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Do & Don't로 배우는 UX 라이팅
UX 라이팅 하면 떠오르는 기업, 바로 애플과 토스죠. 애플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광고 문구로, 토스는 쉽고 친근한 설명 문구로 유명해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피피티는 애플 말투로, 서비스는 토스 말투로"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UX 라이팅이 훌륭하다고 무작정 따라 하는 건 위험합니다. 해당 라이팅 원칙들은 단순히 '광고처럼', '친구처럼 들리게’가 아니거든요. 간결성, 유용성, 일관성 등 다양한 요소를 바탕으로 브랜드에 최적화된 가이드라인을 구축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UX 라이팅은 어떻게 작성되어야 할까요? 사용자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요? 오늘은 UX 라이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와 서비스에 맞는 문구를 설계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알면 알수록 고려할게 산더미인 까다로운 작업인지라, 이번 글은 분량이 꽤 되니 천천히 읽어주세요.
UX 라이팅(User eXperience Writing)은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로, 서비스의 사용성을 높이고 브랜드 경험을 최적화하는 작업입니다. 전통적인 카피라이팅이 제품을 구매하도록 설득하거나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UX 라이팅은 제품과 사용자가 원활하게 상호작용(Interaction)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죠. 좋은 UX 라이팅은 다음 다섯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갖춰졌을 때 읽기 쉽고, 호감이 가며, 사용자에게 편안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언어: 간결한 언어를 사용해요.
사용성: 상황에 적합한 용어를 써요.
전환율: 고객의 마음을 이해해요.
브랜딩: 기업의 이미지 구축과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줘요.
일관성: 서비스 어디를 들어가도, 일관되고 편안해요.
이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계층 구조를 가질 때 더 효과적인 UX 라이팅이 됩니다.
특히, 가장 아래에 있는 요소부터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핵심. 기본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단계로 넘어가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는 라이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UX 라이팅은 단순히 예쁜 문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깊이 고민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1) 사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라.
UX 라이팅의 출발점은 기업이나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입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 사용자가 들어줬으면 하는 말을 전달하는 게 아닌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세요. 예를 들어 오류 메시지를 제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단순히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라는 팝업을 띄우는 대신, 세 가지 요소(What-Why-How)를 포함해 제공하는 겁니다.
What: 어떤 오류인지 (무엇이 궁금한가?)
Why: 왜 이 오류가 발생했는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How: 사용자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라는 의미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해서’, ‘묻는 것에 관해서만’, ‘간단명료하게’ 답하는 것입니다.
(2) 그러니 내 사용자를 정의하고, 파악해라.
사용자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수록 더 좋은 UX 라이팅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 글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핵심 질문을 던져보는 것으로 정리합니다.
Q❶ 사용자는 누구인가?
연령대, 직업, 경험 수준 등 기본적인 사용자 정의를 통해 타겟 오디언스를 명확히 설정합니다.
Q❷ 사용자의 성향과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맥락에서 느끼는 기분, 기대, 걱정, 스트레스 요인 등을 파악하면, 적절한 톤앤매너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❸ 사용자는 어떤 질문을 하고 있을까?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마주할 법한 가장 빈번한 의문과 문제 상황을 미리 정리해두면, 핵심적인 UX 라이팅 포인트가 보입니다.
Q❹ 사용자는 어떤 단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같은 의미라도 표현 방식에 따라 전달력과 신뢰도가 달라집니다. 사용자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을 조사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Q❺ 사용자의 목표는 무엇인가?
사용자가 이 서비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최종 목표를 중심으로 라이팅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용자에게 이 정보가 정말 필요한지, 더 짧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는지 고민하세요. 불필요한 형용사와 장황한 부연설명은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높이고, 사용성을 떨어뜨립니다. 명확하지 않은 표현은 사용자를 불안하게 만들고요.
✅ 간결성 : 문장을 짧고 단순하게 다듬기
✅ 명확성 : 애매한 표현을 제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특히 '맨 아래'라는 표현은 화면이나 페이지의 기준이 불명확하고, 사용자가 직접 스크롤을 내려 연락처를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만듭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도움을 얻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필요한 정보를 바로 제공하는 것이 더 명확한 UX 라이팅이에요.
너무 어려운 용어나 전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사용자의 수준에 맞게 작성되었는지 점검해 봅시다. UX라이팅은 12살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쉽게 작성되어야 해요. 누구나, 어디서든 서비스를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세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합니다.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을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의 신뢰도를 낮추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문제 상황이라면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액션 아이템까지 함께 제공합시다. 앞서 다뤘던 오류 메시지 팝업의 세 가지 요소(What-Why-How) 라이팅 기법과도 이어지는 내용이에요.
구매하고 싶어 찾아본 상품이 품절 상태라면? '그럼 언제 다시 살 수 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겠죠. 재입고 일정을 정확히 안내할 수 없다면 사용자의 How(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정보와 취할 수 있는 액션을 추가해야 합니다. 왼쪽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일정을 무기한으로 기다린다]의 How인 반면, 오른쪽은 [당장은 알림 받기 버튼을 눌러 해결, 재입고가 되면 즉시 알림을 받고 확인할 수 있다]이니 훨씬 유용하죠.
UX 라이팅이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일부 서비스에서는 사용자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다크 패턴(Dark Pattern) UX 라이팅이 쓰이는데요, 대표적으로 방해형과 압박형이 있습니다.
✅ 방해형 다크 패턴: 사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파악에 과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도록 만들어, 결국 사용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패턴.
왼쪽의 케이스는 알람을 끄려는 사용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팝업 내용을 반대로 안내합니다. 사용자는 '취소'를 눌러야 하는지, '확인'을 눌러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불필요한 고민 시간을 갖게 되죠.
✅ 압박형 다크 패턴: 심리적 부담을 주어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
소비자에게 심리적인 압박(*불안감, 죄책감, 손해 보는 느낌에 해당)을 가해, 특정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패턴.
요새 웹으로 앱을 이용할 때 종종 마주하는 문구인데요, '불편하게 보기'라는 표현은 사용자의 선택을 깎아내리고 '내가 멍청해진 듯한' 심리적 부담을 조성하기 때문에 꽤나 열받는 다크 패턴입니다. 따라서 오른쪽처럼 사용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특정 선택이 더 나은 것처럼 유도하지 않아야 합니다.
일관성은 사용자의 혼란을 줄이고, 서비스 경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디자인, 기능, 용어가 일관되지 않으면 사용자는 매번 새로운 방식을 학습해야 하므로 사용자 경험이 저하될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서비스의 모든 화면에서 동일한 표현 방식과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UX 라이팅은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같은 기능이더라도 어떤 브랜드는 친근하게, 어떤 브랜드는 전문적으로 전달하죠. 이처럼 UX 라이팅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잘 녹여지면, 사용자는 해당 기업의 고유한 톤앤매너를 느끼고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다만 최근 UX 라이팅 기조 중 '트렌드'로 보이는 몇 가지 방식들이 보이는데요, 이러한 동향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라이팅의 사용성을 낮추고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흐려버리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으로는 아래 3가지 포인트를 짚어보며 '요즘의 UX 라이팅 스타일' 적용 시 주의할 점을 알아봅니다.
많은 서비스들이 점점 친근한 대화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근한 대화체는 대화를 [기분 좋게 하는 조건]이 될 수는 있겠으나, 본질적인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체로 다정하게 쓰기 앞서 사용자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서비스 여정마다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대화란 상대가 궁금해하는 내용에 답을 주는 겁니다. UX 라이팅 기본 다지기의 6원칙이 잘 반영되었는지 검토하세요. 그렇지 않은 대화체는 '대화인 척'하는 문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어 UX 라이팅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 중 하나는 바로 [-하기]로 끝나는 버튼과 문구입니다. 외국에서는 동사를 사용하여 버튼의 문구를 작성하길 권장합니다. 예를 들어 회원 가입이 필요한 경우 'Create your account'와 같이 동사로 시작하는 문구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가장 먼저 인식시킵니다. 문제는 이 논리가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되기 힘들다는 점인데요.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동사가 문장의 맨 앞에 오지 않기 때문에 '계정 생성하기'로 번역됩니다. 동사처럼 보이는 명사를 사용하여 간결함을 유지할 수 있으나 문제는 [-기]를 붙이는 방식이 무조건 [간결하고 행동 지향적인 문구]가 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아래 예시로 확인해보죠.
오히려 계정 생성하기보다는 [계정 만들기]나 [시작하기]가 더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구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취소하기, 삭제하기, 설정하기, 알람 설정하기.. '-기'가 제외되거나 다른 동사로 표현되는 쪽이 더 맞는 표현일 때가 많고요. 따라서 [-하기] 문구를 작성할 때는 되려 문구가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불필요한 표현은 아닌지 꼭 점검해 보세요.
어떤 말투로 다가갈지 고민하고 있나요? UX 라이팅에서 상냥하고 친절한 브랜드 경험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나,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없이 무작정 '좋게 말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도를 낮추고 브랜드 이미지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브랜드 페르소나]를 설정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토스의 UX 라이팅이 좋은 사례로 평가받는 이유는 단순히 다정해서가 아니라,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금융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친근히 다가간다"는 브랜드 페르소나와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 경험(실제 UI, 인터랙션, 기능 등)과 일관되게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이와 조금 다른 삼성의 UX Writing 가이드를 살펴보죠.
유사한 <User-Friendly> 전략이지만, 삼성은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삼성이 정의하는 '사용자 친화적인' 문구는 '사용자와 친해지는' 문구가 아니기에 딱딱하지 않으면서 가깝지도 않은 [적당함]을 유지하는 문구 사용을 가이드로 삼고 있습니다.
삼성은 "신뢰감이 가장 중요한" 기업이므로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친근한 톤앤 매너는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감정 표현을 줄이고, 신뢰감을 높이는 '사실 중심의 문구' 제공- 라이팅 원칙을 정의한거죠.
좋은 UX 라이팅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간결하게 작성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용자가 정보를 찾느라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지 않도록, 애매한 표현은 피하고 필요한 내용을 직접적으로 제공하세요. CTA 버튼부터 UI 컴포넌트 속 유도 문구까지. 작은 문장 하나가 서비스의 편리함과 브랜드 인상을 결정합니다.
* 이번 글은 내용이 많네요. 요약해 볼게요.
카피라이팅과 다른 개념으로, UX 라이팅은 제품과 사용자가 원활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언어, 사용성, 전환율, 브랜딩, 일관성]이 조화롭게 갖춰질 때, 사용자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답을 해라.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간결하고 명확한 답을 제시해라.
- Writing Tip: What-Why-How 기법으로 작성
그러려면 내 사용자를 충분히 조사하며 파악해라.
- Question Tip: 누구이고, 성향과 감정 상태는 어떠하고, 어떤 질문을 하고 있고, 어떤 단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명확성과 간결성: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작성하라.
접근성: 어린아이조차 이해할 수 있게 작성하라.
유용성: 사용자에게 필요한 답을 정확하게 전달하라.
진정성: 사용을 방해하거나 압박감을 느끼게 만들지 마라.
일관성: 어떤 페이지에 들어가도 동일하게 들리도록 하라.
브랜딩: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느껴질 수 있도록 개성을 반영하라.
다정한 대화체는 대화가 아니다: 다정함은 기분 좋게 들리게 하는 조건이지, 대화가 아니다.
-하기로 작성 제발 그만하기: 불필요한 -기 남발은 아닌지, 대체될 수 있는 동사가 없는지 검토하라.
명확한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고, 말투를 정하라: 유사한 User friendly전략도 토스와 삼성은 달랐다.
UX/UI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 본 시리즈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UX 설계 원칙과 함께 탐구합니다.
참고 자료:
- 책 [브랜드와 사용자 서비스의 글쓰기 가이드 북], [마이크로카피], [UX라이팅 교과서]
- https://blog.toss.im/article/uxwriter-interview
- https://toss.tech/article/8-writing-principles-of-toss
https://design.samsung.com/kr/contents/ux-writing/
** 같이 보면 좋을 글로벌 기업들의 UX 라이팅 가이드.
- 애플: https://developer.apple.com/videos/play/wwdc2024/10140/
- 구글: https://m2.material.io/design/communication/writing.html#principles
- 마이크로소프트: https://learn.microsoft.com/en-us/style-guide/welc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