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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Sep 17. 2024

[문득] 옛날 옛적에

명절 전에는 목욕탕엘 갔었다.


옛날옛적에

아직 세상을 6년 남짓 살았을 무렵에는 명절 전에 목욕탕 가는 것이 국룰같은 거였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서 말이다.

게다가 할머니는 목욕탕 시작시간에 가야 물이 깨끗하다며 언제나 새벽같이 어린 나를 깨워 목욕탕을 데려가곤 하셨는데 (아마 한 새벽 5시쯤 ) 잠투정 같은 건 상관없이 거의 반은 잠이 든 채 끌려(?) 간 듯하다.


기억난다.

역시나 할머니 말씀처럼 목욕탕은 텅 비어있고 커다란 탕에 물은 다 채워지지 않았을 경우도 있었다.

할머니는 우선 나를 닦아서(?) 탕에 넣어두셨는데 여전히 비몽사몽 상태.

뜨근한 탕 속에 담긴 나는 마치 엄청 따뜻한 이불을 포옥 덮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눕고 싶었었다.

잠이 덜 깨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이 간질간질 떠오른다.

눕고 싶어 하는 나를 할머니는 똑바로 앉히려고 하고  ㅎㅎㅎ


그런 시간이 잠깐 지나면 정말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오는데  까실한 타월이 공격해 오기 때문이다.  

할머니 손에서 온몸이 빨개지도록 공격을 당하곤 했다. (지금과는 매우 다른 아주 온순했던 시절 ㅋㅋㅋ)


하지만 아픔뒤에는 보상이 따르는 법.

목욕 끝나고 탈의실에 나가면 냉장고가 있고 냉장고 안에는 박카스, 바나나우유, 딸기우유 등이 정렬되어 있었는데 뭘 먹을지 고를 때면 등짝의 아픔 따위는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 돼버리는 것이다.  맛있게 홀짝홀짝.


명절이라 하니 아주 옛날이 떠오르고 쓰다 보니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또르륵.

정말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해 주셨었는데 이제는 볼 수가 없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할머니.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준 할머니.


우리 할머니가 그랬었다.

추석날에는 달보고 소원을 비는 거라고. ^^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해마다 추석밤에는 달님 보러 나간다.







+더하기 240917 8시쯤의 달.

장르가 서스펜스 스릴러.  전설의 고향버전이다.

소원을 빌면 어둠의 마법이 서릴 것도 같아서 쉽게 못 빌 비주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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