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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Apr 08. 2021

염색 좀 했습니다.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9

망설임 끝에 탈색 후 분홍빛 머리로 출근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며 검은 머리와 갈색 계열 머리만 보았던 터라 머릿결이 상하면서까지 탈색했다가 누군가의 지적 때문에 다시 덮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원장님, 팀장님 제가 염색 좀 해도 되겠습니까?” 묻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다. 내 머리인 것을. 어느 규정에도 염색에 대한 것은 없지 않은가. 딜레마 끝에 나는 팀장님에게 자연스레 “저 염색할 거예요. 밝게”라고 했다. 팀장님은 워낙 나의 인상을 부드럽거나 밝게 보지 않던 터라 긍정적인 반응이셨다. “붉은색만 아니면 돼”라는 팀장님 말에 “핑크색 할 겁니다”라고 대꾸하고 바로 다음날 미용실로 향했다.

사실 공공기관이라 탈색을 걱정한 것이 아니다. 밝은 카키색 염색모와 머릿결을 바꾸고 몇 년간 고생하며 염색해준 이를 원망하던 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뒤로 까만 자연모를 기르며 머릿결이 정말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아도취려나? ‘오늘 하루 가장 좋았던 촉감은?’이란 질문에 ‘나의 머릿결’이라 답하기도 했다. 그런 머리가 또다시 끊어지고 녹아내리는 결정하는 것은 어려웠다. 순간 좋아 보인다고 한 선택에 몇 년을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했다. 회사의 시선은 이미 안중에 없었다. 나만을 위해 고민했고 선택했다. 

탈색을 하고 나니 금발이 되었다. 생각보다 잘 나온 머리색에 놀랐다. 이대로 마무리한다면 한동안 ‘숲 속의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고도 남았을 거다. 아쉽게도 주인공은 되고 싶지만 눈치 먹기는 싫어서 핑크빛만 남기고 어둡게 덮었다. 생각보다 어두운 머리 색이 파격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적응할 시간을 주고 색이 빠지면 다시 한번 밝게 변신해봐야겠다. 다음은 무슨 색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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