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티 블루 37.2〉에 대하여
사랑을 찾는 베티, 재능(집필)을 발휘하지 못하고 배관수리공으로 일하는 남자 조르그를 만난 베티는 가끔 과격하고 할 말을 하고 산다. 자신의 상황에 안주하는 조르그를 나무라기보단 재능 있는 조르그를 몰라보는 사람들을 악하다고 여긴다. 조르그는 동네에 있는 모든 방갈로에 페인트칠을 하라는 무리한 요구에도 순응한다. 말도 안 되는 갑질이라 생각한 베티는 집주인의 차에 페인트를 엎어버린다. 화끈하지만 무례할 수 있는 베티의 태도에 조르그는 뒷수습하기 바쁘다. 그 뒤로도 희롱하는 집주인을 난간에서 밀어버리고, 조르그의 재능을 알아주지 않는 집주인의 집에 불을 지르고 떠난다.
떠나온 곳은 베티의 친구 리자의 호텔이다. 그곳에 머물며 조르그는 호텔을 수리해주고, 베티는 조르그가 그간 써온 글을 타이핑해 출판사에 보낼 준비를 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라는 조르그의 멱살을 잡고 '작아지지 마'라고 하는 베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인정받지 못할 때마다 분노하는 베티의 모습은 매력적이지만 점차 도를 넘어 폭력적인 모습도 나타나 주위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방갈로 생활을 화끈하게 정리한 보람이 있게 베티와 조르그, 리자와 리자의 새 애인 애디는 즐겁게 어울린다. 애디는 자신의 피자집에서 서빙 일을 제안한다. 그 일 중 베티가 마음에 들지 않은 손님을 포크로 찌르는 사건이 생긴다. 그런 베티를 감싸는 건 조르그였다. 비정상적인 행동에도 조르그는 베티만을 걱정한다. 다리 부러진 야생마가 달릴 수 없음에 절규하는 것과 같다고 베티를 묘사한다. 세상이 품지 못하는 베티를, 그녀 모습 그대로 봐주는 사람이 조르그였다.
이후로도 베티는 조르그를 위해 출판사에 열심히 원고를 보낸다. 원고가 하찮다는 답장을 받은 베티는 복수하기 위해 편집장을 찾아가 얼굴에 상처를 내고 욕한다. 기분 나쁜 말은 무시하라는 조르그와 그런 평가에 참지 말라는 베티. 이들은 다르지만 서로를 위하기에 불안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갑자기 듣게 된 애디의 엄마의 죽음 소식에 넷은 고향으로 내려간다. 애디는 마침 피아노를 좋아하는 조르그와 베티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하셨던 피아노 가게를 맡긴다. 이들은 새로운 직업에 흥미를 느끼고 새로운 동네에서의 생활도 적응해간다.
어느 날 베티는 자신이 임신했다고 한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인데 얻게 된 자녀 소식에 함박웃음 짓는 베티, 아빠가 된 기쁨에 샴페인과 아이 옷을 사 온 조르그.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그릴 준비를 막 시작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는다. 베티는 충격에 빠진 듯 다소 과격한 행동장애가 나타났다. 야반도주를 하고 선물 받은 아기 옷을 갈기갈기 자른다. 실의에 빠진 베티의 슬픔에 공감하고, 더 이상 생기 있지 않은 베티를 감싸주고 무조건적인 편이 되는 조르그는 자유로운 베티의 삶을 위해 둘만의 넓은 들판을 사려한다. 그런 베티를 위해 돈을 훔치기도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자 하는 베티는 결국엔 한쪽 눈을 파내는 지경이 된다. 병원으로 실려간 베티는 여러 정신 물질을 먹게 되고 쇼크상태가 된다. 베티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제지당하고 쫓겨난다.
마침, 오랜 지원 끝에 출판사로부터 연재하겠다는 연락을 받는다. 사랑하는 베티에게 드디어 출판소식을 알릴 수 있게 되었으나 그 소식을 함께 즐거워하지 못한다. 조르그는 여전히 사랑하는 베티를 위해 몰래 병원에 들어가, 그녀를 죽음으로 도피시킨다. 아픈 모습을 감당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얽매여있는 베티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그녀를 위한 선택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조르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베티에게 쉴 곳이 되어줬다. 모나고 반사회적인 모습 또한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베티가 곁에 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위해 계속 집필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요즘 나는 미친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꿈 많고 사랑 많다던 나였는데, 이젠 주변에 불쾌한 감정을 주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요구하고, 때로 갈등이 생기면 그들의 언어와 표정, 행동이 하나하나 크게 다가와 위협을 느낀다. 그런 이유로 나 또한 그들에게 비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은 그냥 모난 모습이 있을지라도 그냥 사랑받고 싶었다.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나도 주변도 감정이 상했다. 다른 이의 감정을 돌아볼 여력이 안된다며, 적당히 대했다. 나는 그 이상을 바랐으면서. 그래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다듬어지지 않은 베티였지만, 그녀의 사랑 방식을 손가락질하지 않고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베티의 삶은 극단적이고도 따뜻했다. 비록 수용되지 못하고, 자유하고자 했던 그녀가 오히려 얽매이고 죽음으로 연결되었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