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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Feb 04. 2022

나의 ㅈㅈㅈㅇㅇ 동생

 가끔 동생한테 말로 얻어맞을 때가 있다. 

남자 친구와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람과 서로가 낸 상처를 끝없이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아무 관련 없는 아빠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내게 특별한 이들에게 불필요한 부정적 감정을 남긴 것 같다. 답답함과 짜증남 때문일까? 뭔지 모를 무거움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동생이 물었다. 

"누나 아파?"

(도리도리)

"그럼 속상해?"

"응"

"아빠 때문에?"

아빠에게 일방적으로 쏘아붙인 내 모습을 봤나 보다. 

"아니"

"그럼 자신 때문이구나?"


얘 뭐지. 마냥 어리게 본 아이에게서 꽤나 성숙한 발언을 듣고 놀란 것처럼 황당했다. 고작 3살 차이 나는 지적장애인 동생은 내게 초콜릿 하나를 주었다. 동생은 지적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기가 막히게 똑똑하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을 예리하게 알아차리곤 한다. 묘사는 어찌나 정확한지. 비장애인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가끔은 반대의 어휘인듯한데 아이러니하게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점심식사 후식으로 수박을 먹으면서 '밍밍한데 달콤해'라던가. 무슨 안 맞는 말인가 싶지만 막상 먹어보니 그 묘사가 정확했다.





 사실 동생을 생각하면 내게 드는 감정은 1. 귀찮음 2. 미안함 이 두 가지가 가장 클 거다. 어린 시절 내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아직 어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딘 동생을 데리고 나가는 게 내겐 부담처럼 여겨졌다. 핏줄보다 친구가 좋았던 나는 동생에게 남들에게 대하는 친절을 제대로 베푼 적이 없다. 친구들이 동생을 무시하는 눈짓을 보고 싶지 않아 내가 먼저 무시했고, 함부로 대하는 행동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내가 나서서 동생을 밀쳤다. 그런데도 동생은 어딜 가도 누나 자랑을 하고 누나의 몫을 챙긴다. 


언젠가는 그런 동생을 오해했다. 우리를 아는 주변에선 종종 "동생이 누나를 엄청 사랑한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과 함께 주어지는 눈초리는 '너는 왜 그러냐', '동생의 반만 해봐라'와 같은 뉘앙스로 기억된다. 그러니 나를 챙기는 동생의 행동이 싫었고, 내 몫을 챙기는 것도 결국엔 본인이 두배로 갖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미움을 키웠다. 


스스로 성장했다고 여길 즈음, 충분히 사랑을 경험케 하지 못한 것과 남들로부터 동생을 보호하지 못한 나를 반성했다. 동생 보여주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려 의식하고, 생각나는 대로 동생에게 눈을 맞추며 대화하려고 한다. 동생을 나와 같이 대하며 놀아주는 사람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여전히 간혹 짜증내고 귀찮기도 하지만 조금씩 더 노력할 거다. 동생은 눈치가 빨라서 본인한테 관심이 없어 보이면 바로 알아채고 더 이상 말을 걸지 않는다. 그렇게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후회를 하면서 다시 말을 걸면 되돌아온다. 본인을 막 대해도 항상 한결같이 대할 것 같은 동생이다. 여전히 못된 누나인데 큰 존재로, 사랑으로 대하는 동생은 나보다 뛰어날 때가 많다. 이 점을 기억하며 무례히 행하지 않는 사랑을 실천해봐야겠다. 뛰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 존재임은 변함없다는 것은 물론. 


전매특허 내 동생 그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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