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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Mar 20. 2023

틀린 걸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때서

한 주가 쏜살 같이 지나갔다. 지난주에 꼰대예방주사라며 새로운 곳에 맞춰가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내가 아니라 그 문화에 익숙해 나의 의견을 불편하게 느낀 이들이 꼰대였음을.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던 문제를 나를 통해 알게 된 직원들이 나를 지지했다. 상대편의 방어적인 태세는 예상했지만 논란의 체제에 대한 첫 회의 때 엄청난 공격성을 보였다. 일을 덜어내려고 회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그 자는 직급인지, 나이인지, 찌푸린 얼굴인지 뭔지로 강하게 제압하려 했다. 그의 터져 나오는 공격성을 볼 때 느꼈다. 저 사람은 이 사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전혀 이 일을 해보지 않았구나. 쉬운 말로, 논리도 이해도 없이 빈틈만 노리고 있구나.


바로 전 기관에서 비슷한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에 속해보았다. 타 팀의 몫까지 하기도 했고, 어느 때는 그 타 팀에 속해 눈치 보고 일을 맡게 된 적도 있기에 양 팀을 이해하는 바였다. 그렇기에 나를 통해 시작된 몇 차례의 회의는 서러울 수 있는 팀을 배려하려 의견을 듣자는 자리었다. 당연히 그들이 할 일을 해주고 있던 건 현재 내가 속한 팀이다. 그러니 마땅히 요구할 일을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 했으나 어찌해도 좋게 보일리 없었나 보다.


이제 막 새로 온 팀에서 성격 감추려고 애썼다. 뭐 특별한 성격은 아니다. 틀린 걸 틀렸다고 말해야 속편 할 뿐이다.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기가 취미이나 나를 아는 지인들은 뜯어말렸다. 마음의 소리는 한 달만 참으라고. 그래서 아주 발랄하고 ‘싸움이 뭔지 몰라요^^’ 느낌의 가면을 썼다.

나와 이미 투닥거려 본 직원은 회의를 주관하는 나를 보며 ’저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 사람이었어?‘라고 생각했다 한다. 그래. 그렇게 나를 죽이고 상대를 보려 했다. 그래도 마냥 그들의 공격을 받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존중하더라도 틀린 말은 고쳐줘야 했다.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부족하냐’, ‘너희 일 덜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등 같이 하는 사업에 대해 도와준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도와줘? 일을 덜어? 신경 쓰였다. 결국 나는 말했다. “한 가지만 시정하고 넘어갈게요. 이 사업은 함께하는 일입니다. 도와준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본인은 안 그랬단다.


몇 번의 이야기가 오갔고 회의는 다른 날로 이어졌다. 나를 몰아세우던 사람은 불참했다. 이런. 관계중심의 사람인 내게는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럼에도 내 말에 후회는 없다. 맞는 말을 하지 않았나. 회의 후 상대팀장에게도 불려 가 한참을 토의했다.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감하는 표정과 한 문장 정도다. 뒤이어 어김없이 이야기했다. 내 생각을.




회사 관계로도 충분한데 인수인계받고 일주일 만에 아주 유명한 블랙리스트 고객과 전화하게 됐다. 몇십 분이 이어지는 불만과 온갖 저렴한 대사들을 들으면서도 그가 블랙리스트라는 생각을 버리고 그의 욕구를 파악하고자 했다. ‘음, 그 사람은 숲에 오고 싶구나, 근데 장애다 뭐다 신청하기 어려운 상황이구나, 동네 소식지에 실어달라는 거구나, 아니. 사업 조건이나 최저 인원수 그런 건 내 상황이고 숲에 갈 혜택을 달라는 거구나.’ 막무가내였다. “아 고객님 소식지에 싣고 취약계층 분들도 쉽게 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씀이시죠? 다음 분기부터는 소식지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문젯거리가 아니라 의견을 주는 사람으로 바라보았는데 내게 되려 또 성질 긁는 말을 골라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수혜 받을 수 있도록 몇 가지 안을 제시했더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란다. 거기서는 참지 않았다. “고객님, 오실 수 있도록 최대한 방안을 찾고 있는데 제게 쓸데없는 소리라뇨?” 거기서부터 난리였다. 그에게 화풀이 대상이 되었음을 느끼는 순간 나중에 전화하라며 끊었다.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는 자를 배려하고 블랙리스트라 낙인찍어 바라보지 않으려는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무작정 문제를 드러내지 않아야만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걸까.




얼마 전에는 무작정 지인이니 다른 이들에겐 지원하지 않는 부분까지 지원을 해주라는 이가 있었다. 그런 보직자가 있는 회사에서 취약계층 복지실현이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내 이름만 안 좋게 찍힌다며 직원들은 뜯어말렸다. 도대체 틀린 걸 틀렸다고 말하면서 당당히 일할 수는 없는 걸까! 말리기보단 지지해주란 말이야.


새로운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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