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맺히는 때
처서로 글을 쓰고서도 잠시 무더위가 이어지더니 다시금 서늘한 기운이 살갗을 감싼다. 나무데크 틈 사이에도 촉촉하게 이슬이 고인다. 낮과 밤의 기온이 다른 최근, 문득 누군가 떠올랐다. 이유 없다고 느꼈는데 지금 보니 백로라서 떠올랐나 보다.
흰 이슬이라는 백로는 뜨거웠던 여름을 보내는 작별인 셈이니까. 그리고 해가 뜨면 이내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으니까.
한때 사랑했고 함께함이 좋아서 영원히 그대로 남기고 싶은 친구가 있었다. 무엇이든 간에 같은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은 없는 걸 텐데, 마냥 소중해서 한 결정이 결국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그 과정에서 사랑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증오로 변했고 그래야만 하는 변명거리가 늘어났다. 수많은 대화와 다채롭던 감정이 강렬한 햇빛 같던 날들이 차갑게 식어 작고 이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이슬이 되었다.
붙잡을 수도 붙잡히지도 않는 그런 이슬 같은.
지난 뜨거운 열기가 다 사그라지는 차가움 같은.
다시 백로,
한여름의 뜨거웠던 모든 것이 지나가고 서늘한 새벽 공기 속에서 비로소 이슬이 맺혔다. 손을 대면 사라져 버릴 것을 알기에 섣불리 만질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 이슬에 마음이 머물렀던 것은 지나간 여름의 풍경이 비쳤기 때문일 거다. 뜨거웠던 순간, 푸르렀던 기대, 그리고 결국 사그라질 현실까지도.
순간에 사라진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간의 열기를 품고 품다가, 머금고 머금다가 떨어져 맺힌 결과라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의 마음을 스치는 서늘한 공기가 부디 후회가 아닌 위로로 느껴지기를. 모든 뜨거웠던 것들을 지나온 우리가 마주한 이 계절이, 부디 맑고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