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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Apr 24. 2019

내게 필요한 하루, 내가 살아갈 삶

남을 쫓아가기 바쁜 우리에게.

 라오스에 다녀온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아직도 끝을 맺지 못한 글을 쓰기까지 그때의 기쁨을 빼앗아가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마지막 글을 써본다. 라오스 여행기의 부제가 '실패와 좌절에 빠져있던 그린이 구출기'였는데 여전히도 흔들리고 실패와 좌절감이란 늪에 빠지는 때가 간혹 찾아온다. 그래도 다시 한번 '그때의 그 생각'을 떠올리며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니 감사하다. 


특별한 바람이 아니라도 내게 필요한 하루


 여러 차례의 예상치 못한 일들과 불쾌감을 얻을 일들이 있었다. 결국 루앙프라방에서의 일정은 무산되었다. 라오스에서 가장 가고 싶은 동네였기에 무리하게 이동 계획을 세웠던 터라 '이럴 줄 알았다면 방비엥에서 일주일을 보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만 마셔도 화장실을 들락거리느라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못하고, 가장 기대했던 꽝시 폭포도 갈 수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꽝시 폭포를 가려 시도했지만 한국에 돌아오는 날까지 갈 수 없었다.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의 평가를 보니 너무나 가고 싶지만 나의 몸은 '안타깝지만 정말 갈 수 없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너무 좋다, 이만한 게 없다, 꼭 가야 한다고 말할 때에 내 마음은 아리고 부럽고 온갖 감정에 말할 수 없었지만 내 배를 부여잡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탄성을 자아내는 풍경 속에서 인생 사진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내 몸이 하는 말을 들어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누리는 것"이라고. 
그것은 나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는 슬픈 일이 아니라 그저 내게 필요한 시간을 갖는, 더 나은 만족을 하는 일이었다. 

곳곳의 아름다움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남들이 말하는 것을 내 상황과 처지에 맞지 않게 쫓아가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좋아 보이기에, 저 정도는 돼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미래의 나도,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이 만든 기준,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비교 거리에서 자유하면서... 
 
손꼽아 기대했고 가장 이루고 싶은 일정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속에서 나는 가장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햇살에 감사하며, 조용히 라오스의 삶을 누리며. 

그저 내게 필요한 삶, 목적지를 향해 질주하기보다 주위 사람들과 웃으며 걸어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남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금 더, 이것만큼은 더 잘나 보자'하는 욕망에 나는 명산(名山)을 은연중 꿈꿔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의 소망엔 관심도 없다는 듯이 사회는 도와주지 않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도 없다는 부정적인 마음만 쌓여간다. 공허하고 나의 가치가 흔들려 "useless"라는 마크가 내게 붙어있는 것만 같다. 
다른 이가 가는 길을 비추는 것이 좋았는데 어느새 내 길 하나 비추려 아등바등하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진다.


때로 아니 아주 빈번히, 사람들은 높은 산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마치 높은 산이 되고 나면 주변을 돌아볼 것처럼 '지금은 여유가 없다'하면서. 

하지만 나를 포함한 그들은 주변이 아니라 '나'를 돌아볼 여유는 있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후폭풍이 오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걷고 있는지, 내가 살아가고 자하는 삶이 어떠한지.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 직한 동산이 되길

소원-한웅재



일상이 행복하고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꼈던 때의 나는 그저 오름 직한 동산이 되기를 바랐었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즐거워하고 마음 아파하며 날마다 마음을 새롭게 했던 그때의 나를 떠올린다.
이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하는 때가 왔다. 잠시 내가 서있던 길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었던 것을 안타까워하며 주어진 소소한 기쁨들을 만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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