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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Feb 11. 2023

안녕하세요? 저는 이 숲의 '매력이'입니다.

산림복지 프로그램 운영자가 갖춰야 할 자세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할 '매력이'입니다.^^"


숲으로 나갈 때 하는 나의 인사말이다. 이 인사말을 하고 나면 사람들은 키득거린다. 실명이나 아니면 숲이니까 동식물 별명을 생각하셨을까? 뜬금없는 별칭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아~ 매력이 철철 넘치시는구나~'하는 사람도 있고, 어이가 없는 건지 '풉..!' 하는 분들도 있다. 


"제 매력이 철~철~ 넘치기도 하지만, 여러분께 이 숲의 매력을 알려드릴 거라..."

대체로 아이들은 나의 소개 이후 '매력이 선생님!' 하면서 매력이를 하루종일 찾아댄다.


'매력이'

이것은 나의 특성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기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벌써 40개월의 반복적인 일과 고객으로 작은 상처들이 쌓여 더 많은 애정 쏟기가 지치는 요즘, 내 모습은 숲의 매력보다는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다. 누군가의 앞에 선다는 것은 곧 그들의 경험에 끼어든다는 것인데... 




이번주에 만난 단체는 1박 2일 청소년 60명, 인솔자 60명으로 치유분야에서는 꽤나 크고 신경 쓸게 많았다. 사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발랄하고 소통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협조 아닌 일방적인 몇 인솔자과 사소한 시시비비와 뒷이야기들로 인해 내 안에 있는 불쾌함이 엉뚱하게 튀어나오기도 했다. 당사자들이 아닌 아이들에게. 약간 무섭고, 다소 엄격하게 말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굳었을 때였다. 조금 더 부드럽게 할 수도 있을 텐데 하며 후회하는 내게 직원들은 '이들에겐 그런(엄격한) 모습이 필요하다'라고 한다. 직원들도 나와 같은 불편함을 느꼈던 거다. 그러나 직원들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이 시간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누군가의 앞에 섰을 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은가 보다. 

시간이 지체되는데 인솔자(아이들이 그러는 건 충분히 이해하는 바)가 통제되지 않을 때, 부정적인 단어로 마음을 불편케 하는 사람을 만날 때, 그들의 단점을 지적하기보다 내게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는 사람들을 보려고 한다. 내가 엄격하거나 무례함을 언급하며 서로의 얼굴에 그늘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들로 인해 이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저녁에도 프로그램은 계속되었다. 밤 산책이 색다르기도 하지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크다. 혹시나 다칠까 봐. 조별로 나누어 적은 인원임에도 시작 전부터 멧돼지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다느니, 귀신이 나오냐느니 시끌벅적 난리다. 이것저것 잔소리를 할 조짐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침묵하며 올라가는 길에 나 또한 침묵하기로 선언했다. 사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감성을 되살리겠다는 프로그램에서 내가 더 이상 부정적인 자극을 주면 안 됨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침묵하기로 한 길에 시끄러워도 통제하지 않았다. 처음엔 사실 거슬렸지만 점차 그게 나에게도 아이들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 다 달았다. 정월대보름이 지나 둥그런 달과 오리온자리 등 여러 별이 박혀있었다. 10분간 고요히 자연을 느껴보기로 했다. 잘 따라오는 듯했지만 10분은 길었나 보다. 점점 산만해졌지만 그냥 뒀다. 홀로 온전히 10분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얼굴 찡그릴일이 없었고 가만히 앉아있는 내게 아이들이 다가와 좋은 대화들을 할 수 있었다. 엄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자신이 만든 전등에 적은 소망을 나누는 시간, 나부터 이야기했다. '좀 더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사실 내가 웃으며 대하지 못한 아이들 앞에서 그 소망을 이야기하는 게 창피했다. 많이. 말하는 게 두렵지 않은 나인데, 그 순간은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의 소망을 말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으니 장난치지 말고 들어 달라'며, 그들을 핑계 삼아 내 이야기를 한 거였다. 아이들도 그 진심을 느꼈을까? 다행히 아주 잘 들어주고 각자의 소망을 진실하게 나눴다. 시종일관 거친 행동과 말로 대하던 친구까지도. 건강, 행복, 교우관계 등. 소망을 말하며 켜는 전등이 모두 환하게 켜졌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다 같이 웃었다. 그날따라 감정소모가 많았음에도, 그 밤까지 근무함에도 하루 중 가장 회복되고 활기찬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가 아니었다. 코딱지만한 어린 친구들이 나를 따라주는 것도, 멧돼지를 때려잡겠다며 고딩들이 허세 부리는 것도 귀찮지가 않았다. 참 지치는 하루였지만, 힘 빼는 게 필요함을 배웠다. 

프로그램 운영에 매너리즘을 약간씩 느끼는 요즘, 다시 성장할 기회가 온듯하다. 숲에서 나의 역할은 그들에게 일상적이진 않은 그날의 기억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러고 보니, 그렇다. 내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자연 속 즐거움을 나누는 것. 그러나 때로 엄격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따뜻함을 주기로 결심한다. 웃고, 침묵하기로.  


마이크를 잡고 누군가의 앞에 설 때 웃으면서 말하고 싶다. 이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음을 믿으면서, 나를 좋아할 것을 믿으면서. 간혹 내 말을 어차피 안 듣는다는 생각에 대충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듣고 있다. 이제는 듣는, 관심 있는 이들을 보려 한다. 웃으며. 더불어 이들에겐 나를 만나는 게 특별한 일이 될 수 있다. 한 번뿐인. 그러니 더 선대 할 것을 다짐한다. 훈계보다는 따뜻한 경험으로 그들의 경험에 끼어들고 싶다. 



이 글을 빌려 매력이로 인해 섭섭했던 이들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더 큰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길 바랍니다. 그리고 매력이를 사랑해 준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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