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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Apr 17. 2024

그렇게 죄책감을 배웠다.

10주기라 써보는 그날의 기억.

그날은 중학교에서 공연을 마치고 우리 팀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어요.

식당의 TV화면에서는 배가 기울어진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TV가까이의 테이블에 자리하면서 "무슨 일이야?"를 연발했습니다.

곧이어 뉴스화면에서는 전원구조라는 이야기가 떴고 우리는 "정말 다행이다."라고 안심하며 점심을 먹었어요.


그러나 저녁뉴스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응? 전원구조라더니? 이런 걸 오보를 한다고? " 사람들이 갇혀있었어요.


10년 전 2014년 4월 16일의 제 기억입니다.

10이나 되었지만 아주 분명하고 또렷하게 새겨진 듯한 기억.

다 구했다고 해서 안도했고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고 해서 너무 놀랐던..


제가 화면으로 보는 그곳에는 묘한 이질감이 있었어요.

최선을 다해 구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묘한 이질감의 이유는 진실과 달랐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인터넷에서 팽목항을 보여주는 실시간 영상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뉴스가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 후 배 전체가 가라앉을 때까지

'도대체 왜' 구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알게 되었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모두를 구하기는 어려웠다면 수긍했을 겁니다.

정부에 실망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데 그렇지 않았으니까. 최선을 다해 구하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뭘 할 수는 없었지만 죽어가는 사람을 그저 보고만 있었던 것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이 참사를 기점으로 제 가치관 일부가 바뀌었지요.



몇 년 후 보라카이에 놀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스노클링을 하러 갔는데 제가 수영을 못하거든요.

수영 못하는 것과 상관없다며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들어갔는데 수영을 못하니깐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데도 공포심이 확 드는 겁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고 금방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구명조끼를 입고도 공포심에 발버둥을 쳤습니다.

함께 했는 이들이 도와줘서 곧 평정심을 찾기는 했지만요.


그때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의 난 이런 상황에도 이렇게나 공포심이 큰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구명조끼도 부족했는데..... ㅠㅠ


미안하고 미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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