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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Apr 14. 2019

내 기분 내가 주장하기

실패와 좌절에 빠져있던 그린이 구출기 5

환경에 지배를 받지 않고
내 팔의 힘과 목소리 느끼는 감정과 상관없이
내 마음 기뻐하기로 결심을 했네


 '나 기뻐하리' 찬양의 2절 가사처럼 사람에게는 환경에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주장할 능력이 있다.

라오스 모든 일정이 기쁘고 환상적이진 않았다. 간절하게 바랐던 것을 이루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합당하지 않은 대우에 못 마땅해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강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반면에 유쾌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받아치기도 했다. 



기분은 상황이 아닌 내가 만드는 것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하면서 예기치 못한 일이 유독 많이 생겼다.

1. 탑승 거부 혹은 FAKE

 방비엥을 떠나는 차량은 정한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 이후 30분가량 다른 승객들을 태우러 다녔다. 부랴부랴 준비한 것이 살짝 억울한 감정으로 변하는 듯했다. 방비엥을 벗어나자 다른 밴으로 옮겨 타라 했다. 어떤 동의도 없이 나를 태운 기사는 '약속이 있어서 루앙프라방을 갈 수 없다'는 이유로 낡은 차에 내 짐을 옮겼다. 좁디좁은 공간에 짐을 쌓고 의자 밑에 꾸겨 넣어 간신히 마지막 뒷자리에 몸을 싣었다. 더운 날씨와 갑자기 시작된 월경곤란증으로 한껏 예민해졌는데 기사들끼리 웃으며 돈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라오스행을 결정하며 '짜증 내지 말기'라는 나와의 약속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꾸역꾸역 자리를 만든 탓에 다리도 편하게 둘 수 없는 상태로 이동하다가 괜히 짜증 냈다는 후회가 들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닌데...'

좀 더 유쾌하게 넘기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할 즈음 또 다른 나와의 약속, '후회하지 말기'를 기억하며 마음을 달랬다.

 '오늘은 가서 푹 쉬고 야시장에서 과일 사서 많이 먹고 자야지'^^


2. 어쩔 수 없는 '기회'

그 사소한 바람은 꿈이 되어버렸다. 불편한 채로 달린 지 20분 되었을까 또 내려야 했다. 타이어를 만지작 거리더니 걸어 오란다. 지금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찻길을 따라 걸어야 했다. 다행히도 길을 아는 듯한 라오스인과 다른 승객들과 함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갔다. 어쩔 수 없이 걷는 것이었지만 나에게는 To do list in Laos 중 하나인 '라오스 트래킹'의 기회였다.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갔지만 라오스의 길을 걸으며 라오스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시간은 기회이자 즐거움이었다. 


3. 화를 대하는 태도

일차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우리를 떠났던 밴을 다시 만났다. 공업소에 들러 한참 삐걱거렸다. 마치 예상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1시간 뒤 다시 차는 통통 튀며 돌길을 헤쳐나갔다. 내 옆자리 승객은 좀 전에 사 온 아이스 모카를 행복하게 마셨다. 그것도 잠시, 그녀의 아이스 모카는 통통 튀는 밴에 몸을 맡기다 내게 쏟아졌다. 하필 월경곤란증으로 찝찝함이 극도로 높을 때 아이스 모카까지 얹어주었다. 더군다나 미안하지 않은지 낄낄거리고 웃는 그녀를 보니 두더지 잡기의 두더지 마냥 화가 올랐다.

'그래... 그럴지라도 내 기분은 내가 만든다!' 애써 웃었다.

앞으로도 갈 길이 먼데 얼굴 찌푸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했다. 유창하지 않지만 조곤조곤 영국에서 배워온 영어와 친밀감으로 소통하다 보니 어느새 수다스러워진 나를 보았다.

 

4. 배앓이, 물갈이

주위 사람과 나눠마시다 생수병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사소한 행동으로 인해 물이 상했다. 시간이 지나 물을 마시려 하니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렇게 체내에서 물갈이가 시작되었다. 가볍게 여긴 행동으로 인해 기대했던 루앙프라방의 일정을 이룰 수 없었다. 가장 아름다울 거라 생각했던 꽝시 폭포를 갈 수 없었고, 라오스에서 가장 예쁘다는 일몰을 보러 푸씨 전망대에 오를 수도 없었다. 또한 기대했던 맛있는 음식들도 맛보지 못했다. 에너지가 자꾸 말을 듣지 않고 화장실로 나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멋스러운 호텔 방 안에 박혀 Nam khan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자유로울 수 없었다. 비록 화장실에 메여있었지만 창 밖을 내다보고 흔들의자에 앉아 햇빛을 쐬는 것은 가장 좋은 휴식이 되었다. 


모든 일정이 생각대로 흐르지 않았다. 매일 아침 오늘은 무엇을 할지,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루앙프라방을 향하고,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나의 능력과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여행의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지금도 여행을 떠올리며 나의 마음을 지켜가는 경험이 되었으니 어찌 유익하지 않을까. 좋은 여행이 된다는 것, 그것은 럭셔리하기 때문도 아니고 계획대로 착착 되기 때문만도 아니다. 나의 마음가짐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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