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Mar 03. 2019

다시 시작, 숨 쉬기

실패와 좌절에 빠져있던 그린이 구출기 1


 그간 2016년 영국 생활을 시작으로 7개국과 국내 곳곳을 여행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남기고 싶었다. 여행은 곧 내 삶과 같았기에, 그러나 넘치는 정보와 치열한 삶을 살라는 제안(혹은 압박) 속에서 그 행복했던 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사치였다. 그렇게 한동안 내 삶을 외면하고, 배움과 충전의 시간을 외면했다. 그렇게 17,18년도의 그린이는 여행 가지 않는 이유를 '질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더 이상 여유로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주입되었던 것 같다.

대학 졸업을 하고 일 년 반의 시간이 지났고 나는 무직이다. 이력서만 본다면 나는 이룬 것이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어쩌면 그럴지도, 34번의 (마구잡이식이 아닌) 구직활동이 있었고 (1년에 한 번 있거나 없는) 중대한 시험도 치렀으며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도도 꽤 있었다. 몸무게는 8kg을 잃었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얻었다. 계속되는 실패를 무시하며 실패 즉시 새로운 시도를 하던 나는 채용공고를 보는 스크롤을 멈추고, 타이핑하던 손을 멈췄다. 실패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바둥거리던, 그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해 긴장하던 나를 버려야 했다. 치유 없이 지나간 1년 반 동안의 실패와 좌절감을 슬퍼했다. 그동안 즐거이 지내지 못한 내 젊음에 미안했다.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며 숨 쉴 시간을 갖기로 했다. 숨 쉬는 것은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래서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나에게 박수 보내는 바이다.


계속되는 실패에 무뎌져 웃음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보낸다.

다른 이의 압박과 비난의 말속에서 숨이 막혀올 때, 떠날 수 없는 온갖 이유를 대며 제자리에 머물려고 할 때, 어떤 방법이라도 좋으니 숨 쉬는 것을 미루지 않길 바란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청정 산소 같은 존재를 발견하고 틈틈이 숨 쉬어야만 하는 세상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파란 하늘에 어울리는 난처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