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Jul 17. 2021

에어컨 없이 무더위 나기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28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으로 인해 30도가 웃도는 이 여름철, 에어컨 없이 나고 있다. 땡볕에 매리골드를 식재하고 사무실로 돌아와도 시원한 바람은 없었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창문을 열어도 무더위는 계속됐다.


에어컨 그냥 켜면 안 되나?     


에어컨 켜달라는 직원 말에 담당자는 장난식으로, ‘빠따(?) 맞을 준비 하라고 했다. 그뿐일까, 근무시간에 천장에 달린 전등을 꺼버렸다. 시원하라고 그런가? 아니, 에너지 절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타이핑을 친 게 바로 엊그제다. 지금 에어컨을 켜면 한겨울에 히터를 켤 수 없다는 말에 에어컨 없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겨울은 시베리아가 따로 없다. 가끔은 그보다 추운 기온을 유지하기도 하니)


사실 여름이라 느낀 게 오래되지 않았다. 한 달 전, 경량 패딩을 입을 정도로 해발 850m의 숲 속은 시원하긴 하다. 강원도가 이렇게 덥다면 다른 동네는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이려나? 상상도 안 된다. 그런 이곳에 무더위가 시작됐다. 숲이라 그나마 버티지. 다른 회사는 켜지 않으면 버틸 수 없어 시원하다 못해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공기업이었던 바로 전 직장은 무진장 추워서 반팔 입은 적이 없었는데. 참나!

     

36.9˚C, 37.8˚C, 38.1˚C... 체온이 올라간다.


너무 더워 숲으로 나간다. 


무성한 나뭇잎 아래에 있으면 그렇게 시원하고 상쾌할 수 없다. 이 여름, 완벽한 피서지가 바로 옆에 있다. 최근 숲 길마다의 운동량 조사를 진행하면서 산책하듯이 걷기만 해도 의욕이 생기고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시작  불안과 긴장은 사라지고 혈색도 좋아졌다. 답답했던 몸안의 열기가 오히려 나가는 기분이다. 더위에 무력해질  숲길을 걷고 몸에 활력이 돋음을 경험했다.     


에어컨, 히터도 못 키는 회사지만 숲이라서 버틴다. 


어지간해서 땀 흘리지 않는 나도 이렇게 더워하는 것 보면 지구가 많이 더워졌나 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올여름은   가벼운 옷과 부채로 버텨보려 한다.

실내온도 30.9˚C에도 꺼져있는 에어컨




작가의 이전글 염색 좀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