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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Mar 26. 2023

부당한 지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지난 한 주 기관장과 본원의 담당자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 기관장에게 사업 담당하는 입장에서 틀렸음을 지적했지만, 기관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 그 이상은 침묵했다. 그 뒤로 이사실을 알게 된 본원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기관차원에서 내린 일을 덮기 위해 서류를 만들라고.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었고 틀린 걸 틀리다 말했다.


거기까지만 해야 하는데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가끔 감정조절할 필요를 못 느끼는데 그게 그 순간이었다.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부당한 업무에 감정적으로 대했다. ‘앞으로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자’는 생각이 선뜻 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비슷하게 할 거 같다. 그러나 조금 다듬어지길 바라며 몇 가지 적어본다.


1) 얻을 게 없다. 옳은 말이라 해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보수적인 입장의 사람들에겐 의견도 감정도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내 의견을 분명히 말했는데도 다른 지시를 한다면 내 손을 떠났다. 그럴 땐 차라리 격정으로 갈게 아니라 냉정하고 확실하게 손을 털어야겠다.


2) 민원대처라는 이유로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이전에 가만히 견디며 병들었던 과거의 트라우마를 반복하지 않을 거다.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기록, 계획, 꼼꼼함이 무기이다. 또라이인 걸 증명하고, 앞으로 외로운 회사생활을 각오하더라도 플랜비를 실행할 거다. 다만 일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재밌어하기에 그동안은 플랜비를 고이 접어 넣어둔다.


3) 억센 반응대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섬김 받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눈앞의 문제 해결에 급급해 더 큰 잘못을 만드는 생각 짧은 인간이 보편적 복지를 위하는 이 회사에 있다는 게 화날지라도. 그냥 저런 사람도 있구나 이해하며 그저 내 일을 하자. 나의 회사가 아니니까 나의 옳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슬퍼하지 말자. 섭섭함은 섬김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 찾아오니까. 그저 가치를 담아 내 몫을 하되, 고집부리진 말아야겠다.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주를 힘겹게 살아온 나를 응원한다. 유난 같아도 희한한 시대에 덩달아 바보처럼 살지 않을 거다. 더 잘 보고 잘 들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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