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28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으로 인해 30도가 웃도는 이 여름철, 에어컨 없이 나고 있다. 땡볕에 매리골드를 식재하고 사무실로 돌아와도 시원한 바람은 없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창문을 열어도 무더위는 계속됐다.
에어컨 그냥 켜면 안 되나?
에어컨 켜달라는 직원 말에 담당자는 장난식으로, ‘빠따(?) 맞을 준비 하라’고 했다. 그뿐일까, 근무시간에 천장에 달린 전등을 꺼버렸다. 시원하라고 그런가? 아니, 에너지 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타이핑을 친 게 바로 엊그제다. 지금 에어컨을 켜면 한겨울에 히터를 켤 수 없다는 말에 에어컨 없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겨울은 시베리아가 따로 없다. 가끔은 그보다 추운 기온을 유지하기도 하니)
사실 여름이라 느낀 게 오래되지 않았다. 한 달 전, 경량 패딩을 입을 정도로 해발 850m의 숲 속은 시원하긴 하다. 강원도가 이렇게 덥다면 다른 동네는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이려나? 상상도 안 된다. 그런 이곳에 무더위가 시작됐다. 숲이라 그나마 버티지. 다른 회사는 켜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 시원하다 못해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공기업이었던 바로 전 직장은 무진장 추워서 반팔 입은 적이 없었는데. 참나!
36.9˚C, 37.8˚C, 38.1˚C... 체온이 올라간다.
너무 더워 숲으로 나간다.
무성한 나뭇잎 아래에 있으면 그렇게 시원하고 상쾌할 수 없다. 이 여름, 완벽한 피서지가 바로 옆에 있다. 최근 숲 길마다의 운동량 조사를 진행하면서 산책하듯이 걷기만 해도 의욕이 생기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작 전 불안과 긴장은 사라지고 혈색도 좋아졌다. 답답했던 몸안의 열기가 오히려 나가는 기분이다. 더위에 무력해질 때 숲길을 걷고 몸에 활력이 돋음을 경험했다.
에어컨, 히터도 못 키는 회사지만 숲이라서 버틴다.
어지간해서 땀 흘리지 않는 나도 이렇게 더워하는 것 보면 지구가 많이 더워졌나 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올여름은 좀 더 가벼운 옷과 부채로 버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