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때

by Green

동지, 밤이 가장 긴 절기, 그 말인즉슨 이후로는 해가 길어지는 날.

그 절기에 의미를 두고 결혼 날짜를 잡았었다.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 이날을 시작으로 앞으로 길어질 우리의 밝은 날을 즐거워해주세요."


청첩장 문구를 떠올릴 때마다 더불어 드는 생각은 그러면 '하지는?!'이었다.

하지뿐인가,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과 추분도 있다. 추분까지 보내고 나니 일교차도 심히 커지고 낮과 밤이 분명하게 차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쌀쌀함과 어둠이 크다고 느껴지기보단 지나간 뜨거움을 아름다이 추억하게 되고 새로이 보이는 색에 매료되는 듯하다.

노랗게 물든 나무들과 청명하게 높다란 하늘, 순수함을 머금고 있는 뭉게구름도.


이처럼 우리의 밝은 날이 줄어들까 봐 걱정했던 절기들은 왔다... 갔다.

그 사이 우리의 다름도 극명하게 보였고 여전히 보인다. 그럼에도 그 어둠 같은 쓸쓸함이 나를 삼키기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경계로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이 가을에 거둘 수확이 되리라 바라면서.


다음 추분이 되어도 이 씨름은 계속되겠지만 잊지 말 것은...

이 시기는 떨어지는 것과 수확이 함께 있는 시기이자, 기존의 색을 잃는 것과 새로운 색의 나를 찾는 시기라는 것.

요즘 날씨와 같이 감정의 온도도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점점 안정을 찾을 거라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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