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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Apr 09. 2016

파란 하늘에 어울리는 난처함

난처함은 괴로움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난처함은 괴로움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파란 하늘과 붉은 꽃들 사이에서 누린 행복함은 나에게 가장 난처한 순간을 선물하였다.



 필리핀의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하던 때였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아이들의 활동 결과물에 관심을 가지며 아이들이 대답하게끔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업에 들어온 다른 교사의 방해로 아이들은 대답의 기회를 잃게 되었고 나 또한 불쾌하게 수업을 마친 적이 있었다. 그런 불쾌감이 아이들에게도 보였는지 수업 후 찾아와 ‘Don't be sad, be happy!’라며 꽃을 주었다.



아이들이 선물한 구마멜라(필리핀 국화)



이전에 내가 꽃을 좋아한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나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선물한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섬세함과 순수함에 기뻐했는데 그때 다른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것은 난처한 순간의 시작이었다.








 내가 기뻐한 것은 ‘아이들의 마음’이었으나 ‘꽃’에 긍정적인 반응을 했다고 여긴 아이들은 점차 학교 안의 꽃을 따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선물한 꽃을 버릴 수 없어서 나와 아이들의 머리에 꽂으며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그 행동은 아이들의 관심을 더욱 끌었고 더 많은 학생들이 꽃을 꺾어왔다.



라푼젤이 된 Ate Emma





이전에, 현지 선생님과 수업하던 학생들이 창밖에 지나가던 나를 보고, 내게 집중하여 수업시간에 소란 피운 적이 있었다.


"Ate Emma!! please look at me."

(Ate:손 위 여자 사람을 부르는 존칭어)

"Ate Emma, I'm here!"


"Teacher, please say hi"






 수업의 흐름을 끊었다는 것에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교내의 꽃을 다 꺾어 없애는 상황이 생겨 더욱 눈치를 보게 되었다. 현지 선생님들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보여지는 것에 민감한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꾸어둔 화단의 꽃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꽃이 사라진 화단







눈살을 찌푸린 선생님들을 보고 꽃 꺾는 아이들을 막아 나섰다. 생명에 대해 언급하며 타이르고 꺾어온 꽃을 절대 받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단호하게 학생을 쳐다보기도 했지만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표정에 마음이 약해졌다.



꽃을 받자니 계속해서 많은 아이들이 꽃을 꺾어 교내의 꽃이 사라질 것 같았고 선생님들의 눈치도 보였다. 반면에 꽃을 받지 않자니 아이들에게 거절감을 줄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처했다.







 결국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로 아이들의 행동은 멈췄고 받은 꽃을 나름대로 꽃꽂이하여 각 반에 선물하였다. 다행히도 선생님들은 웃으며 꺾어진 꽃들을 받아주었다. 아직도 아이들의 순수함과 나를 향한 기대감이 예쁘게 기억되지만 선생님들의 눈빛과 파헤쳐진 화단은 여전히 난처했던 순간으로 떠오른다.


선물로 돌려준 아이들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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