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Nov 13. 2019

기쁜 날, ‘그린이 탈출기’에 온점을 찍다.

졸업 후 쉴 새 없이 달렸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발랄하던 스물넷, 그런 나를 죽이는 스물다섯 그리고 지쳐가는 스물여섯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지난날을 기록한다.



취업준비 일 년 차, 누가 들어도 아는 회사에 서류를 넣는 족족 붙었다. 서류 붙은 것도 대단하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힘입어 취업난을 남의 일로 여겼다.    


이 년 차, 나를 주어진 질문에 꾸겨 넣는 것에 진절머리 났다.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솔하게 말하고 싶었다. ‘NAME’보다 ‘VISION’에 마음 쏟기로 결심했다. 자연을 매개로 사람과 만나 좋은 감정을 공유하는 일, 나아가 우리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하도록 돕는 일. 이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기도하며 정확히 50번의 지원과 한 번의 중등임용고시.


삼 년 차, 불합격을 알리는 문구가 익숙해질수록 ‘내려놓음’을 배웠다. 최선을 다하되 환경을 인정하고 결과에 순응하자고. 판단을 내려놓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채용 일정 속에 울고 웃고, ‘나’를 잃고 얻으며 2019년 10월이 되었다. 나의 가치와 부합하고 하고 싶던 일을 하는 직장의 합격소식.

  

서류도 필기, 면접도 감사하게 합격해 강원도 산골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마음을 비우되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나를 위하시는’ 이의 선물 같은 결과다. 길고 끝이 보이지 않던 시간이었지만 결국엔 해냈다. 그러니 긴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이 홀로 걷고 있다고 생각 말고, ‘그럼에도 자신의 빛을 향해 걸어가는’ 자신을 칭찬해주면 좋겠다. 취업준비만 말고 가끔은 여행 가고, 산에 올라 소리도 지르고, 날 위한 멋진 선물도 해주면 좋겠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계절 같은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담아.  

  


Epilogue.  면접장


"우리 기관에 입사해서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은가요? 이유는 됐고, 누군지만 말해주세요."

"장애인의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프로그램 진행 후 본인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나요?"

"...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충분히 물어볼 법한 질문이었기에 예상 답변을 준비했지만, 왜 때문인지 미리 준비한 대답과 다른 진심이 나왔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흐르는 눈물과 함께 웃으며 마지막 말을 하고 면접장을 나왔다.


"이렇게 면접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합니다. 세 번째 지원하면서 좌절되고 어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 마음 변치 않고 행복을 전하는 교육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0.


작가의 이전글 취업, 완주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