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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Feb 28. 2024

하루 한 장 - 밤 9시30분 호퍼그림안에 들어가기

시시콜콜 오늘 기록

갑자기 허기가 져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식사를 파는 곳은 문을 모두 닫은 후입니다.

저녁 9시가 종로에게 이렇게 늦은 시간인 줄 몰랐는데 말이죠.???

정말 오랜만에 그 시간에 종로에 있기는 한 거지만요.

안쪽 골목은 대부분 술집이니 모르겠지만 대로변은 거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롯데리아의 간판이 보이네요. ㅎㅎ

제게는 9시 이후에 저녁을 먹는 일도, 햄버거를 먹는 일도,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싶은 드문 일인데 그것을 한꺼번에 합니다.


대충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려요.

홀의 일부분은 이미 마감을 했고 남은 홀에는 꽤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혼자 휴대폰을 보며 식사 중인데 두 명의 친구가 와서 앞자리에 자리하는군요.


아직 메뉴는 준비 중이라 뜨지만 저도 뭔가를 보며 먹기 위해 유튜브를 켭니다.

그런데 매장 내에 음악이 너무 커서 노이즈캔슬링이 되지 않은 저의 귀에는 소음이 더해지고 더해져 매우 시끄러운 상태가 되어 버리네요. 그래서 에어팟을 귀에서 꺼내어 케이스에 담습니다.

도시의 소음이 줄어든 시간이라 그런 건지 공간에 비해 사람이 적은 것인지

매장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이 작게 떠드는 소리가 꽤나 부딪혀서 조금 웅성거리는 느낌이 나요.


이 소음 안에서 문득 제가 호퍼그림의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외국의 외진 어떤 곳에 갑자기 온 느낌도 나고 묘해요.


아! 어쩌면

밤 9시 넘어 햄버거가게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는 경험은 ……

처음일지도 모르겠어요.

흠.. 생각해 보니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였네요. 묘한 이질감을 내내 느꼈던 것은.


한쪽은 마감된 홀 옆에서 햄버거에 커피를 홀짝거리며 가끔씩 콘샐러드를 한 숟가락 먹고 주변을 좀 둘러보다가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릴까 하다가  음. 감자튀김도 시킬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까지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너무 늦은 저녁을 먹었으니 좀 걷다가 갈까 그러기엔 좀 늦었는데 하다가 아.. 보려고 했던 것이 내일까지였나 검색을 하다가 종로가 이 시간에 이렇게 깜깜하다니 예전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하다가…… 그러면서 한 정거장쯤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쿨쿨 자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일상기록

#시시콜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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