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사람이래도 글은 힘 있을 테니까
무엇을 써야 할지 망설였다. 아니 그냥 쓰고 싶지 않기도 했다. 글쓰기? 잘하는 사람들 많은데 내가 뭐라고, 써봤자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수인 걸, 남에게 도움 되는 글이면 몰라 혼자 분풀이하는 글은 일기로 충분하지 않을까?
힘없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를 시작했을 땐 글쓰기가 좋았다. 만족스러웠고 나의 마음을 녹여 쓰기 위해 적절한 단어인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웠다. 어느 순간 나의 글을 싣고 싶다는 사람도 생겼고 핀잔(?) 주는 사람도 생겼다. 그리고 나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관심을 마구 누리는 작가들도 홍수같이 보았다. 간혹 짧은 기간에 구독자가 몇 만이 됐다던가, 라이킷 또는 조회수가 얼만큼이라는 것에 기뻐하는 글을 볼 때면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자격지심일 수도, 내가 머물고 있는 극소수의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에서의 고립,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글을 적기까지 며칠, 몇 주가 걸리기도 했다. 써봤자 수많은 글들 중 어디에 위치한지도 모르는 글로 취급받을 바에는 표현조차하고싶지도 않았다. 그런 내게 떠오르는 생각은 ‘그냥 써, 그게 남는 거고, 그게 내가 창조적인 사람이란 사실의 반증이야’.
그래서 그냥 다시 써본다. 흐르듯 관심을 끄는 글을 찾는 독자에게 힘이 덜 될지라도 힘없는 나를 기록할 거다. 간절히 바랐던 발령이 취소되고 다시 붙들려버린 회사의 문제를 비판할 거다. 그 사이에 있는 행복도 간간히 전할 수 있으면 좋고, 주제가 없는 글집이 되더라도 그게 나를 이룰 거다. 그런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확실히 있으니까 그걸로 됐다. 아주 많이 고립되지 않기 위해 글을 써보려 한다.
지난날 동안 여행을 통한 철학을, 사랑하면서도 스트레스의 근원인 일터를, 영화 속에서 발견한 식물의 가치를, 그러다 힘 빠진 나의 감정을 이야기해 왔다. 이제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른다. 그저 눈치 보지 않고 주기적으로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주에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으로 그렇게 각기 다른 색의 조각들을 모아볼까 한다. 때로는 채워지지 않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