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Mar 10. 2019

홀로 떠나도 외롭지 않아

내가 서있는 그 길을 걷는 이가 있다.


 설렘을 얻는 공간, 공항. 


지연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혼자 있으니 시간이 더디 갔다. 친구랑 재잘거리며 기다리는 맛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왠지 모를 기대가 틈틈이 자리하고 있었다.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걱정되지만 떠나는 설렘만으로 나는 사소한 것에도 까르르 웃고 있었다. 


탑승지연으로 인해 불평할 수 있었지만 '짜증 내지 않기'라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해 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덕분에 좋아하는 밤 비행을 하겠구나.'



밤 비행,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까만 밤하늘에 수놓은 반짝거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셀 수 없이 반짝거리는 하늘은 그저 오리온 허리춤에 있는 3성을 찾는 수준이 아니다. 찬란하게 빛을 내는 모습이 좋아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자세히 볼 수록 더 선명해지는 별에서 어찌 눈을 뗄 수 있을까. 


아브라함에게도 저렇게 많은 별을 보이며 약속하셨을까, 새삼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느낀다.



익숙한 사람, 막막한 삶에서 당장 눈 앞의 것만 보니 숨통이 조여왔다. 깜깜한 하늘에 숨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별들이 있는 걸 모른 채. 


별을 바라보는 동안은 쉬지 않고 떠들며 맥주캔 따는 패키지 무리에서 잠시 멀어져 희망을 생산했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그래 여기 잠시만 쉬어
누가 뭐래도 그냥 잠시 쉬어 
아무 말도 아무 생각하지 말고

 제이레빗- 쉬어



 좋아하는 제이레빗의 stop&go 앨범 수록곡을 듣다 문득 내가 자랑스러웠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도 떠나지 못하고 쉼이 필요한데도 떠나지 못한다. 반면에 준비 없이 시작하길 두려워하는 나는 이렇게 이틀 만에 떠날 것을 각오하고, 이틀 뒤에 떠나고 있었다. 

계획 없이 홀로 낯선 땅으로 떠나는 것은 내게 두려움을 이기는 도전이다. 시작. 시작이 좋다. 



   숨 쉬기 위해 떠난 여행인 만큼 일상처럼 잔잔하기도, 때때로 마주하는 사건으로 예상치 못하기도, 도전의 순간을 마주하기도, 또 다른 이들의 제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홀로 떠난 라오스 여행은 '여행'다웠으며 나의 20대를 닮아 의미 있고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혼자 떠났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다음 날 일정을 정하지 못할 때 도움 주는 사람이 있었고 다이빙 대에서 두려움을 마주할 때 어느새 한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부유하지 않지만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여 내 삶에 희망을 주는 사람을 만났고 나의 기쁨을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홀로 서있는 듯한 시기를 보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게 일상이 고민 투성이인 나와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고 실패할까 봐 두려워 망설일 때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자신이 불편하더라도 함께 가자고 손 내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었다. 


혼자라며 불평하는 모습을 버리고 그들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되어 홀로 있다고 느끼는 이들의 동행이 되자고 마음에 새긴다. 다른 이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자고. 나아가 내 삶으로 희망을 전달하고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자고. 



타고 있던 차 고장으로 (강제)트레킹 중

좋은 사람들만을 만난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내가 그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사람들로 인해 내 여행이 만들어졌고 나의 가치를 세우기도 했다. 


홀로 있어도 함께 존재했고 혼자 걸어도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난 외롭지 않았다.



작가의 이전글 다시 시작, 숨 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