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 "어린왕자"
꼬마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올타임 넘버원 책을 꼽자면, 단 일초의 고민 없이 "어린왕자"라 하겠다.
당연히 좋았다.
이유 없이 좋았다.
싫어도 좋았다.
물론 인생의 시기에 따라 훨씬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다른 책들이, 다른 작가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어린왕자"는 언제나 내 마음 한 켠, 가장 소중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제껏 가장 여러 번 다시 읽은 책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감탄하면서, 가끔은 울면서, 때로는 신나게,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살포시 미소 지으면서 읽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장미나 어린왕자나 생텍쥐페리가, 심지어 바오밥 나무의 이파리 하나가 될 때도 있다. 여전히 좋다.
사진은 결혼 선물로 친구에게 받은 어린왕자 팝업북의 한 장면이다. 어린왕자는 오래도록 사랑받은 만큼 여러 버전의 책들이 있는데, 각 책들마다의 장점이 있으므로 다양하게 접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이 팝업북은 정말 예쁘고, 머릿속 닫힌 상상력 알을 살짝 쪼아주는 책이 되어줘서 좋았다. 어린왕자가 얼마나 순수하게 장미를 아끼고 열심히 소행성을 관리했는지... 그 아래에는 내가 장미일 때 끄적여놓은 변명이자 극복 시이다.
장미의 언어
오지현
☆ “너의 모든 선이 아름다워”
★ “반했니? 나는 해의 씨앗으로 태어났단다”
눈을 뜨기도 전부터 나는 이미
그의 찬란한 빛내음에 반했다
그의 작은 마음에 들고 싶어 2달을 공들였고
나를 놓칠 수 없게 해인 것 마냥 뽐냈다
☆ “봄 햇살의 머릿결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아”
★ “바람은 질색이라고 했잖아. 더 이상 나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구나”
처음 느껴보는 행복이란 것은
가슴 벅차게 아릿했다
도파민과 엔도르핀의 영원한 공존이 나에겐 하루하루 아슬한데
그에겐 마냥 쉬워 보여 그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 “내 향기를 자연스레 알아주는 아름다운 나비를 만나고 싶어”
☆ “진심이야? ”
내가 어렸던 만큼 그도 여렸을 것을
내가 힘들었던 만큼 그도 괴로웠을 것을
그는 화산 꼭대기에 올라 2개의 마그마 씨앗을 신발에 붙였다
찬란한 금빛 발자욱은 보드랍게 내 눈을 감기고 따듯하게 내 귀를 닫았다
그렇게, 그는 떠났고
그렇게, 나는 잃었다
모든 감정과 기억이 잿빛으로 바랬다
소멸했다
그러나,
낯선 시공간의 티끌은
애썬 공시간을 기어이 버틴다
살아낸다
그렇게, 어느 날
언제와 같던 어느 날
쿠우욱
꿀벌이 티끌의 코를 찾아낸다 쏘아올린다
비로소 깨어난 '나'의 파페츠 회로
후각의 언어로 쏟아지는 '너'의 빛내음
“Ce qui est important, ça ne se voit pas"
Antoine de Saint-Exupery, 『The Little Prince Deluxe Pop-Up Book』, Harcourt Brace and Company, 26-27p, 2015