본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UX 설계 원칙과 함께 탐구합니다.
* 여담: 학부생 때 이런 요소를 적극 활용하여 초등 뉴스 서비스를 디자인한 적이 있었는데요.. 기억PTSD이 새록새록. 당시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1)어떻게 디자인에 적용했는가 2) 어떤 뉴스 시스템을 설계했는가에 대해 논문까지 투고했었던지라 이번 글에서 다룬 내용은 꽤나 익숙하네용. (퀸은 울지 않고 논문도 써 마인드로 들들 볶던 시절. 무슨 자신감으로 지도 교수도 없이 혼자 제주도가서 발표했는지 원 ㅎ.. )
참고 자료:
- https://apps.apple.com/kr/app/forest-꿈을-향한-집중-타이머-스톱워치/id866450515
- https://designlab.com/blog/gamification-in-ux-enhancing-engagement-and-interaction
- https://adamfard.com/blog/gamif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