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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Jan 28. 2022

복귀했어요.

나를 잃지 않을 거예요.

 오랜만에 쓰는 글은 어떤 주제로 써야 할까 망설여졌다. 누가 내 글을 기다릴까? 하면서. 괜히 많아지는 생각에 글 쓰는 걸 주저했고, 다른 사람의 글로 대리 만족하고 있었다. 

‘우울증이라던데 한동안 글이 없으니 죽은 건 아닐까’ 생각했을까? 너무 다행히도 나는 짓밟히는 트라우마 속에도 꿋꿋이 살았다. 회사는 내가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로지 내가 성숙한 사람이라 버틴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감사를 모르는 오만 또는 교만이 아니라, 부족한 회사에 대한 증오가 컸다)     


 2022년 첫 출근해서의 나를 기록해본다. 첫날부터 울지는 말자고 다짐했다. 그 정도 다짐은 지킬 수 있겠지 싶었다. 아슬아슬 위태로운 사무실을 벗어나 한동안 기대감을 갖게 했던 ‘그린스파크’ 주변을 어슬렁거려보기도 하고, 항상 나를 지지했던 누군가를 그리워했다. 6시 퇴근,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았다. 결국 관사에 들어가 그날 눈이 붓도록 울었다. 날 괴롭게 하던 팀장은 바뀌었지만 환경은 여전하다는 우울함을 넘어, 더 이상 조직생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실패감이 휩싸였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던 내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난 아직 어린데.      


 3주가 지난 지금, 이제야 부었던 눈덩이가 가라앉고 본래의 쌍꺼풀이 보인다. 지금은 수많은 변수에도 이전만큼 괴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팀장님을 괴롭히는 말들을 하고 그 상황을 즐기며, 미세하게 변화되고 있는 사무실 분위기에 기대하고 있다. 병가 쓴 2달간 알게 모르게 튼튼해진 게 분명하다. 나를 사랑하는 교회 공동체에서 나의 모습 그대로 지내며 ‘나’를 찾았다. 그리고 지금은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일하고 있다. 단 하나라도 미움으로 자라는 씨앗이 되지 않도록 털어내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나를 찾는 사람들의 상처를 함께하는 부드러움도 발휘하면서.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마음이 나아지면 나도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이젠 나의 상처도 숨기지 않는 용기를 가지려 한다.     


근데, 아직도 내 마음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미안함과 나의 상처를 기록한 글을 올리지 못하는 것 보면...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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