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물건은 결국.

아디오스 기념품들

by 그린제이

오늘은 이 연재의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쓰다 보니 쓰고 싶었던 글과는 조금 어긋남이 있었지만 역시나 모든 기억의 반짝임에 머무는 것에는 역시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물건들은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열쇠의 역할을 가졌지만 어떤 물건들은 그저 활짝 열어 그곳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마냥 신나서 문안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것에 들뜨기도 했던 것 같아요.


여행지에서 기념으로 사 왔다고 하더라도 모든 물건에 기억이 담겨있지는 않은 듯해요.

물론 '다녀왔음'의 표식이고 그 역할로도 충분한 것들이 있죠. 열쇠고리나 마그넷 같은 것들 말입니다.


특별한 물건만 소개하자니 뭔가 아쉽고 가져온 물건들을 이야기하자니 그저 '표식'으로 존재하는 것들도 있고 그러다 보니 제가 쓰고 싶었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글들도 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전히 작고 작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종합 버전으로 마무리하려고요. ^^


첫 번째는 어느 날 어디선가 또 나타나겠지만 눈에 띈 문구들 - 연필, 볼펜, 노트 등입니다.

대만, 덴마크, 일본, 이란, 인도네시아에서 온 것들이네요. 물감모양은 어디서 사 왔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더 신기한 볼펜들도 꽤 샀던 기억이 있는데 찍으려고 보니 안 보이네요. 여행지에서 볼펜을 사는 경우는 조금 특이하거나 기능이 새롭거나 그런 경우일 텐데... 아! 쓰면서 또 생각났어요. 선인장 화분 볼펜과 새싹모양의 미니 마사지 화분. 이렇다니까요. 집 어딘가에 묻혀있을 거예요. ㅎㅎ

그러고 보니 같은 계열로 라이터도 모았었는데 이 애들은 안 보입니다. 이것이 또 나라별로 라이터디자인이 꽤 다르게 예쁜 애들이 있었거든요.



두 번째는 책입니다.

저는 시간이 될 경우 마트, 문구점, 서점, 시장, 박물관등을 꼭 가는 편인데요. 마트나 시장은 대부분 크건 작건 숙소 근처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거의 가지만 서점이나, 박물관등은 하루 오프가 있거나 운이 좋아 숙소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다거나 해야 가능하죠. 책을 꼭 사야지하는 마음은 아닌데 역시나 마트처럼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좀 되면 맘에 드는 책을 종종 사기도 해요.

물론, 글을 못 읽어도 크게 영향이 없는 책들을 삽니다. ㅎㅎ 하지만 아주 맘에 들 경우라고 해도 마냥 살 수는 없는 것이 기내용 캐리어만 끌고 가는 제게는 살 수 있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나마 살 수 있는 책들은 가볍고 그렇게 큰 짐이 되지 않을 것들입니다.


그중 몇 권만 꺼내볼게요.

이 잡지들은 2010년 약 한 달 동안 일본투어를 다닐 때 샀던 잡지입니다.

한 권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코렐라인'이 메인 표지인 잡지로 이때 스톱모션에 대해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어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자료가 담긴 잡지. 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코렐라인' 촬영 비하인드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상콘셉트 그리고 일본 작가 스톱모션 인형제작과 촬영방법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어요.

지금 봐도 상당히 퀄리티가 높은 잡지입니다.


또 한 권은 표지부터 '지브리'입니다. 이미 사고 있는 제 자신. ㅎㅎ

'마루 밑 아리에티' 개봉 기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잡지 전반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다루고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의 인터뷰인 듯합니다.

잡지 중간에 지브리 캐릭터 카드가 있는데 뒷면에는 캐릭터 설명이 적혀있어요.

모두 아는 얼굴이나 설명은 읽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하하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터뷰를 읽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아쉬워요.

이때 기억하는 또 하나는 영화개봉기념 지브리주간으로 TV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방영해 주었어요.

그동안 지브리 애니를 어찌나 많이 봤던지 TV 보는데 대화를 다 알아들어서 스스로 깜짝 놀랐던 재밌는 기억이 납니다. 신나기도 했고요. 오 이런 것도 해주는구나 싶었습니다.


이건 지브리 미술관에서 사온 것들 (키키는 소품영상에 나와요 ㅎㅎ)


이 책은 숀탠작가의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이라는 그림책입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2012년에 제가 브라질 상파울루 서점에서 발견했는데 너무 반가워서 심지어 스페인어로 쓰여있는 책임에도 (국내에도 출판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기에 구매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숀탠 작가님의 책을 접하신 적이 없다면 보시길 권해봅니다. 상당히 많은 책이 국내에서 나와있습니다.

정말 멋진 그림과 이야기를 접하실 수 있을 거예요.


다음 역시 좋아하는 지미 리아오 작가책입니다. 대만 공항에서 만나고 신나서 책과 펜을 샀죠.


이 미니북은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섯 권은 그림책이고 한 권은 노트입니다.

미니북 중 국내에 나와있는 책도 여러권인데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를 알 수 있는 멋진 책들이에요.


국내에서는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로 꽤 알려져 있으신데 이 책은 금성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어요. 아마 그래서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지하철'이란 책으로 처음 발견하고 책장을 넘기는데 그림도 근사했지만 첫 문장에 반했어요.

-

천사가 지하철 입구에서

나에게 작별을 고하던 그 해.

나는 조금씩 앞을 볼 수 없었다.

-

(글이 길어지네요. 할 말도 많은데. 하하하 )



그리고 마지막 책은 최근 - 2018년이 최근이라니 T^T - 로마에서 사 온 책으로 로마 유적지의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플랩북 형태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세 번째는 소품들입니다.

작게는 아주 작은 미니 장식품부터 열쇠고리, 마그넷, 조명등이 되겠습니다.

일본 레고랜드에서 온 아이들을 시작으로 국내외 상관없이 섞여있어요. (선물 받은 것도 포함)

(재미있게도 '싸우젠드 써니 호' -일본 애니 원피스에 나오는 배- 는 캐나다 공연을 다녀온 동료의 선물. ㅋㅋ 캐나다 가서 왜 써니호를??? 받을 때도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좋아하는 배이므로 기쁘게 받았었습니다. )

스노볼 라인에 있는 애들 쪽은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함께 온 아이들인데 어떤 것은 기억이 나고 어떤 것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열쇠고리 라인은 나라를 모르겠는 아이들이 더 많네요. 하하하.



마지막으로 모카포트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018년 다시 로마를 갔을 때 마음먹은 것 중 하나가 비알레티 매장에 가서 모카포트를 산다는 것이었어요. 그전 여행으로 갔었던 2007년에는 모카포트를 모른 던 아이였습니다.

모카 포트는 국내에서도 충분히 비알레띠를 살 수 있지만 현지 매장에 가보고 싶었어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모카포트가 있더라고요. 모양도 여러 가지고 이쁜 컵들도 가득가득.

구글맵으로 비알레띠 매장을 찾아서 갔던 밤이 기억납니다.

그날은 비알레띠뿐 아니라 많은 지식인들이 오가며 이야기를 공유하고 작품을 써내려 간 일명 '괴테커피'로 유명한 '안티코 카페 그레코'도 가야 했기에 조금 바빴거든요. 기억에 비알레띠매장에서 한 두 블록 지나면 카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공간 자체가 타임슬립한 듯 자연스럽게 멋진 그 시대인 그곳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어서 심플하게 스탠딩으로 마시고 나왔지요. 사실 커피맛은 기억이 안 나고(이탈리아 커피는 다 맛있다는 기억의 회로) 초콜릿이 맛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초콜릿이 들어간 틴트케이스가 정말 너무 예뻐요. 선물로 주려고 사 왔습니다. 이곳은 공간이 정말 예술자체이므로 언젠가 꼭 앉아서 마시고 싶어요. 우선 가야겠지만..ㅎㅎ


그리고 한 이틀 후쯤 판테온 근처 '타짜도르'도 갔었는데 여기 커피 맛있습니다. 이 날은 비도 와서 운치도 있었다죠. 정말 글을 쓰면서 이탈리아 현지의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네요. 이탈리아는 커피가 최고! 파스타, 피자보다 커피!


커피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래전 2007년에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에 빠진 저는 한국에 돌아와 그 맛이 그리워 기회가 될 때마다 에스프레소에 도전을 했는데 (에스프레소 파는 곳도 많지 않았음) 실패하고 어느 날 이탈리아 체인 커피 브랜드를 마주하게 됩니다. 기대를 안고 시킨 에스프레소는 역시 실망스러웠어요. 그리고 에스프레소와 오랜 시간 내외했죠. ㅎㅎ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를 가서 조우를 하게 됩니다. 아. 운명이란!

하지만 이번엔 전과 같은 이별을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간직하려 했는데 '타짜도르'가 국내 매장이 생겼더군요. 흠. 곧 갈 것 같은 마음입니다. 이번에는 슬픈 이별이 없기를 바라며.

하하하. 오늘도 물건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려고 하는군요.


옛날이야기 등에 보면 오래된 물건에는 수명이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수명이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특별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 뭘까? 고민을 해봅니다.


(생각 중.............)


떠오르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제가 산 물건이 아니라선물로 받았던 거네요.

역시 그런 걸까요?

누군가 나를 위해 마음을 내어 준 선물이라는 것은 생각보다마음속에 깊이 남겨지나 봅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누군가에 줬던 저의 선물도 여전히 기억되어 떠오르면 기쁨이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운동 루틴을 만들려고 요즘 열심히 노력 중인데 작심삼일을 드디어 넘어서 오늘로 7일째가 되었어요.

그리고, 여전히 매일 그리고 짧게 쓰고는 있지만 여기에 '열심히'는 감히 붙이지를 못하겠습니다.

'글쓰기'에도 당당하게 '열심히'를 붙일 수 있는 날을 만들어봐야죠.

이 애매모호한 연재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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