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 대하여
이국적 분위기의 리듬과 악기 소리만으로도 마법스러운(?) 영화 엔칸토. 특유의 활기찬 모습이 가득한 영화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마드리갈 패밀리가 나온다. 빵으로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는 능력, 기분에 따라 날씨를 바꿀 수 있거나 미래를 보는 능력, 산을 옮길 수 있는 힘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능력 등 마드리갈 패밀리는 개인마다 특별한 마법을 갖는다. 단 한 명만 빼고. 미라벨은 가족 중 유일하게 특별한 능력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를 작아지지 않게 애쓰지만 주변 가족들은 미라벨을 위축되게 한다. 사촌동생이 미라클이라는 능력을 받는 일생에 한 번뿐인 그날,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며 나름대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미라벨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특별해야 하는 날, 그녀는 특별하지 않기에.
사촌동생이 동물과 대화하는 능력을 받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큰 축하를 받자, 억압되어있던 미라벨의 마음속 진심이 터져 나온다. 다른 가족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특별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은근한 무시에 피어나는 미운 마음, 마법의 세계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도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 비교의식 그런 거.
무엇이든 가볍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듯한 언니, 완벽해 보이는 언니들 뿐 아니라 사랑하는 동생도 특별한 미라클을 받고, 미라벨 자신의 감정이 더 요동칠 즈음, 미라클로 둘려 쌓인 집에 금(crack) 가는 것을 본다. 균열이 보이면서부터 괴력의 루이사는 자신의 힘이 약해짐을 느낀다. 그런 루이사에게 미라벨은 무슨 일인지 추궁하고, 강해 보이기만 했던 루이사의 속마음을 듣는다.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과 혹은 힘이 약해져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고. 미라벨을 그때 알게 된다. 가진 자에게도 부담이 있음을.
집이 무너져가고, 가족들의 미라클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 사라졌다던 미래를 보는 부르노 삼촌을 찾아간다. 그리고 미래를 보게 된다. 무너지는 듯, 굳건한 듯 보이는 마드리갈 패밀리의 집과 미라벨의 모습이 겹쳐있었고, 미워하던 이사벨라와 포옹함으로써 극복하는 환영이었다. 평소에도 완벽주의에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왔던 이사벨라와 포옹이라니. 게다가 이미 미라벨로 인해 이사벨라의 계획이 틀어졌던 터라 이사벨라는 미라벨에게 크게 분노한다. 우아한 모습만 보였던 이사벨라의 분노와 함께 가시 돋친 선인장을 만들면서, 자신에게는 다양한 감정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다 여기는 것만을 보이기 위해 애써 자신의 감정은 감추고 살아온 마음이 터져 나오며 그것을 깨닫게 한 미라벨과 화해를 한다.
이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듯 보이지만, 더 깊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바로, 미라벨에게도 미라클을 바랐고, 그러지 못했을 때 실망한 할머니. 받은 재능으로 마을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의로운 척 하지만 실은 재능이 없으면 무능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은근했나 보다. 처음 받았던 기적을 대할 때와 기적이 당연한 것처럼 익숙해진 뒤의 마음가짐은 달랐을 것이다. 가족을 구한 미라벨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 모든 일이 미라벨로부터 왔다고 엉뚱한 곳으로 화를 내뿜는다. 실은 자신의 자녀에, 손녀에, 가문에, 자신이 바라는 모습에 부합하기를 욕심부린 거면서. 할머니는 자신의 미라클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라클 없이도 살았을 거다. 조금 편리했을 뿐. 특출 난 재능이 없다고 해서 루저는 아니니까.
마드리갈 가족의 집은 산산이 무너졌다. 미라벨을 향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할머니의 사과로 다시 화합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집을 지어간다. 이전과 같은 능력은 사라졌다. 대신 마을 사람들과 집을 다시 세워가는 미라클이 있었다. 집을 짓는 마지막 작업은 문고리 달기. 이 문고리를 마갈리가 달면서 마드리갈 패밀리의 미라클이 다시 살아난다. 개인적으로 굳이 마지막에 마법이 되살아나야 했나라는 생각을 한다. 특정 누군가가 받은 능력, 마법 없이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너는 모르지 얼마나 멋진 사람이란 걸 나만 아는지
세상이 널 아직 모른대도 말없이 그냥 웃고만 있는지
그렇게 넌 따뜻한 넌 나만의 히어로
옥상달빛 - Hero
뻔하지만 잊고 살았던 주제를 전한다. 미라벨에겐 사람의 마음을 경청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능력이 있었듯이 우리에게도 너무 작고 사소해서 모를 수 있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이 있다는 것. 루이사와 이사벨라처럼 우리가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다는 것. 위기에 다가와 도와준 마을 사람들처럼 특출 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